숨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수련
프리다이빙을 처음 배웠을 때가 생각난다.
수심 5미터 풀장에서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깊은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은 참 신기했다.
프리다이빙의 기본은 이퀄라이징이다.
깊은 물 속에서는 물의 압력때문에 귀에 통증이 생기고 그걸 무시하고 더 깊이 들어가면 급기야 고막이 터저서 피가 날 수도 있다.
물속으로 진입하기 전에 이퀄라이징을 하고,
수심 1미터를 지날때 마다 이퀄을 해야 안전하다.
하지만 이퀄라이징이 쉽지는 않다. 이퀄이 안되서 프리다이빙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다행히도 3회차 쯤에 이퀄을 터득했다.
코를 두 손가락으로 막고 복어처럼 목을 부풀려 공기를 모은 다음 압력을주면 귀가 뻥 하고 뚫렸다.
이퀄라이징이 해결되자 로프를 잡고 수심 5미터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연습이 시작 되었다.
머리를 아래로 내리고 거꾸로 내려가는 일은 어색하고 어지러웠다.
평소에 거꾸로 매달릴 일도 없었고, 어릴때부터 공구르기도 못하는 아이였기에 물속을 거꾸로 내려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금새 적응이 되었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시고 이퀄라이징을 한 다음, 수심 5미터를 내려갔다가 다시 되돌아 오는 연습을 수시로 반복을 했다.
처음에는 로프를 잡고, 그 다음은 로프없이.
처음에는 깊은 물속에서 오래 버티기 위해서 힘껏 숨을 들이마시는데 집중을 했었다. 하지만
프리다이빙은 더 많이 숨을 들이마시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숨을 내려놓는 연습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물 속으로 들어가기 전,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안을 느낀다.
‘숨이 부족하면 어쩌지’
‘위험해지면 어떻게 하지’
프리다이빙에서 가장 큰 적은 산소부족이 아니라 조급함이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억지로 참으려 하면
긴장은 커지고, 호흡은 흐트러진다.
숙련자는 다르다.
불편함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 존재를 인정한다.
노련한 프리다이버는
숨을 참고 있는것이 점점 힘겨워질 때
그런 자신을 차분히 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리고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불편함과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호흡자체를 잊어버린채 깊은 물 속을 유유히 유영한다.
이것은 삶에서도 같다.
불안,피로,두려움을 당장 없애려 할수록
사람은 더 빨리 지친다.
프리다이빙은 말한다.
“도망치지 말고, 함께 내려가라.”
깊이 내려갈수록 수압은 강해지지만
몸은 오히려 가벼워진다.
힘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멈추고 저항을 줄일수록
프리다이버는 깊은 물속에 더 깊이, 더 오래 머물수 있다.
프리다이빙은 혼자 숨을 참는다.
그러나 결코 고립된 행위가 아니다.
파트너(버디)를 믿고, 장비( 롱핀)를 신뢰하고,
무엇보다 자기 판단을 믿는다.
물 속에서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과한 욕심은 즉시 위험이 되고, 겸손은 곧 안전이 된다.
이 경험은
일상에서도 나를 바꾼다.
무리하지 않고, 지금의 나를 정확히 아는 태도.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고, 미련을 두지도 성급하지도 않은 적당한 때에 행동으로 옮겨야 후회가 없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자기가 처해진 환경과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면
옳바른 판단이 가능하다.
검도의 목표가 이기는데 있는게 아닌것처럼,
프리다이빙의 목적은
더 깊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다.
물 위로 올라온 뒤,
숨을 고르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
그 때 깨닫는다.
내가 이 숨을 얼마나 소중히 써왔는지를!
많은 땅을 갖기 위해서 너무 열심히 걸었지만 결국은 자기가 누울 땅만 갖게 되었다는 소설 속 교훈처럼
자기의 한계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깊은 물에서 돌아와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I,m oky'
를 외치는 순간 살아있음의 환희를 느낀다.
**지지난주에 쓴 글인데, 발행 장소가 잘못되어 재발행 합니다. 비둘기님이 귀한 댓글을 달아 주셨는데:::::
댓글을 여기다 복사해 두고 그쪽 글은 삭제하니 비둘기님의 양해를 바랍니다~^^
댓글2
Feb 21. 2026
프리다이빙. 정말 매력적인 운동이네요. 지금의 나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태도. 불편함을 없애려하기 보다는 인정하는 태도. 삶에서도 꼭 필요한 자세인 것 같습니다!
답글달기
설정
달빛검객작가
Feb 26. 2026
네~불편함을 인정하는게 쉽진 않지만,
인정을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