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위에 서는 법
처음 수상스키를 배울 때,
나는 물을 믿지 못했다.
단단하지 않은 것 위에 선다는 감각은 늘 불안했다.
몸은 자동으로 웅크렸고,
손은 보트와 연결된 로프를 놓치지 않으려 굳게 힘을 주었다.
그럴수록 물은 더 미끄러워졌다.
물 위에 올라서기도 전에 앞으로 고꾸라지고, 조금 끌려가다가 일어서기 직전에 옆으로 넘어지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수상스키에서 소위 말하는 '스타트'를 계속해서 실패하다보니 로프만 잡아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끊임없는 실패를 거듭한 후에 물 위를 한발로 서서 씽씽 달리던 기분은 이루 말할수 없이 신났다.
하지만 아직도 로프를 잡으면 실패의 트라우마가 슬며시 고개를 치켜들곤 한다.
수상스키는 시작부터 역설이다.
수면 위로 일어 서려고 서두르면 앞으로 고꾸라지고,
오래 버티면 줄을 놓친다.
간신히 물을 밟고 일어섰다가도 넘어지는 것은 순간이다.
버티려 할수록 가라앉고,
서 있으려 할수록 넘어진다.
물은 발판이 아니라, 흐름이기 때문이다.
넘어질까봐 무릎에 힘을 주면 스키는 물을 파고든다.
팔에 힘이 들어가면 균형은 깨진다.
수상스키에서 균형은 힘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풀 때 찾아온다.
삶도 그렇다.
불안한 순간일수록 우리는 더 버티려 한다.
계획을 꽉 쥐고, 사람을 붙잡고, 미래를 통제하려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상황은 우리를 더 세게 끌고 간다.
물 위에 서는 유일한 방법은 물과 싸우지 않는 것이다.
몸을 세우려 애쓰기 보다,
흐름 위에 몸을 얹는다.
중심을 낮추고, 시선을 멀리 둔다.
발 밑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본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물은 나를 바쳐 준다.
흔들리던 몸은 안정되고, 속도는 두려움이 아니라 리듬이 된다.
수상스키는 나에게 알려주었다.
균형은 고정이 아니라 조율이라는 것을.
중요한 사실 하나는,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은 없다는 것이다.
물은 언제나 움직이고,
상황은 늘 변한다.
수상스키에서 필요한 것은 불안을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불안 위에 서 있는 능력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완벽히 안전한 시기는 없다.
다만, 불안한 상태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연습이 있을 뿐이다.
수상스키를 잘 타는 사람은
잘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잘 넘어지는 사람이다.
넘어질 때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맡긴다.
그러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흔들리지 않는 삶은 없다.
다만 흔들림 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지금은 한 손으로 로프를 잡고 수상스키를 탈 실력이 되었지만 아직도 스타트의 트라우마는 남아 있다.
여전히 아주 가끔, 스타트를 실패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물 위를 날듯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번 여름도 햇살과 바람을 만끽하며 스피드를 즐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