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위에서 마음을 다스리다.
말 위에 앉으면 숨이 먼저 들킨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말은 이미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든다.
긴장하면 귀가 움직이고, 조급하면 발굽이 먼저 반응한다.
말은 잔등에 올라탄 사람의 명령을 듣기보다 상태를 읽는다.
그래서 승마는 기술보다 태도가 먼저다.
고삐를 쥔 손의 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호흡이고,
자세보다 앞서는 것은 마음의 온도다.
말을 움직이려 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이 고요해야 한다.
말 위에 오르는 순간 균형은 숨길 수 없다.
몸이 흔들리면 마음이 흔들린 것이고,
시선이 흔들리면 생각이 흩어진 것이다.
말은 미세한 것 조차 알아차린다.
나는 종종 말을 통제하려 했다.
똑바로 가게 하고, 멈추게 하고, 돌게 하려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말은 굳어졌다.
그 때 알게 되었다.
말은 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교감의 상대라는 것을.
승마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힘을 빼는 일이다.
떨어질까 두려워 다리에 힘을 주면 말도 긴장을 한다.
안정되게 서고 싶을수록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는 역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움직이려 할수록 관계는 경직된다.
아이든, 동료든, 부부든, 상대를 바꾸려는 순간 이미 신뢰는 멀어진다.
승마는 알려준다.
함께 가는 법은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맞추는 것임을.
컨디션이 좋은 날보다
마음이 정돈된 날에 말은 잘 움직인다.
말은 의식하기도 전에 나를 읽는다.
말은 나에게 지금의 나를 그대로 보여준다.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 놓을 때
말은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그 순간은 묘하게도
화살을 놓는 순간과 닮아 있다.
힘이 빠질 때 흐름이 생긴다.
신뢰는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신뢰는 기술처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처럼 쌓인다.
이 장의 끝에서 나는 묻는다.
나는 지금, 누군가를 움직이려 하고 있는가?
아니면, 함께 가려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