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활쏘기

놓아야 맞는다.

by 달빛검객

당기는 힘보다 놓는 용기


활을 처음 배울 때, 나는 당기는 법부터 익혔다.

팔의 각도, 등의 긴장, 손가락의 힘.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보내기 위해 몸은 점점 더 팽팽해졌다.


그러나 과녁은 생각만큼

맞아주지 않았다.

힘껏 당기는 것도 힘들었지만 놓는 것은 더 어려웠다.

혹시라도 화살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까봐 두려웠다.


그때 들은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끝까지 당겼다면 이제는 놓아라”

활쏘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은

당김이 아니라 놓음이다.


모든 준비가 끝난 뒤, 손가락을 펴는 그 짧은 찰나에

결과가 정해진다.


힘을 더 주려는 마음이 남아 있으면,

화살은 흔들린다.

활을 당길수록 마음도 함께 팽창한다.


잘 쏘고 싶다는 욕심,

맞혀야 한다는 부담이 현줄을 타고 전해진다.

그 욕심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화살은 정확히 알아 차린다.


그래서 활쏘기는

비우는 연습이다.


손의 힘을 빼고, 숨을 내쉬고,

결과물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는다.


비워진 순간에 비로소 화살은 곧아진다.


삶에서도 나는 종종 너무 꽉 붙잡고 있었다.

성과, 관계, 자존심까지

놓치면 끝날 것처럼 움켜쥐었지만,

그럴수록 일은 어긋났다.


활쏘기는 말없이 알려줬다.

붙잡는 힘보다 내려놓는 용기가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같은 자세, 같은 활인데도

어떤 날은 잘 맞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대부분 마음에 있었다.

급하면 화살은 앞서 빠져나가고,

망설이면 흔들린다.


활은 나에게 묻는다.

“지금 네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


과녁이 아니라 결과를 보고 있다면

이미 빗나간 셈이다.

그래서 훌륭한 궁사는

과녁을 보되, 집착하지 않는다.


화살을 믿고, 순간을 믿고, 자신을 믿는다.


우리는 대부분 더 가지려 애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확실하게.


그러나 활쏘기는 반대로 말한다.


이미 충분히 당겼다면

이제는 놓을 차례라고.


화살이 손을 떠나는 순간,

결과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그 때 비로소 마음은 가벼워지고

다음 한 발을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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