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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1

전남 고흥에서 밟은 이야기

by Siho

투둑,

빠지직,


으악! 엄마 이게 뭐야?


/아하, 이건 굴 껍질이야.


굴? 바다 냄새 많이 나는 거??


/응.


안에 굴은 다 어디갔는데?


/안에 있던 뽀오얀 굴은 이미 누군가의 뱃속에 호로록 들어갔을 거란다, 후후.


아까 물 속에 있을 때는 검정케 보이더니 왜 이건 하얘?


/그건, 네가 밟아서 굴 껍질이 부수어 졌기 때문이지.


우와! 멋지다!


/왜?


그럼 저렇게 하얀 색을 숨기고 있었잖아! 아무도 모르는데.

나 그런거 좋아!


/숨기는 거 좋아?


응! 난 숨는거 좋아. 사람이가 나 안보이는 거 좋아.


/그래도 너무 자주 숨으면 안돼.


왜? 엄마가 걱정하니까?


/그렇기도 하고, 자꾸 숨다보면 네가 어디있는지 까먹게 돼.


엄마가?


/아니, 네가 말이야.


나 알아. 내가 어디로 숨는지 알아.


/처음엔 알지. 그런데 찾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숨고 싶어서

자꾸만 더 멀리, 더 멀리 숨다보면 아예 다시 돌아올 수도 없는 곳으로 가 있다고.


그럼 아무도 못 찾잖아…


/그렇지?


그건 싫어…


/그건 싫지?


응. 그래도 빠지직, 내가 하얀거 알게 되는 거는 좋아.


/하하하, 완전히 부수어지기 전에는 스스로도 자기 속을 모르는 법이야.


엄마가 하는 말은 너무 어렵다. 힝.


/지금은 몰라도 돼. 지금은 그냥 굴 껍질은 까맣더라 하고 알기만 해도 돼.


그런게 어딨어. 이미 알아버렸잖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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