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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ho Nov 19. 2024

너의 죽음2

낭낭에게 띄우는 편지 


여전한거 같은데 

너는 그냥 평소 그 모습 그대로 

늘 그렇듯 얌전하게 누워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조금은 힘겹게 들썩이며 숨 쉬던 너의 허리 언덕이 

이제 더이상 출렁이지 않고 

미동이 없는 산 처럼 멈춰 있다는 것 


산. 

그래 너는 나에게 

산 이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황토의 산.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서도 

내가 만지도록 허락하던 하얗게 솜털이 복실한 배 라던지 

깎을라 치면 소스라치게 싫어하면서도 

한번도 나에게 세운 적은 없던 발톱이라던지 


너의 발바닥은 믿기지 않으리 만치 아직 말랑하다 

조금은 색을 잃었어도 여전히 핑크색이다 


사실은 아직 믿기질 않는다 

믿지 않는다 

그래서 차가워진 너의 귓가에 계속 

이름을 불러본다 


낭낭 

이쁜 낭낭 

우리 낭낭 

누나왔어 


잠깐만 다시 와줄래 

잠깐만 왔다 가면 안될까 


내가 없는 동안 이렇게 떠나면 

내가 너무 미안해 

너무 많이 미안해 


낭랑아 누나가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어떡하지 

말로는 괜찮을 거라고 

충분히 살았다고 말했지만 

실은 다 거짓말이야 


하나도 괜찮지 않아 

너는 아직도 부드러운데 

눈만 뜨면 되잖아 

잠깐 이면 되는데 


낭낭아 네 동생 꼬낭이는

도무지 믿기질 않는지 

너의 등허리 근처를 냄새맡으며 

자꾸 뒷걸음 친다

형이 왜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는지 

미양 미야옹 하며 나를 자꾸 채근한다 


내가 너무나도 할말이 없어서 

아직 따뜻한 네 동생의 몸이 

오히려 낯설기 시작했다 


원래 네 코 끝이 이렇게 차가웠었나 

내가 부르면 쫑긋 하고 서던 귀는 이제 

그냥 그렇게 서 있기만 하구나 


낭낭아 

낭낭아 

누나가 너무 미안해 

네가 앞이 안보일 때도 몰랐고 

네가 신장이 찢어지도록 아플때도 몰랐고 

왜 침을 흘리는 지도 몰랐다 


그리고 가는 순간도 

나는 너를 안아주지 못했구나 


미안해 미안해 


조금만 먼저 가 있어 

맨날 기다리게 하는데 

근데 또 그러고 있네 


낭낭아 내가 

너를 어디로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사람은 있다가도 떠나고, 사랑도 그러는데 

너만은 16년을 내 옆에 그렇게 있었는데

아니 어쩌면 너는 언젠가는 

훌쩍 떠나고 싶었을까 

내가 떠나는 방법을 잊게 만들었을까 

그래서 이제서야 홀로 

이렇게 여행을 떠난걸까 


무지개 다리 너머가 이제는

우리보다도 궁금해 진걸까 


누나 옆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그런 곳이 너에게 손짓했구나 


누나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를 사랑했고 

지금도 너무나도 사랑하고 

매일 매일 생각하고 떠올릴거야 

잊지 않고 매일 너를 보고싶어할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먼저 가 있으면 누나 

나도 여기 여행 마치면 

너 있는 곳으로 갈게 


고마워 낭낭아 

누나가 너무나 힘들고 아플때 

네가 동그랗게 웃어주어서 

네가 따뜻하게 꼬리로 내 발등을 빗어주어서 

네가 그냥 내 무릎에 올라와 노래 해 주어서 

내가 요가할 때마다 옆에 꼭 붙어 방해해 주어서 

아침마다 따라나와 인사해 주어서 

아니 

그냥 

늘 내 옆에 이렇게 존재해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낭낭아 


사랑해. 




박낭낭. 2007-2023. 더 궁금한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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