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시간도 필요한 법
새벽 여섯시,
잠에서 깨 보니 밤새 어마한 양의 눈이 쌓여있다.
나는 무작정 걷고 싶어졌다. 이유없이.
생각해보니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것 아닌가
눈이 덮이면 티도 나지 않고, 그리고 누군가는 왜 하고 있는지 이해 못할 일.
그게 너의 귀중한 시간과 마음을 쓸 만한 일이야?
누군가 알아줄 것 같아?
여전히 그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걷다보면 눈이 녹는 날은 오고, 덮여있던 것들은 드러나기 마련이니
아무렴 어떤가, 아무도 기다리거나 반겨주지 않아도
나는
뽀도독 뽀도독 눈과 만나는 처음 사람이 나 인것이 감사했으며
시린 눈발을 온몸으로 맞으며 행복했고
요행히 아직은 엉덩방아를 찧거나 하지 않았다.
아무의 누구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따금 제 몸에 쌓인 눈을 투둑 하고 떨구는 잎들의 고개
나의 부연 입김에 묻힌 나무의 숨소리 같은 것들을
이 귀한 시간에 나 혼자 보고 들었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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