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분만 주사가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그날 밤 분만실 옆 병실로 내려와 진통이 걸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진통은 배로도 오고 허리로도 온다고 한다. 나는 허리로 왔다. 허리가 막 끊어질 듯 아프다.
그냥 주야장천 막 아픈 것 같은데 남편은 진통 주기가 정확하네... 이러고.... -_-;;;; (그래도 분초까지 세가며 옆에서 손잡아주고 진통 체크해준 남편 덕에 출산 이후에도 억울함은 전혀 없다. 간호사분들이 남편더러 혹시 의료계 종사하는 분이냐고.... ㅎㅎㅎ)
진통 주기도 정확하고 인제 애가 나오기만 하면 되는데 이놈의 양수는 터질 생각을 안 한다. 애도 안 내려오고. (그니까 이 녀석은 나올 생각이 1도 없는 녀석임) 결국 간호사분들이 억지로 양수를 터뜨렸다.
그래서 좋은 싫든 무조건 세상 밖으로 나와야만 되게 되어버린 것임.
TV에서 자주 나오는 "힘줘~" 이런 말은 변비 환자들에겐 아주 익숙한 용어일 것이다.
정말 응가를 할 때처럼 똑. 같. 이. 힘을 주면 된다. 그런데 힘이 분산되선 안된다. 정말 100프로, 아니 그 이상 죽을힘을 다해 짜내고 또 짜내야 해서 출산을 마치면 사람이 초주검이 되는 것임. 게다가 어지간한 변비 환자가 아닌 다음에야 한두 번 힘을 주면 응가가 나오는데 이건 한 10번 힘을 줘야 하니 힘들 수밖에....
어쨌든 애가 나왔다. 내가 맨 처음 한 말은 "애가 손발이 다 10개씩이야? 맞아?" 란다. 애는 크게 문제가 없이 잘 나왔는데 (그래도 밤 9시에 들어가서 그다음 날 오전 11시 25분에 애가 나왔으니 내 상태는 비몽사몽. 그냥 밤새는 것도 힘든데 완전 힘 빡빡 주고 이쯤 되면 술 왕창 걸친 것처럼 정신이 약간 알딸딸~에 멍~ 한 상태가 된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애가 나오면서 동시에 태반이 나와야 진정한 출산의 완성이다.
그런데 태반이 자궁에서 안 떨어지는 거다. 태반이 안 나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순간 당황한 남편. 난 출산 마치고 이제 다 끝났나... 했는데 막 선생님들 다 오고 간호사들도 막 오고 내 병실에만 10여 명 가까운 의료진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게.... (뭔가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림만 봐도 심각한 문제가 생겼군.... 이러는걸 알 정도)
그 이후에 내가 기억나는 건 병실 바닥이 피바다가 됐다는 정도이다.
남편 말로는 선생님이 태반이 안 떨어지니 제왕절개를 하자고 했단다. 지금 출산 때문에 14시간 넘게 사투를 벌이고 체력적으로 약해진 상태에서 제왕절개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험이 있다. 원장 선생님이 떨어지지 않는 태반 때문에 내 자궁에 손을 넣어 억지로 태반을 떼어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요실금에 시달린다)
그 와중에 피를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나는 회복실에서 수혈을 10팩이나 받아야 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남편은 애가 꼴도보기 싫었다고 한다. 하긴 내가 죽는 줄 알았다고 하니.... 오죽했으랴... 그래서 내가 둘째 얘기를 해도 들은 척도 안 한다. (시부모님이 둘째 얘기를 했을 때는, 정 둘째가 필요하시면 입양하겠다고 했을 정도) 어렵게 태반을 꺼내긴 했지만 태반 찌꺼기들은 자궁 속에 남아있어서 피가 멈추지 않는 사태가 계속된다.
(7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