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퇴원해서 집근처 산후조리원에 왔다.초보엄마답게 당연히 모유수유를 하겠다는 꿈에 부푼다. 물론 처음부터 모유가 잘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맨 처음에는 초유가 나오고 (초유에 영양소가 많다고 함) 초유가 잘 나오면 모유가 점점 많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태반이 완벽하게 안 떨어지고 자궁내벽에 콕콕 박혀있는 탓인지 초유가 나올때마다 생리때처럼 피도 같이 나온다. 처음에는 초유량이 적었기에 생리대만 갈아주면 되었지만 초유가 많아지자 피는 생리대를 넘쳐 바닥으로 쏟아진다. 바닥이 피범벅이 되었다.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출산이후에도 한달넘게 생리대를 끊지못하자 의사선생님이 수술을 하자고 했다. 자궁내막에서 태반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과정이 소파수술이랑 비슷하다고 함)
그 와중에 아이는 1박2일동안 나와 분리되었다. 당연히 모유수유를 할 수가 없다. 뱃골이 작은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많이먹는 아이인데... (백일때 이미 8kg, 돌때 13kg) 분유수유를 하게되었지만 그래도 초유라도 먹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이후에도 피가 멈추지않는다. 얼마 후 다시 산부인과를 찾았다. 원장님이 한번 더 수술을 하자고 했다. 그래도 한번만 더하면 드디어 생리대를 떼낼 수 있겠지... 하는 부푼꿈을 안고 수술대에 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큰 수술인데 워낙 힘들었던 출산이후에 일어난 일이라 쉽게 생각을 했다. ㅎㅎ
병원에서 친정도 가까운 곳이라 애도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혼자 병원을 갔다.
그런데 뭔가 마취가 안 풀린 상태에서 또 웅성웅성.... 주위가 번잡하고 간호사 언니가 날 깨운다. 지금 상태가 조금 심각하다면서 큰병원으로 가자고.... 영문도 모르고 구급차에 실려 압구정동에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갔다. 가는길에 부모님께, 또 남편에게도 연락을 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 의사들이 또 10여명씩 와서 자꾸 상태를 물어보는데 아~ 뭔가 큰일이 났구나... 하는 느낌.
뭘 몇가지 물어보더니 입원수속을 밟으란다. 아니, 응급실에 보호자도 없이 딸랑 나혼자 있는데.... 수술직후라 움직이기도 힘들고....조금 서럽긴하더라. 사정을 얘기하니 그냥 자기네가 날 입원실로 옮긴다. (원래 병원에서 수속도 안 밟았는데 입원실로 옮기는 경우는 잘 없어요. 무조건 입원해야 하니까 먼저 옮긴 듯) 자꾸 이런 친절(?)이 날 더 불안하게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게 그 유명한 장천공!이 일어났던 것(바로 가수 신해철이 죽게된 그 일)
자궁내에 깊숙이 박힌 태반을 조각조각 떼어내다보니 자궁에 구멍이 뚫려 그 옆에 붙은 장에도 구멍이 난 것. 그래서 며칠간 장이 저절로 붙도록 (식사를 하지 못하도록) 나를 입원시킨 것이다. 장천공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죽을 수 있으므로. 결국 3박4일간 입원해서 각종 검사를 받은 다음에 퇴원을 했다. 그 사이 단유는 완전 진행이 되었고 며느리 죽는 줄 아셨던 시어머니의 대성통곡(손주를 붙잡고 엄마잃을까 눈물바람이셨다고 함)은 그 이후에 들었다. 남편은 혼자가서 그 큰 수술을 받다가 병원에 입원까지 한 나를 붙잡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고 그 이후 둘째는 꿈도 못꾼다.
최근에 아들이 7살이 된 이후에야 우리부부는 둘째생각이 살포시 들지만 이젠 가뜩이나 늙은 우리부부가 더 늙어서 차마 실행에 옮기지를 못하고 있다.
(마침)
그 다음 이야기는 40대 육아이야기(느린아이키우기 시리즈)로 찾아뵐께요.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