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육아란? 남들보다 10년늦게 아이키우기 #1
우리아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느린아이입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느린아이를 키운다는 건 고난수행과 별반 다르지 않죠. 분명 머리가 나쁜 아이는 아닐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나 이해력이 남들보다 현저히 뒤떨어지고 (기억력은 정확히 이해력에 반비례해 좋았습니다) 행동이 굼뜬탓에 저학년때는 성격이 급하신 여선생님들(대체로 나이가 드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성격이 급하십니다)에게 지적의 대상이 되었어요. 지금 우리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아이도 저도 무던히 노력을 했습니다. 이제는 어딜가도 더이상 구박당하지 않는데 혹시 저처럼 아이때문에 괴로움이 있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제 사례를 보고 희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어떤 부모도 자신의 아이가 남들보다 느린걸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우리 부부는 둘다 성격이 급하고 빠릿빠릿한 편이라 아이 역시 당연히 잘할(남들보다 빠를)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게다가 돌도 안되서 걸음마를 시작했기에 아이의 발달상황에 대해서도 걱정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의외로 말을 시작하는 시기가 매우 느리더니 기저귀도 남들보다 늦게 떼고 행동도 굼떴다. 원래 행동도 느리게 하는데 거기다가 완벽주의 성격이라 더욱 천천히 하는통에 나는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대충하라고 해도 고집이 세서 절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이와 나의 기질은 아이의 유치원시절에 가장 크게 부딪혔다. 아이가 평범했으면 좋겠는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아이는 너무 섬세하고 감정이 풍부해서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다. 다른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고 겉돌았으며 자존감은 낮고 불안감은 높았다. 나는 사랑을 준다고 했지만 아이의 욕구는 너무 커서 내가 사랑을 주면 줄수록 더욱 갈구하기만 했다. 나는 지쳐갔고 아이의 느린 발달상황에 내 자존감도 바닥이었다.
결국 내가 그 때 붙잡은 건 종교와 책이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엄마가 책을 읽으면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니까.... 이런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아이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하지만 읽기는 한다. 나는 아이를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데는 실패했지만 매일 꾸준히 책을 읽히게 해 지금 아이는 매일 1시간씩 책을 읽는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애가 매일 1시간씩 독서를 하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책을 100권, 200권 읽을수록 기준이 잡혀져 갔다.
그 전에는 누군가가 나에게 한 이야기때문에 하루종일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했다. 내가 애를 잘 키우고 있는건지.... 잘 교육을 시키고 있는건지... 갈팡질팡 했다면 언젠가부터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심리학책을, 교육서를 파고들었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명확해지는 게 있었다. 그리고 우리아이에게 적용하면 좋을 것들은 바로 응용도 했다. 지금은 내가 기준이 잡혀서일까...? 남들이 하는 어지간한 이야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갖게 되었다. 아이 공부도 시스템이 잡혔다. 그리고 아이도 학교에 마냥 놀러만 가는 것은 아니더라. 공부는 몰라도 학교에서 배워오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불안,초조함이 낮아지니 아이를 대할때도 한결 여유가 생겼고 아이는 그 여유를 받아 자신감,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한 학기가 다르게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는 좋아지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해도 1학기때의 평가는 늘 좋지 않았다. 2학기가 되면 아이의 성실성, 꾸준함에 선생님께서 많은 점수를 주시기 때문에 언제나 내 손을 잡고 (자신의 오해였음을 고백하는)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 나는 모든 이들에게 어떻게 아이를 키우면 이렇게 되느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생각해도 놀랄만한 반전인데 우리 아이는 5학년이 된 요즘도 나를 많이 사랑한다. 어쩌면 우리 남편보다도, 내 부모님보다도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 아들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많다. 끝없는 사랑을 갈구해서 나를 지치고 절망속으로 빠지게 했던 우리 아들이 그 사랑을 받아서 이제는 내게 다 되돌려주고 있는 형국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2편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