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이 된 느린아이
40대의 육아란? 남들보다 10년늦게 아이키우기 #2
나는 우리 아들이 느린아이인 줄 몰랐다. 누구나 아이가 1살때에는 잘 모를 것이다. 그저 남들만큼(책에 쓰여있는 만큼)발달하기를 바란다. 남들이 뒤집기를 할때 뒤집어야 하고, 앉기 시작할 때 앉아야 하며, 남들 걸을 때 걸어야한다. 첫 아이를 키울때에는 누구나 초보부모이고 잘 모르기 때문에 내 아이가 남들보다 1달, 아니 며칠만 늦어도 엄청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빨리 뒤집고, 빨리 앉고, 빨리 걸었다. 사실 몸무게가 남들보다 훨씬 많이 나갔기 때문에 (100일때 이미 8kg이었고 돌때는 13kg이 나갔음) 걸음을 빨리 걸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걸어서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혹시 운동신경이 좋은가 하고 생각했지만 빨리 걷는것과 운동신경과는 큰 관계는 없었음)
그리고 1살때는 주로 먹는게 큰 이슈가 되는데 아기들은 몸이 조금만 불편해도 먹는게 금새 티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소화력이 좋은지 분수토를 하는 경우도 드물었고, 장도 튼튼한지 변비에 걸리거나 장염에 걸리는 일도 거의 없었다. 말하자면 어릴때는 아이때문에 뭔가 크게 걱정을 한 적이 없었던 것. 한가지 마음에 걸렸던 것은 유난히 잠을 잘 자지 않는다는 것과 (14시간을 스트레이트로 안 자서 정말로 걱정을 했던 적이 있다. 일반적인 아기들의 평균 수면시간에 비해 유달리 잠을 많이 자지 않았다) 피부가 약해서 별 희한한 피부병에도 죄다 걸리곤 했다. 누군가 피부가 약한 것은 폐가 약해서 그런거라고 이야기를 해줘서 나는 주변에 담배피는 분들을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아이의 피부병은 시간이 약인 경우가 많아서 나는 아이가 피부질환을 앓을때면 가슴앓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일반적으로 피부연고에는 스테로이드가 많아서 아기들에게 쓸 수 있는 피부약의 경우가 많지 않아요!)
잠을 잘 자지않는 것치고는 아이의 발달상황은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았다. 잘 먹어서 그런건지 워낙 유전자가 받쳐주는 건지는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둘다 작은편이 아님. 특히 남편은 키가 상당히 커서 솔직히 아이의 키를 걱정한 적은 없음) 지나치게 과체중이 될까를 걱정한 것 외에는 아이는 잘 컸다. 주변에 안 먹는 아기엄마들은 우리아이의 먹성을 부러워한 적도 많고 같이 밥을 먹이자며 제안을 해오곤 했다. (아기들도 성인처럼 주변에서 먹기 시작하면 곧잘 평소 자신이 먹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먹기도 합니다) 나는 주변에서 아기가 잘 먹어서 좋겠다며 부러움섞인 발언을 해오면 나름 뿌듯해했는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고보니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6개월이 지나자 아이는 거짓말처럼 감기에 걸리며 아프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감기에 걸리기 시작하자 나의 괴로운 시간도 같이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는 열에 취약했고(편도가 컸음), 감기에 걸리면 열이 40도까지 오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열은 낮보다 밤에 더 심하게 오르고, 또 30분이내에 열이 40도 근방까지 가기때문에 나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밤에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거의 뜬눈으로 아이를 보살피고, 아이는 한 번 열감기가 오면 5일간 열이 내리지않아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나 또한 초주검이 되어갔다. 주변에 친정이나 시댁이 가까이 계시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남편회사가 근처에 있었고 자상한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줘서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열이 심할경우, 열성경련이 일어나는 일이 잦고 또 초기에 열성경련을 잘 대처하지 못하면 추후 일반경련으로 넘어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2살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