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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이 된 느린아이

40대의 육아란? 남들보다 10년늦게 아이키우기 #3

by 시휴

아이가 2살이 되자 내 심적갈등은 커졌는데 2살때는 말문이 터지는 아이가 굉장히 많다. 특히 아이가 말을 한다는 것은 주변사람과의 소통에서 정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우리아이가 말을 하지않자 나는 많이 위축되었다. 요즘은 아이가 6개월만 되어도 사회성을 길러준다며 문화센터를 다니는 엄마들이 적지않은데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아이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아이가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어할만한 수업을 찾아 백화점 문화센터를 방문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겨우 단어로 말을 띄엄띄엄하는데 유창하게 문장으로 말을 하는 다른 여자아이들을 보자 나는 부러움을 넘어 부아가 치밀었다. 남자아이들은 대체로 말이 늦다는 주변엄마들의 위로도 그때는 별로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2살때는 말을 잘 못하는 다른 아기들도 많으므로 크게 절망에 빠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다른 아이들보다 친하게 지내던 아기엄마와의 사이에서 벌어졌다. 우리아기는 아들이었고 그 엄마네 아기는 딸이었으므로 바로 비교대상이 되었다. 딸을 가진 친구네 아기는 우리 아이보다 뭘 해도 빨랐다. 말을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글, 영어, 숫자 뭘 해도 우리애하고는 상대가 안 되었다.(2살때 한글이나 영어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 그랬다는 이야기) 그 엄마가 자랑을 하는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집에 다녀오면 나는 기가 팍 죽고 괜히 아이에게 짜증을 내게 되었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교육을 할 때가 아닌것을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별것아닌것에 예민해지는 것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별것아니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큰일이었는지...) 암튼 나는 점점 조바심이 나는데 우리 아이는 2살에도 젖병을 빨면서 (6개월에 이유식을 시작해서 먹는것에 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계속 젖병을 빨았음) 천하태평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가 만1년이 넘어가자 나는 육아휴직을 그만하고 복직을 하기위해 준비를 하며 아이를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시험삼아 1달간을 지켜보고 복직을 하기로 회사와 이야기함) 아이는 어린이집에 간 20일 중 반 이상을 아파서 병원에 다녀야했다. 그리고 몸에도 내가 모르는 상처가 생기는 등 학대정황이 의심스러워 도저히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수가 없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말은 못했지만 어린이집 근처 놀이터에만 가도 자지러지게 우는 등 이상행동과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자 어쩔 수 없이 회사에 퇴사처리를 했다. (회사입장에서도 계속 기다려줄 수가 없었던 것) 언젠가는 회사에 복직하겠지 하고 고용보험을 받아 생활비에 보탰는데 이제 퇴사까지 하고나니 정말로 외벌이가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되었다. 이제 회사도 그만두었으니 정말 아이를 보란듯이 잘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내가 잘못끼운 첫번째 단추였다. 아이가 12살이 된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아이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바로 엄마의 관심과 사랑인데 나는 아이를 잘 키우기위한 명목이라고 나를 합리화하며 아이가 빨리 말을 하지않는다고, 남들보다 더 똑똑해보이지 않는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액을 들여 아이에게 읽어줄 전집을 사들였다. 육아서와 교육서를 보면 아이가 정말 원하는 책을 한두권씩 사주라고 하는데... 또 어릴때부터 도서관을 데리고 다니며 책과 친해지게 하라고 하는데... 정작 나는 공부하지 않으면서 아이공부에만 관심이 많아 그런 유용한 팁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아이가 2살때 내린 결정 중 가장 잘한것은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해하자 어린이집을 빨리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돌본것이다. 지나고보니 아이는 섬세하고 예민한 기질의 아이로 내가 계속 어린이집을 보냈다면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어린이집을 그만둔 직후에는 분리불안증세가 심각해 내가 눈앞에만 안보여도(거실에서 잠시 방에 뭘 가지러 다녀와도 / 1살때에는 분리불안증세가 전혀 없었음) 울던 녀석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나는 아이가 충분히 커서 정말 사회생활이 필요하다고 느낄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겠다고 결심을 했다.


(3살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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