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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Apr 01. 2021

역린

feat. 박수홍 님

박수홍씨가 요즘 핫하다. 나라 전체가 그의 가족사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요즘 어지간한 뉴스는 그저 묻히는 시대가 아니었나? 하다못해 노원구 3모녀 살인사건도 이 정도로 이슈가 되지는 않았는데... (친하지도 않고 단 1번 만났던 남자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서 연락 좀 그만하라고 하자 집에 찾아와 당사자 및 그의 여동생과 엄마까지 죽인 사건) 박수홍씨 가족들은 이 이슈가 금세 묻힐 것을 기대하고, 또 마음 약한 박수홍을 얼마든지 회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박수홍씨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역린을 많이 건드린 것 같다. 그는 요즘 흔하다는 비혼의 아이콘 같은 사람이며 (말하자면 비혼 1세대) 조카바보의 대명사인데 또 온 가족을 부양해 왔다는 점에서 옛날 가장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자기를 희생하고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 온 모습은 한편으론 K-장녀와 비슷하게 보인다. 그리고 3형제(혹은 3남매, 3자매)라면 알게 모르게 늘 서운함을 가지고 살아야 했던 둘째의 모습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흔치않게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그래서 이번 박수홍씨 친형 횡령사건에 분노하는 사람의 수가 굉장히 많은 것이다. 박수홍씨는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30년을 끊임없이 일해왔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인기는 없었지만 공백기도 없는 정말 흔치않은 연예인임) 얼핏 회사원 같은 느낌도 준다. 마치 일개미 같은 모습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애초에 '권선징악'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 (펜트하우스를 보라. 시대가 바뀌어서 사람들이 '권선징악'을 싫어하거나 관심 없어할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헌신했더니 헌신짝 됐다'는 이슈에 공감하는 분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박수홍씨 일은 일견 장윤정씨네 가정사와 비교된다. 하지만 장윤정씨가 그 일을 겪었을 때는 비교적 젊었고 또 그 엄마와 아들은 너무 막장이었다. (장윤정씨는 학대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음. 그래서 안타깝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일어날 일처럼 받아들이진 않았다. 장윤정은 젊고 또 엄마만 끊어내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에. 또 실제로도 몇 년 후 그렇게 되었다. 장윤정은 똑똑한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박수홍씨 사건은 다르다. 그의 일은 (규모는 다르지만) 사람들이 보기에 얼마든지 자신의 집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혹은 일어나고 있는. 앞으로도 일어날 것 같은 사건처럼 보인다. 자식들을 차별하는 부모와 돈 잘 버는 자식에게 은근히 기대는 형제자매들, 부모가 자식에게 가스라이팅(요새 많이 사용하는 용어죠? 은근히 길들이는 것을 말함)을 가하는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박수홍씨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 가족들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내가 제일 열 받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들이 법인까지 세워 돈을 빼돌렸으면 최소한 박수홍이 결혼을 못하도록 막지는 말았어야지. 결혼할 여자가 가족들에게 돈 주는 걸 좀 줄이라고 했다고 결혼반대를 했다는 것도 어이가 없지만 최소한 동생의 인생을 망쳤으면 미안한 마음이 1은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이가 50넘고 그토록 희생한 가족들에게 내쳐지게 생겼다. 이는 가족들을 위해 가장으로 희생했더니 엄마와 자식만 똘똘 뭉쳐 아빠를 등한시하는 모습과 겹쳐 보인다.


향후 박수홍씨네 일은 진흙탕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엄마는 이 와중에도 큰아들 걱정이실 것이고 ("너 때문에 네 큰형은 얼굴 들고 한국에서 살지도 못하게 되었다. 이제 속이 다 시원하냐?"라고 말하실 가능성 농후) 큰형은 어떻게든 박수홍을 회유하려고 들겠지만 ("오해다. 내가 설마 그러려고 했겠느냐. 나쁜 뜻이 아니었다. 네가 결혼하고 나면 우리도 먹고 살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등등)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전적인 부분은 그래도 금세 회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수홍씨가 다홍이랑 유튜브만 찍어도 구독자 30만이면 이미 먹고살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하지만 정서적인 면은 사실 회복이 불가능할 텐데요. 그동안도 애써 사실을 외면하고 믿고 싶고 싶었던 것만 믿었던 대가를 치르고 계시니 현실을 이제는 직시하셔야 할 듯합니다. (장윤정씨도 자신이 그렇게 많이 돈을 벌었어도 사실 모은 돈이 얼마 안 되었을 거라고는 예상했다고 하네요. 빚이 있을 줄은 예측하지 못했지만요) 박수홍씨도 마찬가지로 본인이 버는 돈으로 온 가족이 잘 살면 그걸로 족한 거지 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법인까지 세워 친형이 돈을 빼돌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셨겠죠. 그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박수홍씨의 역린을 건드린 만큼 이제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작업을 하셔야 될 듯합니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음가짐으로는 할 수 없으니 마음도 독하게 잡수시구요. 이 글을 보는 다른 분들도 때로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어야 하는 것을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https://tv.nate.com/clip/4094537

첨언 하나 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형제)가 어떻게 40넘은 자녀의 결혼을 좌지우지할 수가 있었냐 하시는데,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 중 대다수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부모도 어려운 자녀와 만만한 자녀가 있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집안에서 만만한 자녀로 취급되는 사람과 결혼할 때는 신중하셔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박수홍씨도 만만했던 자식의 위치에서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어항 꾸밀 때조차 어머니의 눈치를 봤던 것은 진짜 아니었어요. -미우새 중-)   




어제 갑자기 제 글의 조회수가 폭발했네요. 알고보니 박수홍씨가 결혼사실을 발표했던 것. 그의 여자친구이자 아내가 된 분은 친형의 폭로(?)대로 93년생이 맞았고 박수홍씨와는 23살의 나이차가 나네요. 친형의 횡령사실을 빼고 본다면 충분히 부모님이 반대하실 만하고, 또 철없다는 이야기를 들을만하기도 하죠. 잘은 모르지만 큰조카와도 나이차이가 많이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마당(전국민이 가정사를 다 아는 상황)에 굳이 남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할까요? 물론 아내분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있는건 사실이나 가정사와 연애사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정확히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저는 박수홍씨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가능하다면 자녀도 낳으셨으면 하네요. 지금은 가족들과 척진 상황이라 결혼식도 불가능했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손주를 보시게되면 아마 부모님과는 언젠가 왕래하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형과는 불가능하겠지만요)


<다음은 박수홍 SNS 글 전문>

안녕하세요 박수홍입니다.

오늘은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를 아껴주시고 또 걱정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며, 저는 참 겁이 많았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더 조심스럽게 살고자 함이었는데, 지금 와서 뒤돌아보면 제가 제 인생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생각에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늦게나마 용기를 내고, 보다 책임감 있게 '저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오늘 한 가정의 가장이 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식을 치르기에 앞서 부부의 인연을 먼저 맺게 된 것은, 제 미래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깊고 또 그만큼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일 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그동안 너무 많이 참고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습니다. 나 하나만 버티면 모든 상황이 나아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제게 삶의 희망을 준 다홍이의 아빠로서 우리 가정을 위해 살고, 평범한 가족을 꾸리려 합니다.

남들처럼 크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번듯한 결혼식을 못해 준 것이 미안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일로 머뭇거리며 상처주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 감정에도 보다 충실하고 오랜시간 어려운 상황에도 제 곁을 묵묵히 함께해준 사람을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려 합니다.        

제 아내가 된 사람은 비연예인이자 평범한 일반인이므로 지나친 관심과 무분별한 추측은 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감히 여러분들께 축하해달라, 응원해달라 말씀드리기도 송구스럽습니다. 그동안도 이미 너무 많은 격려와 위로를 해주셨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그런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끼쳐드리지 않도록 책임 있는 가장으로서 열심히, 그리고 바르고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구속되었다. 만나는 남자마다 살해하고, 살인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의 죽음을 이용해 사망보험금 수령을 하려고 했으나 뭔가 이상함을 느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TV에 제보까지 했던 그들이다. 일반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뻔뻔함을 장착한 그들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알고보니 이은해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고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갔다. 박수홍의 친형과 그의 아내 역시 박수홍을 이용해 재산을 불렸으며 박수홍이 최후의 통첩으로 전재산 중 30%를 줄테니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박수홍의 죽음조차도 돈으로 보고 활용하려는 그들이 과연 이은해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만일 다르다면 뭐가 그렇게 다른걸까? 그리고 그들의 최후는 어떻게 될까?


이은해와 조현수는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다. 박수홍의 친형에 대한 고소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엊그제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검사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공개되었고 결국 박수홍은 자신의 친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정신적인 충격으로 실신한 뒤 병원으로 실려갔다. 박수홍의 아버지는 아들의 배를 갈라 XX해버리겠다는 막말을 한 후 며느리(박수홍의 형수)와 식사를 하러 갔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언론과 인터뷰도 했다. 그리고 한술더 떠 자신의 큰아들은 아무 잘못이 없으며 박수홍의 재산을 횡령한 것은 자신이라고 밝혔다. (덕분에 전국민이 '친족상도례'라는 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아마 향후 그 법의 악용을 막기위해 그 법은 개정되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장윤정의 엄마와 박수홍의 아버지 중 누가 더 악하고 막장인가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듯하며, 막장부모 밑에 막장자녀가 있다는 사실은 불변이라는 것만 분명해졌다. 정상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박수홍의 가족들 사이에서 박수홍이 그동안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면서 살 수가 있었을까? 어느정도 시점에서 그래도 정리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나 자신이 어리석었다. 요즘은 죄를 짓고도 그리고 증거가 버젓이 존재해도 절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지도층들이 넘쳐 나다보니 일반 국민들에게도 악영향을 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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