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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May 20. 2021

취미부자 05.(1편)

쇼핑

나는 옷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어렸을때는 주로 엄마가 옷을 사주셨기에 나는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또 어떤 옷들이 나한테 잘 어울리는지를 몰랐다. 그저 엄마의 취향대로 옷을 사고 입었다. 엄마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옷들을 좋아하셔서 그런 옷들을 주로 내게 권해주셨고 나는 남색위주의 약간은 수녀복같은 느낌의 옷들이 싫었지만 특별한 반항없이 그저 20대초반까지 그런 옷들을 입었는데, 내가 회사에 취직해 돈을 벌게되면서부터 약간 달라졌다. 이제 내가 버는 돈들을 마음껏 써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나는 엄마의 취향에서 벗어나 여러 스타일의 옷들을 입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프로방스 느낌의 하이디같은 옷들을 사기도 하고, 샤랄라한 원피스를 사기도, 바지정장 차림을 사기도 했지만 20대라고 해서 생각보다 모든 옷들이 어울리는 것은 아니더라. 얼굴에 따라 몸매에 따라 내 장점을 돋보이게 해주는 옷들은 분명히 존재했고 나는 곧 그런 옷들이 어떤 옷들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스타일의 옷들을 사들였고 나는 곧 화장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나는 다소 고지식한 부모님밑에서 컸기 때문에 학창시절에는 화장을 해본적이 없었다. 따라서 친구들에게 화장을 배운적도 없고, 내가 화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내가 고른 예쁜 옷들을 더 돋보이게 하고싶은 이유가 가장 컸다. 그래서 화장을 잡지를 보고 배웠는데 (예전에는 유튜브도 없고 뭔가를 배우려면 책이나 잡지들 뿐이었음) 매사에 효율성을 중시했던 나는 화장도 가장 단시간에 빠르게 해내길 원했다. 그러다보니 기초화장에는 별로 공을 들이지 않고 색조화장 그것도 주로 포인트 메이크업 위주로 화장을 했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나다녀 대학교1학년때 생긴 주근깨를 방치한 것이 지금 와서보면 가장 속상한 일이다. 주근깨는 곧 잡티로 발전했고, 한번 생긴 잡티는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화장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지만 다행히 타고나길 좋은 피부로 태어나 피부관리를 소홀히 한것에 비해서는 현재도 상태가 아주 나쁜편은 아니다.

20대와 30대초반까지 내게 어울렸던 옷 스타일은 30대중반이 지나가자 점차 어색해졌다. 나는 옷입는 스타일을 한번 바꿔야하는구나를 강하게 느꼈다. 그리고 한동안 멀리했던 청바지를 의식적으로도 자주 입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청바지를 멀리하는 순간 몸매가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너무 스판성이 좋은 청바지가 많이 나오지만 약간 신축성없는 일자 청바지를 입어보라. 군살이 붙는순간 청바지가 얼마나 불편해지는지 금새 깨닫게 될 것이다) 30대중반이 넘어가자 더이상 귀여운 아이템은 어울리지 않았으며 지나치게 케쥬얼한 스타일도 입기 어려워졌다. 조금은 성숙한 옷차림을 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한번 대대적으로 옷장을 바꾸었는데 외출복 일색이던 옷장에 홈웨어 제품을 사들였고 (30대후반에 결혼과 임신, 출산을 하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생겼던 불가피한 변화였음. 나이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어요) 기존에 있던 외출복들도 스타일을 좀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66사이즈였으므로 체형변화로 옷을 사는 일은 드물었고 한번 사면 안입는 옷들도 거의 없이 옷 회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주변 사람들은 내가 갖고있는 옷 가지수에 비해 내가 옷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오프라인 쇼핑을 즐겨했는데 (때가 되면 백화점에 나가 아이쇼핑을 하는 일은 내가 즐겨하는 일 중에 하나였다) 아이가 생기자 윈도우쇼핑을 하러 나가는 일은 상당히 사치스러운 일과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점차 온라인 쇼핑을 하게되고, 그때부터 즐겨 방문하는 패션사이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5-2편에서 별도로 한번 정리를 할 예정) 어쨌든 출산후 한동안은 허리라인이 무너져 쇼핑하기가 곤혹스러워지자 나는 패션의 완성은 몸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혹 패완얼이라고도 하지요) 그래서 한때 뱃살을 커버하기 위한 옷들도 몇 벌 사들였으나 곧 그것은 임시방편밖에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매를 커버해주기 위해 옷을 입는것은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옷 입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모델처럼 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누가봐도 방치한 몸처럼 느껴지는 몸관리도 곤란하다) 뱃살제거에 주력한다. 몇년이 걸리긴 했지만 허리라인이 다시 돌아오자 (그래도 처녀때처럼은 안되요) 나의 옷입기는 다시 즐거운 일과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고나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예전에 회사다닐 때와는 달리 일상적인 스케쥴이 없다보니 쇼핑을 한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고, 나는 화려하고 정장느낌의 옷들이 잘 어울리는 편이었는데 그 옷차림들은 동네 아줌마들의 옷차림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었다. (그걸 타개하기 위해 나는 한동안 교회를 다녔다. 내가 교회를 다시 나가게 된 경위는 다른 글에서도 자세히 적어놓았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옷을 잘 차려입고 교회에 나가는 것은 또 나의 소박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소소한 즐거움들은 코로나를 계기로 다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나갈곳이 마땅치 않았던 아줌마의 일과는 모든것이 참혹할정도로 세상과 단절되었으며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전세계인이 침거생활을 한지 거의 1년반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사들였던 옷, 악세서리, 구두 등이 옷장속에서 썩어간다고(?) 느낄때쯤 나는 <당근마켓>에 대해 알게 되었다. <중고나라>에서는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어도 거리가 멀고, 또 택배거래도 불편해 자주 거래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당근마켓>은 근거리라 직거래도 편하고 또 GS편의점의 반값택배를 알게되어, 운전하고 가기 어려운 거리는 편의점택배로 받는 등 은근 재미가 있었다. 처음에는 옷보다 이사오면서 필요없는 짐을 어떻게든 처분하겠다는 일념하에 알게 된 앱이었으나 (그 전 동네에서는 맘까페에 가입했었기 때문에 필요없는 중고물품을 까페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곤 했음. 이사와서는 어떻게 할까 고민중에 까페보다 '당근'이용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된 것) 곧 아이물품을 다 판매하고 나자 <당근>의 꽃은 패션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주 입지는 않지만 버리기 아까운 옷들을 <당근>을 통해 상당히 많이 정리했고, 늘 살까말까를 고민하게 한 유행템들도 <당근>을 통해 저렴하게 구입하기도 함.

어렸을 때에는 예쁜 옷들은 어떻게든 커버가 가능했다. (말하자면 입을 수 있는 카테고리가 상당히 넓다) 그런데 나이가 들자 조금이라도 핏이 어색하거나 컬러가 안 받쳐주면 옷이 몸에 착 붙지가 않는다. (점점 입을 수 있는 옷 바운더리가 작아짐. 몸매의 문제도 분명 있지만 나이가 들면 몸에 딱 맞는 옷들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며 운이 아주 좋아야 가끔씩 그런 옷들을 만나게 됨. 친구 사귀기랑 똑같다고 하면 이해가 되실까요?!) 그리고 늘 컬러풀한 옷을 즐겨입고, 원색도 잘 어울렸던 나는 날이 갈수록 무채색의 옷을 즐겨 입는다. 예전같은 생기가 없어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취향이 바뀐 탓인지는 모르지만 날이 갈수록 옷장컬러가 바뀌어 가고 있다. 옷은 무채색으로 입되 쥬얼리를 볼드한 걸 하던지 아니면 구두를 화려한 걸 하던지 하는 식으로도 바뀌고 있다. 어쨌든 아직은 코로나가 득세하고 있기에 나의 쇼핑생활은 <당근마켓>이용을 제외하고는 개점휴업 중이다. 패션사이트에서는 나같은 사람이 많아 재고가 많은지 역대급으로 할인을 많이한다. 5-2편에서는 내가 애용하는 패션사이트들, 그리고 남편과 아이를 위한 패션사이트도 소개하겠다.


남편과 아이의 옷은 전부 제가 구입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상당히 쇼핑할 게 많아요. 하지만 제가 가장 많이 쇼핑하는 아이템은 식재료 구입입니다. 의상쪽하고는 액수며 횟수가 비교가 안되죠. (아마 주부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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