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K배우 관련 이야기는 어째 사그라들 줄 모른다. BTS가 핫 100 1위를 밥먹듯이 해도,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해도 사람들 반응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찌 보면 일개 배우의 사생활에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몰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현재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유례없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2년째 집에 처박혀 자의와는 상관없는 칩거생활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후보들은 하나같이 독한 사람들로 한 명은 여배우와 불륜을 저질러도, 대장동이라는 비리에 휘말려도, 이젠 하다하다 조폭이랑 연루되었다는데도 다수당의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었다. (이재명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다이하드'가 생각난다) 그의 대항마로 나선 사람은 하루 1 말실수는 기본이요, 청약의 기본 개념도 모르는 데다가 (5.18만 빼면) 전두환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말해서 국민들 혈압을 오르게 하고 있다. 3번째로 지지도가 높은 사람은 막말의 아이콘으로 성추행 전력도 있는 사람이니 이들의 설전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독전'이 생각난다. 또 때마침 TV에서는 '펜트하우스'라는 개막장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며 시즌3까지 방영이 되었는데 독한 주인공들로 인한 국민들의 스트레스는 거의 극에 달하고 있었다.
너무 세상살이가 고단해서였을까...? 착한 사람들 이야기가 몸서리치게 그리울 때 혜성처럼 등장한 드라마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갯마을 차차차>이다. 어찌 보면 작은 시골마을, 공진의 풍경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고 서로 투닥거리긴 하되 오해를 풀고 또 화해하는 모습에 역시 이런 게 사람 사는 모습이지... 하며 흐뭇해한 것은 아마 나 하나 뿐은 아니었을 듯하다. 그리고 그 드라마의 중심에 바로 홍반장(논란의 K배우)이 있었고 사람들이 드라마에 몰입하다 보니 홍반장을 김선호와 동일시하게 된 것도 어느 정도 한몫했을 것이다. 갯차에는 연기 구멍이 없었던 만큼 못 보던 얼굴들이 대거 나왔고 주인공인 김선호를 비롯하여 많은 주조연들이 이제 이 드라마를 발판삼아 더 뜰 일만 남았을 거라고 (배우들은 물론)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 모두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나온 폭로글에 당사자인 김선호는 물론이거니와 시청자들까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폭로글이 너무 디테일했고 또 너무 투머치해서 나 역시 상처를 받았지만 (당사자도 아닌데 일개 시청자가 상처 받을게 뭐 있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김선호 팬들은 물론 갯차 애청자들도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어쨌든 애정하던 배우와 드라마였기에) 더 큰 피해자일 폭로자의 입장을 생각해 모두 말을 아꼈다. (포털의 댓글들은 안 그랬지만...)
마치 드라마에서 홍반장이 마을 잔치가 벌어지던 날 조연출에게 맞았던 것처럼 (폭로자 최씨도 피해자지만 따지고 보면 굳이 마을 잔치에서 조연출이 떠벌릴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최씨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풀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갑자기 <갯마을 차차차>의 동네 사람들처럼 얼떨떨한 심경이 되어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최씨의 폭로를 들은 사람들 중에는 그녀에게 이입되어 자신의 일처럼 화를 내고 분개한 분들도 분명 존재했으며 그녀의 편에 서서 김선호를 욕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급작스럽게 폭로자 최씨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제 글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저와 그분 모두 진심으로 사랑했던 시간이 있는데 저의 일부 과격한 글로 인해 한순간 무너지는 그의 모습에 저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분에게 사과받았고, 서로 오해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사실과 다른 내용이 알려지거나 저나 그분의 이야기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일로 많은 분들에게 큰 피해를 드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글을 보고 외려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쉽게(?) 해결이 될 일이었다면 안 그래도 고단한 사람들 마음에 왜 이렇게 생채기를 냈으며 도대체 어느 부분이 오해였는지 해명을 하라고 말이다. 김선호를 옹호하던 사람들은 "한 사람을 생매장하다시피 해놓고 그만하자고 하면 그게 되냐"며 그녀를 비난했고, 최씨를 옹호하던 사람들은 "남자를 같이 욕해달라고 하더니 자기 멋대로 그 남자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는 식으로 끝을 맺냐며 허탈해했다. 하지만 최씨가 정말 미안해야 할 사람은 바로 그녀와 일면식도 없던 갯차의 애청자들과 갯차에서 열심히 일한 배우들이다. 그녀는 끝까지 배우들과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곧바로 법무법인을 선임해 2차가해는 용납치 않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나는 단지 사람들에게 가십이 필요하고 사는 게 무료해서 이 일이 이렇게까지 확대 재생산 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솔직히 누구 한 명으로 인해 이렇게까지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은 고 손정민군(한강 의대생 사건) 이후 처음인데 이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이 드라마에 몰입한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인식을 했던 안 했던 이 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은 먼저 K배우가 누구인지 파헤쳤고, K배우의 실체가 드러나자 폭로자의 신상 털기에 골몰했다.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글로 털어놓고 김선호가 매장되길 원했던 것처럼 지쳐가는 생활 속에서 오랜만에 힐링 드라마를 찾았다며 환호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털어내기 위해 배신감을 느꼈다며 김선호를 성토했고 또 최씨가 너무했다며 그녀를 비난했다. 결국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폭로전이었다. 알고보니 김선호보다 1살이 더 많았고 이혼경력도 있었던 그녀는 모든 것을 남자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폭로 속에 숨기에는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조짐이 보이자, “A씨의 신상이 무분별하게 공개되고 있고 A씨의 신상과 관련한 허위사실에 기초한 비난, 심지어 신변에 대한 위협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법무법인을 통해 발표를 하고 서둘러 자신의 글을 삭제한 뒤 여론진화에 나섰다.
향후 이 일은 어떻게 될까?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고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갈 줄 알았던 모양새와는 달리 날이 갈수록 불타오르는 중이다. 또 25일에 김선호의 지인이라는 사람이 폭로예고를 함으로써 한층 진흙탕 싸움으로 갈 모양이다. 안 그래도 지나치게 소극적인 소속사의 태도로 인해 소속사 역시 입방아에 올랐던 만큼 어떤 사람에게는 흥미진진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지겨움을 안길 예정이다. 이 와중에 먹지도 않고 집에서 칩거하며 약을 한 움큼 입안에 털어 넣었던 홍반장의 모습과 다리에서 환자복을 입고 자살하려던 모습이 아른거려 괴로운 사람은 나 하나뿐일까...? 드라마에 과몰입했던 만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나 역시 계속 연예란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 와중에 거짓 뉴스를 지어내 여론을 조정하려 하고 1박2일 하차반대를 선언하는 팬들은 정말 어긋난 팬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최씨의 태도와 상관없이 이 일의 핵심 잘못은 김선호에게 있으며 김선호 본인이 잘 처신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임을 그의 팬이라면 잊어서는 안 된다.
최씨의 길고 지저분했던 폭로글에 반해 김선호의 사죄글은 짧고 담백해서 나는 좋았다. 본인도 억울함이 있었겠지만 남자답게 처신하려는 모습에 외려 호감이 갔고 36세라는 나이가 많은 것 같아도 100세 시대를 사는 요즘에는 젊은이일 뿐이다. 아직 라이징 스타인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일을 겪는 걸 보니 아무래도 김선호가 슈퍼스타가 되려나 보다. 나를 포함해 김선호의 팬들도 자중하고 김선호가 절차탁마하기를 기다려주자. 지금까지는 이 정도의 인격과 인성으로도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겠지만 더 큰 스타가 되고 더 큰 물에서 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모습을 갖춰야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