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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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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Nov 05. 2021

스타트업 1-3.

분명히 못 만든 드라마는 아니다. 연출이나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연기구멍도 별로 없는데 그다지 흡인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방영시에는 크게 히트를 치지 못했다. 안타까움은 뒤로하고 1-3편 리뷰를 보자.


1회.

1회의 시작은 한지평(서브남주)의 아침으로 시작한다. 그는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에 살며 비싼 시계와 좋은 차를 타고다니는 인물로 누가봐도 성공한 30대의 전형이다. 그는 스타트업의 옥석을 가리는 투자자로 어렸을때부터 비상한 머리로 인해 주식투자를 포함해 입지전적인 투자수익률을 올린 남자다. 그러나 부모가 없어 다니던 보육원(고아원)에서 200만원만 받고 길거리로 내쫓긴 그는 갈데가 없어 근근하던 끝에 달미의 할머니 원덕여사의 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하게 된다. 자존심이 강한 지평은 쉽사리 할머니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원덕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평이를 챙긴다. 지평은 원덕의 은행계좌를 개설해주며 단시간내에 800만원을 8000만원으로 불리는 엄청난 수완을 발휘한다. 아들이 사업으로 인해 돈에 쪼들리자 원덕은 계좌를 정리해 자신의 돈 800만원을 아들에게 빌려주고, 지평에게는 7200만원을 준다. 지평은 대학교에 붙어 서울로 향하는데 고속터미널에서 자신에게 줄 신발을 갖고온 원덕할머니를 껴안으며 참았던 눈물을 쏟는다. (지평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맛본 사랑이기에 원덕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을 거라는게 이해는 감) 한편 주인공인 달미(수지)는 엄마, 아빠, 언니와 단란하게 지내는데 사업아이디어가 넘치는 아버지는 창업을 원하고 전업주부인 엄마는 회사를 그만두면 이혼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달미의 부모는 갈등끝에 이혼한다. 달미와 원재(달미의 언니/강한나)는 각자 아빠와 엄마를 따라 헤어져 살게되며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그들은 가끔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지만 달미의 엄마가 부잣집 남자를 만나 재혼하며 미국으로 가는 설정으로 헤어지게 된다. (솔직히 애가있는 이혼녀가 재벌사모님이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며, 딱히 갈등이 없었던 그들이 단지 남편의 퇴사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것도 몰입을 방해한다) 게다가 성인이 된 후 만난 자매는 철천지 원수같은 사이로 변해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내뱉고, 지기싫어 허세를 부리는 모습도 크게 공감가지 않아서 1회만 본다면 아쉬운 모습이 많다. 어쨌든 달미의 아빠는 현 샌드박스의 CEO인 윤선학에게 사업설명회를 할 기회를 얻게되고 급히 가던중에 차에 치이고 만다. 병원에 가야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달미아빠는 사업설명회에 참석하고 좋은 반응을 얻지만 결국 귀가하던 버스안에서 뇌출혈로 인해 사망하고 만다. (이 장면의 아빠연기 및 연출이 참 좋았음) 원덕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마음둘 곳 없을 손녀를 위해 가상펜팔을 제안하며 지평에게 편지를 부탁하고 지평도 그 제안을 받아들여 일종의 연애편지 사기사건(?)에 동참한다. 지평과 원덕은 펜팔의 가상주인공을 당시 올림피아드 금상수상자였던 '남도산'으로 정하고 몇달간 편지를 쓰게되는데 그냥 일반적인 편지로 끝날 뻔 했던 일은 지평의 글솜씨+서체+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달미에게 큰 위로를 주고 펜팔이 끝난뒤에도 오랫동안 달미는 도산이(남주혁)를 잊지못하고 그를 만나기를 고대한다.


2회.

샌드박스에서 우연히 보게된 달미가 신경쓰인 지평은 달미를 쫓아가다가 핫도그 가게에서 원덕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란다. 언니인 원재의 파티초대에 가기도 안 가기도 애매해진 달미는 어떻게든 도산이를 찾아 파티에 가기로 결심하고 (원재에게 지기싫어 도산이가 현재 자기 남자친구이며 잘 나간다고 뻥을 쳐놓은 상태) 할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원덕은 지평을 찾아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며 남도산을 찾아야한다고 부탁하는데.. 지평은 당황하지만 자신이 해결해 보겠다며 원덕을 안심시킨다. 스타트업 드라마에서는 테크놀로지를 강조하는 장면이 많다보니 화려한 그래픽 및 화면을 분할하는 식의 연출구도가 많이 보인다. 재벌사모님이 된 달미의 엄마는 바람피는게 일상인 남편의 카드를 쓰면서 호텔로 가출하는데 인재는 그런 엄마가 한심하고 엄마 역시 자신의 남편처럼 인간미없는 딸과 사이가 안 좋다. 인재가 자신이 개최하는 넷트워킹 파티에 달미가 올 것이라고 하자 둘째딸이 보고싶었던 엄마 역시 그 파티에 참석하기로 하고, 지평은 자신의 회사로 줄기차게 사업계획서를 보내는 회사인 '삼산텍'의 대표가 남도산인 사실을 알고 그의 사무실로 향한다. 한편 달미는 커피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데 맡고있는 매장에서 매출신기록을 달성하며 정규직을 꿈꾸지만 고졸인 달미에게 정규직의 문턱은 너무 높다. (드라마에서 달미는 대학에 합격하지만 등록금 낼 돈이 없어 대학을 포기한 것으로 나옴. 그 사실을 추후 알게된 지평이 죄책감에 시달림) 도산은 친구들과 함께 창업한지 1년째인데 코딩실력은 출중한 엔지니어지만 기술을 이용해서 어떻게 사업아이템을 만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마인드는 부족한 상태로 부모님외에는 투자자가 전무한 실정이다. 지평은 도산의 현 상태를 보고는 달미에게 소개를 시켜주기가 무리일 것으로 판단하고 달미가 도산이를 찾을 확률은 미미하니 걱정말라며 원덕에게 말한다. 아버지에게 혼이난 이후에 결국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도산은 친구들과 함께 사무실 집기를 정리하는데 하필 박찬호의 사인볼을 팔려는 순간 이름이 노출되며 달미와 만나기로 약속한다. 달미와 만나기 직전에 지평이 도산을 낚아채서 차로 데리고가며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지평은 도산에게 달미를 만나서 한번만 연극(네트워킹 파티에 남도산으로 나타나는 것)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돈이 급한 삼산텍 멤버들은 그 연극에 동참하려고 하지만 도산은 샌드박스에 들어가는걸 조건으로 내걸고 그 거래는 무산된다. 달미는 도산이 오지않을 걸 알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파티에 향하고 그곳에서 엄마와 언니를 보자 더욱 위축된다. 집으로 가려던 지평은 혼자있을 달미가 신경쓰여 또 그 파티로 향하고 도산이도 달미가 남긴 댓글을 보고 결국 친구들에게 정장을 빌려 그 파티에 참석한다. (도산이 파티에 화려하게 나타나는 모습이 2화의 포인트)


3회.

짠! 하고 나타난 도산으로 인해 기가살게 된 달미는 엄마와 언니에게 허세를 마음껏 부리고 도산도 달미의 연극에 동참한다. 도산이 못 미더운 인재는 도산을 시험해보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위기의 순간에 지평이 나타나 도산을 구해준다. 파티가 끝나고 집에 가야할 시간, 차가없는 도산을 위해 지평은 차와 시계를 빌려주며 달미를 바래다 주라고 말한다. 도산은 그녀를 바래다주는 도로위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또 자신에게 한없이 고마워하는 달미를 보자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하라는) 지평의 조언대로 이 연극을 하루만 하고 끝내기가 싫어졌고, 자신의 명함(삼산텍)까지 주며 관계를 이어간다. (이 장면에서 택시를 타고 자신의 차를 쫓아와 둘의 대화를 엿듣는 지평의 모습이 3회의 관전포인트!) 달미는 정규직대신 재계약을 맺자는 회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퇴사를 결심한다. 도산을 찾아가 화분을 선물하며 자신도 도산의 행보를 쫓아 창업을 하겠다는 달미의 말에 도산과 친구들은 물론 지평까지 기함한다. 인재는 새아버지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운영중인 회사를 고스란히 이복오빠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아버지의 제안대로 미국으로 가는것이 아닌 재창업을 결심한다. 결국 인재와 달미는 둘다 샌드박스에 입주하기로 결정하고 때마침 삼산텍은 코다1위에 입상하는 등 등장인물 모두가 격변에 휘말린다. 지평은 할머니에게, 도산은 친구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게되는데... 바로 "달미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도산은 "그렇다", 지평은 "아니다"로 대답한다. 3회에는 유독 화면분할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스타트업에서 보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원재로 그녀는 동생에게 묘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데 강한나가 그걸 아주 잘 표현한다. 딱히 표정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절제된 표정으로 그 미묘함을 잘 전달해서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있고, 한지평 역을 맡은 김선호는 홍반장과는 머리모양만 바뀐 것 같은데 완전 다른 사람처럼 표정이며 제스처가 남달라 마치 크레파스로 표현하면 48색정도로 무궁무진한 모습을 선보인다. 남주혁이 맡은 남도산은 어렸을때부터 천재지만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시험지 커닝사건으로 인해 오랫동안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살아온 인물로 생각보다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다. 남주혁이 연기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건 사실. 수지가 맡은 서달미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는 캔디같은 인물로 마치 작가가 수지를 염두에 두고 쓴것인냥 수지한테 잘 어울리기는 한다.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수지가 연기력이 조금 딸리는 것은 맞지만 드라마만 본다면 무난한 편인데 그동안 맡은 역할이 비슷하기도 했고 수지가 맡은 역할들을 돌이켜본다면 <당신이 잠든사이에>와 딱히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힘들어 (방 인테리어며 식사장면까지 비슷한 부분이 많음) 아쉬움이 남는건 사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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