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차종영 후 김선호관련 이슈가 2주를 뒤덮었고 나 역시 하루종일 그 이름석자를 검색하느라 분주했지만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할 시점이 되었다. 나는 김선호팬으로써 악몽같은 1주일과 디스패치의 보도로 인해 '그나마 다행이다'는 심경의 2주를 보냈는데 뭔가 그 소식이 잠잠해질때쯤 때마침 가을야구가 시작되며 드라마보다는 야구에 몰입하게 되었다. 워낙 올해는 기대가 낮았던 탓에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정도까지 올라가면 해도 다행이겠다던 처음 마음과는 달리 두산이 엄청 선전하며 7년연속 한국시리즈(이하 코시)에 진출하게 되자 마음이 달라졌다. (여기까지 왔으면 우승이지!) 보통 5판3선승제로 치러지던터라 업셋이 힘든 다른해와는 달리 코로나 시국에 올림픽 일정까지 겹쳐 모든 일정이 너무 늦어지면서 올해만 코시를 제외한 나머지 대전을 3전2승제로 치르게 되었는데 그게 때마침 두산에게 좀 유리하게 작용을 한 터였다. 게다가 김태형감독님은 가을야구를 계속 경험했었고 타팀 감독님들은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한 것도 예기치않게 두산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엊그제 코시1차전이 있었는데 KT감독님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은 이강철감독님(두산 투코)으로 워낙 두산이라는 팀에 대해서 잘 알고, 또한 가을야구 초보감독님도 아니셔서 그런지 코시1,2차전을 보고나니 '우승이 쉽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야구는 모르는 것이니 3차전을 기점으로 우승까지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은 1승이라도 할 수 있을지....)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오랜만에 아이도 학교에 가고 시간이 난 오전시간을 이용해 어떤 드라마에 안착을 해야할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리산을 1-2회 보았었는데 언론에서 혹평했던대로 지리산보다는 지루산에 가까웠고 CG며 음악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제일 아쉬웠던 건 뭐니뭐니해도 캐릭터와 배우들의 이질감이었다. 전지현은 연기력이 나쁜 배우는 아니지만 분명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별그대'나'도둑들'에서 보여준 역할이라는 것을 자타공인 잘 알고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리산>에서의 캐릭터가 본인의 매력을 극대화해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보니 배역을 소화하는데 좀 이질감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주지훈도 막내역할을 맡기에는 너무 노회한 느낌이 강해서 드라마랑 캐릭터가 착붙는 느낌이 없고 좀 따로국밥같아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려한 영상미를 강조하는 연출과 미스터리를 전문으로 하는 극본의 합이 좋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특별히 어딘가 문제가 있는것은 아닌데 각자 시너지가 안 나고 조금만 어색한 부분이 있어도 (대표적인게 CG와 음악) 그게 확 튀어 몰입감을 방해하는 것이다. 연배가 꽤 있는 배우들을 동갑이라고 설정한 것도 무리수였다. 게다가 전지현이 너무 관리를 잘해 다른 배우들에 비해 더 어려보이는 바람에 그런 설정 역시 몰입을 방해했다. (그나마 주지훈과 케미는 나쁘지않음) 요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상당해서 조금이라도 어색한 부분은 못 참는데 드라마를 약간은 안일하게 만든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1회. 1회가 생각보다 너무 지루해서 깜짝 놀람. 요즘은 노래며 드라마며 전반부를 얼마나 공들여서 만드는데....) 아! 그리고 지리산은 넷플릭스에서 다시보기로 볼 수 없다. 다른 OTT를 이용해서 봐야한다고 하던데 지리산의 낮은 인기를 방영하듯 TV에서 재방송으로 해주는 곳이 별로 없다. 다만 대본은 그나마 자기복제를 하는 다른 분야에 비해 조금 나았는데 향후 재반등이 있을지 없을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미 화제성에서 지헤중에 밀린 느낌이다)
주말에는 TV에서 하루종일 재방송으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하길래 남편과 같이 보게 되었다. 얼마 보지도 않았는데 대충 어떤식의 드라마구나 하는 느낌이 오더라. 다 본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1-2회를 본 느낌은 송혜교는 비슷한 역할을 하고 비슷한 드라마를 해도 송혜교 자체가 주는 흡인력만큼은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시간대만 큰 무리가 없고 다른 빅 이벤트만 없다면 아마도 시청자들이 계속 볼 드라마는 바로 '지헤중'이 될 것 같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남자주인공과 나이차가 너무 많이나고 게다가 남주가 연기를 너무 못해서 몰입을 방해한다. 둘이 극중에서도 거의 이모와 조카처럼 보이는데 선을 본다는 것 자체도 너무 말이 안되지만 (극중에서 둘의 나이차는 6살로 남자는 32, 여자는 38이다) 현실적으로 32살 남자가 38살 여자랑 선을 보나요? (나만 이상한 설정인가....) 그 와중에 32살 남자는 집도 잘살고 부족함도 없다. 송혜교의 미모가 여전한 것은 정말 인정하고 40이 넘은 여배우로써 관리를 잘한것도 맞지만 이번 나이차는 너무 과했다. '남자친구'에서는 송헤교가 머리를 단발로 한것이 너무 잘 어울리기도 했고, 박보검이 신입사원으로 나오면서 과감하게 나이를 접고 들어갔기때문에 11살의 나이차도 그렇게 안 어색했지만 (당시 송혜교가 유부녀라 굳이 로맨스를 또 하느냐에 대한 의견이 많았지 나이쪽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음) 장기용은 박보검보다 연기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 나이차가 어색해보인다. 게다가 송혜교의 친구들도 나이가 들어보여서 화면에서 어색함을 더 강조한다. 향후 드라마에서 장기용은 분명 발전된 연기력을 보일것이고 송혜교가 설마 장기용과도 열애설이 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장기용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직후 바로 군대를 간다고 함) 송혜교 본인 역시 이제 로맨스는 끝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어쩌면 송혜교의 마지막 로맨스물이 될지도 모를 이 드라마를 본인은 물론 시청자들도 잘 즐겨야겠다. (나는 안착을 할지말지 아직 모르겠음. 3회를 봐야 결정이 날 듯함)
마지막으로 이영애의 <구경이>. 이 드라마가 재밌을 것 같기는 했는데 딱히 손이 안 가더니 역시 나같은 시청자들이 많은 것 같다. '구경이'는 이미 잊혀진 드라마가 되었는지 기삿거리로도 잘 안 나온다. (기사를 살펴보니 화제성은 물론 시청률도 바닥이라고 함) 내가 오늘 오전시간을 할애해서 본 드라마는 바로 구경이인데... 느낌이 나쁘지않다. 아마도 세 드라마 중 내가 챙겨보는 드라마는 바로 구경이가 될 듯하다. 이영애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고, 킹덤의 중전역할로 유명해진 김혜준이 바로 이영애와 함께 투톱역할이다. 솔직히 김혜준 연기력이 나이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지만 드라마내에서 균형을 잡아줄 정도로 잘하지는 않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 자체로 본다면 스피디한 전개, 그리고 구멍이 없는 연기조연들 등 세 드라마중에서는 가장 세련되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지리산과 지헤중은 뭔가 올드한 느낌이 있음) 구경이는 물론 살인사건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향후 전개가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데 (지리산도 예측불가능한 부분이 있고, 엔딩 등 깜짝 놀라게 하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연출이 문제인건지는 몰라도 어딘가 모르게 올드하다) 구경이는 특히 신인들의 대거기용으로 새 얼굴들이 많아 더욱 참신하다.
어제 이 글을쓰고 오늘 아침에 구경이 3회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 드라마는 희한하게 '연극'이 모티브로 연출도 연극같은 장면이 상당히 많은데 1-2회에 비해 3회가 훨씬 재밌으며 3회를 보자 이 드라마에 완전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김혜준이 왜 이영애와 함께 드라마의 투톱으로 나섰는지 3회를 보자 더욱 이해가 되었는데 평소 오버하는 듯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얼굴 표정이 확 바뀌는것이 확실히 연기자의 면모를 보여주더라. 김혜준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계비로 나왔을때 시즌1에 비해 시즌2에서 엄청난 연기발전을 보여주어 주목받았다고 한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나는 킹덤을 보지않은 1인)
구경이의 플롯은 단순한 편인데 이영애가 탐정으로 나오고 (원래 전직 경찰관이었으나 남편의 죽음관련으로 그만둠) 후배인 NT생명 보험조사관의 손에 이끌려 보험지급관련 사건을 조사하다가 이 일이 단순사고가 아니라 교묘하게 위장된 살인사건임을 눈치챈다. 그리고 한번의 살인사건이 아니라 여러건의 살인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도... 그래서 그 사건을 파헤치던 중 맞닥뜨리게 되는 K와의 두뇌싸움이 이 드라마의 큰 줄거리다. 그런데 단순한 플롯에 비해 인물들이 엄청나게 입체적이며 (보통 주인공만 입체적인데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이 다 복합적이다) 그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현재 6회까지 방영된 상태인데 아직 3회까지밖에 보지않아서 딱히 리뷰랄건 없지만 앞으로 드라마 리뷰도 할지말지는 보고나서 결정하겠음.
생각해보니 고현정도 있었다. 혹시나 재미가 있을까 싶어 엔딩클립을 몇번 봤는데 도저히 이해(아니 공감)가 안 가더라. 김보연이랑 고부관계로 나오는것도 그렇고... 연하남이랑 불륜을 저지르는 치명적인 팜프파탈로 나오는 것도 그렇고... 선덕여왕 미실에서 한치도 안 변한것 같은 모습도 그렇고... 물론 살뺀것으로는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으나 이제 나이가 50이 훌쩍 넘었으니 그런 역을 소화하기에는 벅차다는걸 스스로도 좀 알아야하지 않을까? 게다가 가해자를 피해자처럼 묘사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나오며 누구의 감정선을 쫓아가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형국이라... (나만 공감을 못한게 아니었음) 복수극이라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칙칙할 수밖에 없는데 의외로 고현정이 입은 패션때문에 본다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미니시리즈보다는 아침드라마같다는 평도 있으니 사실 제작진에게는 치명타같은 말이다. 이미 지상파에서 드라마가 망해가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었지만 케이블계의 양대 드라마 왕국인 tvN과 JTBC중 tvN이 승승장구하는동안 JTBC는 죽을쑤고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솔직히 20년전부터 톱스타로 활동해온 4명의 여배우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거의 동시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었으나 객관적인 승리자는 아무래도 송혜교가 될 듯하다. 드라마의 완성도로 보자면 '구경이'가 제일 낫지만 대중적인 선호도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로 보임. 20대에는 향후 톱스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스타들이 제법 보이는데 의외로 30대의 연기잘하는 뉴페이스가 많지않다. (솔직히 그래서 최근 김선호에 대한 반응도 컸던 듯) 헐리우드에서 한국연예계에 관심이 많은 이 때,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