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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Jan 11. 2022

그 해 우리는

제목이 입에 달라붙지는 않는 드라마다. 내 나잇대랑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특별한 이야기도 없고 잔잔한 감정선을 그리는 드라마인데 한번 보기 시작하니 계속 보게된다. 이 흡인력과 몰입감은 뭐지? 일단 요즘 보기드문 투톱주연인데 캐스팅은 잘한 것 같다. 무엇보다 남자주인공인 최우식이 연기를 잘하니 드라마를 끌고가는 힘이 좋고 여주인공인 김다미는 솔직히 딕션은 안 좋아서 뭐라는건지 웅얼웅얼대는것 같아 거슬리지만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조연들은 대체 어디서 나온 인물들인지 할 정도로 낯선 배우들이 많지만 최소한 감정선에 방해를 줄 정도로 연기를 못하는 사람들은 없다. 두 주인공의 친구인 김지웅역을 하는 배우가 지나치게 노안인것만 좀 신경쓰이는 정도...? 사실 29세를 연기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듯하나 워낙 드라마의 절반정도가 고등학교때 씬이라 (남녀 주인공들은 교복을 입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동안이기도 하고 소화를 잘함) 맞지않는 옷을 입은것처럼 어색함.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방송국에서 전교1등과 전교꼴등을 같이 촬영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하는데 전교1등인 국연수(국영수가 아님 주의. 김다미)는 출연료때문에, 전교꼴등인 최웅(최우식)은 부모님의 권유(전교1등과 붙여놓는다는데 반대할 부모님은 없을 듯)로 1달간 촬영에 합의한다. 그들이 고3인 것이 특이한 부분이지만 어쨌든 서로 전혀 맞지않는 둘은 한달동안 으르렁대며 촬영에 임하지만 촬영 마지막날 분위기에 휩쓸려 첫키스를 하고 사귀기로 한다. 그들은 먼저 국연수가 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재수를 하게된 최웅이 (기적적으로)국연수와 같은 대학에 합격을 하게되면서 캠퍼스 커플로 5년간을 사귄다. 최웅의 부모님은 동네에서 맛집식당을 여러개 운영하시는 분들로 외동아들이라 외롭게 자라긴 했지만 돈을 벌어야한다는 강박은 없는 최웅은 늘 한가로이 누워서 햇살을 즐기는 유유자적한 삶인데 반해 부모님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국연수는 가난이 지긋지긋하고 그 와중에 삼촌이 사고를 쳐 살던 동네에서 이사까지 가게된다. 이사를 가면서 연수는 최웅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런 연수에게 매달려 보지만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최웅은 그 이후 오랫동안 힘겨워한다. 연수 역시 최웅이 싫어서가 아니라 돈걱정을 하지않는 최웅옆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야하는 자신의 신세가 너무 싫어   모질게 그를 떠났던 만큼 그녀 역시 최웅을 잊지 못한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때로는 원망하면서 살아오던 그들은 29이 되던 해에 10년전에 찍었던 다큐영상이 다시 화제를 모으자 후속편을 제작하고자 하는 방송국측에 의해 재촬영을 하게된다. 그들의 동창이자 최웅의 가장 친한 친구인 지웅이 방송국PD가 되어있는 터라 지웅과 그의 후배가 촬영을 맡게된다. 전교1등이었던 연수는 작은 홍보회사에서 팀장을 맡아 일을 똑부러지게 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최웅은 자신의 재능이던 그림실력으로 건물만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늘 드러누워 있기만 하던 최웅이 자신이 섭외하러 다녀야하는 유명작가가 되어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연수와 5년만에 그녀를 마주치며 놀라는 최웅의 모습이 1회에 나오는데... 결말은 그들이 오해를 풀고 결국 다시 재결합하겠구나 하는 느낌이지만 상당히 심리묘사를 깊이 파고들어가는 모습이 좋다. 그리고 연출도 잘한다. 요즘은 보는 드라마마다 연출을 매우 잘해서 연출가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역시 이러니 지리산이 망했구나... 는 마음도 같이 들었다. 한국은 변화가 빠르고 한 명이 수준높은 작품을 내놓으면 다른 분들도 그 정도로 작품수준을 빠르게 올리기 때문에 안주하면 도태되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금도 '도깨비'를 보면 그 화려한 영상미가 좋은데...아쉽지만 지리산과는 합이 좋지 않았던 듯) 이 드라마는 감정선이 깊은만큼 나레이션 부분이 압권이며 그것도 몇분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장시간 나래이션이 들어간다. 최웅의 친구인 지웅은 초등학교 입학식때 만나 초/중/고 동창인데 싱글맘인 엄마와 반지하집에서 산다. 일때문에 바빠 늘 혼자인 지웅은 자신과 달리 화목한 부모님과 함께사는 최웅이 부러우면서도 바쁘신 부모님때문에 자신처럼 혼자 놀아야하는 그에게 부러움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느끼는데 자신의 시간은 물론 가족들까지 share해주는 최웅때문에 연수를 좋아하면서도 티내지 않는다.(11회에서야 겨우 웅이한테 자신의 마음을 알림) 연수는 가정형편때문에 늘 친구들에게 얻어먹어야 하는 신세가 되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자발적 왕따를 자처하며 공부만 해서 전교1등에 오른 인물로 자신에게 모든것을 다 내어주는 최웅이 유일한 남친, 그리고 친구였다. 너그러운 최웅의 부모님은 장사로 바빠 아들과 시간을 보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고, 정작 지웅과 연수의 부러움을 받는 최웅은 공부도 못했고 딱히 하고싶은 것도 없는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내용이 하도 잔잔해서 '내가 지금 이걸 왜 보고있지~'싶은데 또 한번 보기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매력이랄까...? 주인공인 최웅은 뻑하면 잠수를 타는 전형적인 회피성향 같으면서도 그들의 친구인 지웅이랑 연수는 그런 최웅을 이해하고 심지어 찾아다니기까지 한다. (게다가 잘 찾아내기도 함) 이 잔잔한 드라마를 몰입시키는 것은 바로 연출의 힘인데 8회에 4번의 키스씬을 몰아넣어 애청자들의 폭발적인 성원을 이뤄내더니 드디어 11회 에필로그에서는 그동안 최웅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적의 이유까지 밝혀져 눈물샘을 자극했다. 지웅과 연수에 비해 많은것을 가진 줄 알았던 최웅도 역시 결핍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핍'에 관한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누군가에게는 답답해 보일 수 있겠지만 10대와 20대를 거쳐오며 한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연애 뿐 아니라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기에 그들이 그렇게 서로에게 얽매이는 것도 한편으론 이해가 갔다. 그래서 나는 20대에 많은 연애를 해보기를 권장한다. 연애를 한다는 것은 떄로 피곤한 일의 연속이지만 (시간도 내야하고, 감정소모도 극심하고, 돈도 써야한다) 모쏠은 알지못하는 또다른 행복이 있듯이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다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 되겠지만 아무리 큰 상처도 때론 시간이 약인 법이니까.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쫑쫑이를 통해서 보여주다니.... 울림이 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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