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휴 Dec 31. 2021

차기 대통령 1.

(대선판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동안 대선관련 뉴스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어차피 이재명이나 윤석열 둘 중 하나가 되리라 믿었고 또 둘다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일 이재명, 윤석열 대신 이낙연이나 홍준표가 되었다면 대선판은 상당히 흥미진진했을 것이고 나 역시 과몰입을 했을수도 있었는데 차악도 되지 못하는 최악의 인물 둘이서 공방을 펼치는 걸 보고있자니 피로감을 넘어 스트레스가 왔다. 그런데 내가 자주 가는 N판에서 어느날부터인가 '안철수'이야기가 자주 들리더라. 대안이 되기에는 너무 적은 지지율이었고 (4~5%정도) 세번째 대선도전이라 참신함도 없는 인물이었는데 왜 멀쩡한 사람을 두고 범죄자들 중에서 고민하냐며 소신껏 안철수를 찍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안철수를 찍으면 사표(死票)가 될까봐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었는데 (또 사실 10년간 중도사퇴만 해 온 안철수에게 실망도 컸다)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더니 어느덧 10%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유튜브도 찾아보고 기사도 살펴봤더니 역시나 안철수에게 가장 빨리 반응한 것은 주식시장이었다. (안랩 주식이 오름) 또한 민주당과 국힘당 모두 안철수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단일화 이야기를 흘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뉴스도 안철수 지지율이 10%가 넘으면 대선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많던데... 안철수 기사들을 보기 시작하자 나는 그가 예전에 "내가 MB아바타입니까..?"라고 했던 때와는 상당히 다른 내공을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철수는 현 상황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었고 정치판에 들어온 10년동안 실패만 거듭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것은 아니었다. 말을 어눌하게 하는 치명적인 단점탓에 자신의 지식을 밖으로 내보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가 바보인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11월초에 한 인터뷰는 12월말이 된 현재 거의 들어맞았고 마치 예언자를 보는 듯하다. (말을 느리게 하는것은 여전했지만 더이상 어버버하는 모습은 없었음) TV예능프로에서는 안철수의 출연을 백지화했지만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던가! 모두가 1인 미디어를 갖고있는 시대에 그것은 큰 장벽이 되지 못한다. 노무현 이전에 3김시대(김영삼,김대중,김종필)때에는 정당이 솔직히 후보개인1인정당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창당을 하는 <사람>이 중요했는데 3김시대 이후 정당들이 거대화되면서 인물보다는 정당위주로 돌아가고 20년동안 양대정당이 번갈아 권력을 잡으며 복수극을 펼치는듯한 모습을 선보여왔다. (마치 영/정조시대의 노론과 소론처럼 말이다) 극단적인 갈등에 질린 국민들은 이제 대통합을 생각하는데 여전히 국민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권은 연일 갈등만 조장하고 있었으니 중도성향의 안철수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하겠다.

나는 한동안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왜 우리나라는 국민들 수준에 비해 유독 정치인의 수준이 낮고 4류라 불리는 정치권의 레벨은 오르지 못하는가에 대해... 그런데 국민수준이 올라가고 몇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한가지 유의미한 일이 발생했는데 그것은 바로 '국민의 힘'에서 이준석이 당대표가 된 일이다. 이준석은 아마 예전 같았다면 절대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고 그 변한 세상을 영리하게 캐치한 그는 불리한 여건속에서 남들과 다른 방법을 이용해 당대표로 당선되었다. (물론 현재는 윤석열과 좋지 못하지만 이 일은 장기적으로 윤석열에게 불리하지 이준석에게 불리한 일은 아니다) 윤석열은 검찰총장시절 법무부 장관이던 추미애와 갈등을 빚으며 한차례 이미 그 악독함을 널리 보여준 바 있다. 그때는 정치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윤석열에게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무능하다는 낙인을 찍지 않았었는데 솔직히 정치인 윤석열은 안철수가 초반에 겪은 어려움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 (어리버리하고 무능한 인상을 보여주는 중) 게다가 가족리스크, 당대표와의 불화(이준석은 그냥 당대표가 아니다. 그는 20-30대를 대표하는 청년의 모습인데 당대표에게도 함부로 대하는 대선후보의 모습이 20-30대에게 어떻게 비칠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이젠 말실수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운 1일1망언 등의 모습으로 스스로 지지율을 까먹고 있다. 이재명은 어떤가?! 그는 김부선과의 불륜에도, 형수에게 한 욕설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서 대선주자까지 되었지만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임에도 35%지지율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이 아무리 삽질을 계속해도 그 이탈표가 이재명에게 가는것이 아니라 무응답, 혹은 부동층으로 머물다가 안철수가 10%이상 지지율을 얻고 15%정도까지 되서 더이상은 사표가 되지않을 것이라고 국민들이 확신하게 되는 순간 아마 안철수에게 폭발적으로 몰릴 것이다. 말하자면 이재명이 얻을 수 있는 최대 한계치는 35%라는 뜻이 된다. 역시 예전같았다면 이재명과 윤석열의 치부가 이 정도로까지 까발려지지 않았을 것이며 국민들 역시 욕하면서도 둘 중 한명을 선택하던가 아니면 정치가 환멸난다며 기권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이 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며 자라온 세대이며 강력한 팬덤으로 연예인을 발굴 혹은 키워오기도 한 세대인데 이제 트로트로 인해 나이드신 분들도 그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전국민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정치인도 예외가 아님)에게 팬덤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걸 맨 처음 보여준 정치인이 바로 노무현 전대통령이다. 노사모라고 불리던 그의 팬덤은 향후 박근혜 대통령의 박사모로 이어지고 (현재는 태극기부대가 됨)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정치색이 강했던 노사모에 비해 박근혜, 문재인대통령은 정치보다는 마치 연예인 팬덤같은 경향이 강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음) 아마도 호감형의 외모가 한몫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양대후보인 윤,이에게는 그런 팬덤이 보이지 않으며 그들은 개인적인 팬덤보다는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던 팬덤은 이제 안철수로 대동단결할 조짐이 보이고 1월에는 15%, 2월에는 20%로 지지율이 오를 것이다. 20%이상 지지율이 오르면 차기대통령으로 안철수를 예상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많아지고 결국 권력을 잡고자하는 야당쪽에서 안철수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범야권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철수 스스로도 이번에는 완주한다고 이야기했으며 지지율이 3-4%에 불과했던 제3지대 후보가 결국 대권을 차지한다는 극적인 스토리는 한국인의 구미에도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 대선이 흥미로운 판세로 흘러갈 조짐이 보임)

나는 안철수 비전중에 <국민연금>에 관한것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1990년생인 30대초반이 65세가 되면 국민연금이 고갈되어 한푼도 남지 않는다는 이 영상이 자못 충격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윤석열, 이재명 누구도 국민연금 이야기는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그저 부동산세금을 왕창 걷어 국민들에게 금전살포하겠다는 1차원적인 이야기말고 향후 IT시대에 어떻게 할건지, 코로나같은 전염병이 또 돌면 그때는 어떻게 할건지, 이미 뇌관이 되어버린 국민연금은 어떻게 해결할건지 최소한 이런 이야기를 대선판에서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역대급의 최악대선이라는 혹평속에서도 뽑을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이 한 명정도는 있고 또한 그 싹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가져본다.

P.S.

세계가 4차혁명을 맞이하여 기술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취업을 위해서는 이과로 진학하는게 유리해진지 벌써 10여년이 훌쩍 넘은 것 같다. '문송합니다'란 말이 화자된지도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우리나라 대통령만큼은 이과생은 무풍지대인지 문과생(법조인)이 꽉 잡고있다. 이제는 과학기술이 능통한 이과 대통령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을까? 안철수처럼 세력이 없었지만 오직 자신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마크롱처럼 안철수가 혈혈단신이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기적이 있었으면 좋겠다. (세력이 없다는건 단점도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선된 후 논공행상할 필요도 없어 장점이 될수도 있음) 

https://ahnflix.kr/videoMain/selectMainList


매거진의 이전글 차기 대통령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