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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Feb 18. 2022

서른.아홉

(feat. 1-2)

어제 1회를 재방송으로 보고 저녁에 본방송으로 2회도 봤다. 처음 1회를 보고난 후 첫 느낌은 "엇? 지헤중(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송혜교가 최근에 나온 드라마)이랑 스토리가 완전 똑같은데? 대본이 영~" 대충 뭐 이런 느낌이었다. 물론 지헤중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아니라서 완전 똑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략 스놉시스가 비슷한 느낌. 40을 목전에 둔 여자들 세명. 우연히 알게된 남자랑 하룻밤. 게다가 친구3명 중 1명이 병에 걸려 죽는것까지...  그리고 대본도 지나치게 우연의 연속인데다가 어딘가 모르게 세련되지 못하고 옛날 느낌이랄까...? 그래서 1회를 보고 실망이 많이 되서 2회를 보고나서 계속 시청할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2회를 보고나니 그냥 쭉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른.아홉>과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차이는 결정적으로 배우들에게 있었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도 잘해서 진짜 죽어가는 대본도 살리는 중이니까. 2회는 1회보다 훨씬 코믹적인 요소가 강했고 역시 죽음에 대한 연출도 빠르게 나오며 감정진폭이 큰데 배우6명이 그 감정선을 다 살리더라. (솔직히 말해 1명은 연기가 좀 어색하지만 분량이 작아 크게 도드라지지 않음)

이제 안보신 분들을 위해 대략의 줄거리를 말하겠음.

3명의 여자가 있다. 그들은 30대후반으로 (정확히 39인지는 드라마에 안 나옴. 곧 40이라는 것만 나온다) 손예진은 피부과 원장인 차미조로, 전미도(슬의생에서 여의사로 나오신 분)는 연기자 지망생이었으나 뜨지 못하고 현재는 연기지도를 하고있는 정찬영으로, 김지현(갯마을 차차차에서 홍반장의 형수로 나오신 분)은 백화점에서 화장품판매 매니저를 하고있는 장주희다. 그들은 학교 동창생이 아니라 특이한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강남에 살지만 입양아라 마음속 깊은곳에 불안감이 있는 미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의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고척동을 찾아가고 지하철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찬영은 비슷한 또래의 여자애가 곤란을 겪자 돈 만원을 빌려주고 자리를 뜨려 하는데 그 와중에 돈을 갚겠다는 미조에게 "괜찮아, 불우이웃 도운 셈 칠게"라고 말했다가 말다툼을 하게된다.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같이 고척동 분식집을 찾아가고 미조의 친엄마라고 믿었던 그 사람에게 주희라는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충격을 받는다. 결국 주희의 엄마는 미조의 친엄마가 아닌것으로 밝혀지고 그걸 인연으로 셋은 오랫동안 우정을 쌓게된다. 미조의 학교선배인 김진석(이무생/'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를 짝사랑하는 역으로 나오신 분)은 찬영과 연인관계였으나 진석이 유학가면서 둘은 헤어지게 되고, 찬영을 잊지 못하는 상태로 타지에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지낸 그는 아이가 생기자 책임감에 결혼한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찬영이 있었기에 그들은 성적인 관계를 하진 않지만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핑계로, 또 일로 얽힌 관계이기 때문에(진석은 매니지먼트 사장이고 찬영의 고용주거나 혹은 클라이언트 같은 관계) 지속적으로 만나고 그런 모습이 미조는 불만이다. 미조는 그들의 관계를 불륜이라고 힐난하며 헤어지기를 종용하지만 이미 서로의 삶에 10여년간 깊숙히 파고든 그들은 그 관계를 지속할수도, 끊어낼수도 없이 괴로워만 할 뿐이다. 주희는 40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성관게를 해본적 없는 버진(숫처녀)으로 언제 어디서나 로맨스를 꿈꾸지만 한번도 현실의 남친을 만난 적이 없는 특이한 타입이다. 10여년 전 연애후 사랑과는 담쌓고 일에만 매진해 온 미조는 병원개원 후 은행빚을 다 갚자 자신의 유일한 취미인 골프를 마음껏 쳐보고 싶은 마음에 1년간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자신을 대신할 피부과의사를 뽑는데 그가 바로 김선우(연우진/남주인공)이다. 김선우는 미국에서 의학을 전공했는데 미조가 입양된 고아원에서 여동생을 입양한 전례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 그 고아원에 봉사를 하러 갔다가 마주치게 되었던 것.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미국에 계시는데 여동생은 파양을 이야기하며 한국으로 가자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돌아와 의사국시까지 치러야 했던 선우는 삶이 고단함을 느끼다가 미조를 만나자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건 극중 손예진이 너무 예뻐서라고 밖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이야기긴 함) 미조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인 라흐마니노프마저 같이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 선우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만 자신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도 사귀자는 이야기에는 철저히 선을 긋고 또 미국으로 갈 생각이라고 하자 마음이 답답하다. 한편 미조는 모든 걸 다 가진 자신이 왜 약이 없으면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지 답답해하지만 해결책이 없고, 선우에게 자신의 입양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자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편안함을 느낀다. 친구들은 미조의 연애사에 엄청 관심을 보이며 모여서 수다를 떠는데... 40이 다 되어서도 서로의 연애사에 관여하며 여고생들처럼 낄낄대는 친구들이 있다는게 이 드라마의 포인트이긴 하다. (어찌보면 재벌을 만난다던가 하는게 아니라 육아와 코로나에 지친 주부들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친구들을 만나 까페가고 술집가고 하는게 요즘 시대에는 로망일수도!) 주희네 집 근처에는 셋이 잘 가는 노가리 술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술집은 중국집으로 바뀌고 비혼3인방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 주희는 중국집 사장(박현준/이태환, 예전에 드라마W에서 이종석의 비서로 나옴)의 외모가 출중해 한눈에 반하는데 연애고자(?)인 주희를 위해 미도와 찬영은 같이 중국집으로 출동하고 그 곳에서 현준의 여친(으로 보이는 여자)를 발견하고 셋은 고량주를 마신다. 여자3인방이 동창이 아닌 특이한 인연으로 뭉쳤다면 남자3인방도 각자 인연이 있는데, 미조에게 선우를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진석이며 또 선우와 현준은 서로 아는 사이로 현준의 개업을 도와주러 선우가 가게에 들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우연이 많은건 옥의 티) 어쨌든 이 드라마의 1-2회는 서로의 관계, 인물소개, 그리고 배경소개 식으로 흘러가는데 구식대본을 갑자기 한 순간에 몰입시킨 건 단연코 손예진의 눈물연기였다. 미국을 가기전에 건강검진을 받으려는 미조는 하는김에 찬영과 주희도 같이 검진을 받자고 하는데 건강검진 결과 찬영이 암4기였던 것. (췌장암인지는 확실치 않음) 담배를 오랫동안 피워왔던 찬영은 뭔가 몸의 이상함을 느꼈지만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은 상태였고 친구의 상태가 그런지도 모른채 술을 마시며 놀아온 미조는 죄책감과 원망을 동시에 느낀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상태로 병원을 뛰쳐나가는 미조의 모습을 보고 선우는 불안+걱정을 하지만 연락조차 되지않던 그녀가 진석의 사무실로 쳐들어와 멱살을 잡고 오열하자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손을 잡으며 위로를 건넨다.       

향후의 스토리는 이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달렸다. 이는 오직 배우와 연출의 힘인데 이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배우들의 힘은 놀라울 정도이다. 연출은 딱히 감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못봐줄 정도는 아니고, 엄청 바른 이미지의 전미도가 배역을 맡아서 그런지 욕하면서 볼 수 밖에 없는 불륜관계가 애처러운 사랑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한가지 아쉬운 건 연우진의 동생으로 나오는 안소희가 얼굴이 조금 이상해진 것 같은데 나만 느끼는 건가...? 연기도 딱히 늘은 것 같지않아 더욱 아쉽긴 하다. 어쨌든 <옷소매 붉은 끝동>이후 볼 드라마가 없어 소강상태였는데 그래도 보고싶은 드라마가 생겨서 다행임. 향후 3-4회도 리뷰를 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몇 번이나 그만볼까 하다가 또 신기하게 계속 보게되는 드라마. 10회까지 본 지금 하고싶은 말은 그래도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조금은 진보하고 있다는 것. 자극적인 소재를 잔잔하게 풀어가는 매력이 있다. 처음에는 배우들이 완전 초보작가를 끌고가는 모양새였다면 중반쯤부터는 어느정도 배우들과 극본이 어느정도 합이 맞아들어가는 느낌. 특히 여주인공 친구3명이 이제 완전 서로 친해져서 정말 친구처럼 보이며 거기서 나오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친구의 시한부로 인해 슬프면서도 선우의 존재로 인해 기쁘기도 한 미조, 죽음을 앞두었지만 자신의 옆에 있어주는 진석과 친구들, 그리고 영화를 찍게 된것이 행복한 찬영, 찬영의 죽음이후에도 미조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불안해하는 주희까지. 복잡다단한 감정을 잘 살리는 3명의 배우로 인해 극이 풍성해졌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이왕 이렇게된거 마무리까지 잘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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