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날짜로 서른.아홉 드라마가 끝났다. 이 드라마를 다 보고난 느낌은 여주인공이 손예진이 아니라 전미도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이야말로 반전 아닌 반전!) 그리고 이 드라마가 그리고자 한 것은 확실히 워맨스가 맞았다. 처음에 감을 못잡고 헤매던 극본은 날이 갈수록 안정적이 되어 일정한 톤을 유지했고, 아예 전미도가 연기하는 '찬영'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극은 갈 길을 찾은 듯 보였다. 따라서 남주인공 역시 김선우에서 김진석으로 방향을 틀면서 연기가 확실히 되는 그 둘이 중심을 잡아주자 드라마는 완전 자리를 잡았다. 물론 원톱역할이 어울리는 손예진이 조연(?)을 하기는 약간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으니 전미도와 투톱주연이라고 해 두자. 우리나라 드라마는 대개 초반에는 잘 흘러가다가 막판에는 벌여놓은 일들을 서둘러 마무리하는 경향이 짙었는데 이 드라마는 정말 그 사건들을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마무리한 느낌이 있다.
3회부터의 스토리를 이야기하자면 찬영의 시한부 사실을 알게된 미조는 이 사실을 찬영은 물론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어 속을 끓이고,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미조에게 큰 일이 난 것만큼은 감지할 수 있는 선우에게 이끌려 같이 달리기를 하다가 그에게 찬영의 췌장암4기 사실을 알린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자는 미조와 그것만큼은 죽어도 싫다는 찬영은 말다툼을 벌이고(치료를 해도 나을 확률은 0.8%였음), 결국 미조는 찬영의 소원대로 일상을 보내기로 한다. (찬영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미조는 미국유학 생각은 접는다)
한편 찬영이 아프다는 걸 뒤늦게 알게된 주희는 속상한 마음에 혼자서 술을 마시며 둘에게 서운함을 토로하고, 셋은 예전에 가려다가 못 간 나이트에 가서 춤추고 노는 것으로 셋만의 버킷리스트를 실천한다. 진석의 와이프는 찬영에게 진석과의 애매한 관계를 청산하라고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살면 죽을 때 부끄럽지 않겠느냐?"라고 말을 하고, 그 말을 듣고 참을 수 없었던 미조와 한바땅 몸싸움을 벌인다. 찬영의 병을 알게된 진석은 와이프와 이혼을 하고자 하지만 그의 아내는 이혼을 거부하고 진석은 집을 나온다. 선우의 여동생은 술집생활을 청산하고 집에서 누워있다가 보육원을 한번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서고 그곳에서 지내기로 마음먹고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찬영은 부모님께 자신의 병을 알려야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고, 뭔가 딸에게 이상함을 느낀 찬영의 엄마는 불시에 찬영의 집을 방문한다. 그 곳에서 때마침 진석을 만나게되고 딸에게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에 집안분위기는 화기애애해 지는데, 진석의 와이프가 그 집에 방문한 사실을 알고 미조는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붙들며 제발 오늘만은 가달라고 사정한다. 진석 와이프는 이혼을 막기위해 찬영의 부모님네 가게에 가서 둘의 관계가 불륜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양평(부모님 가게)에 소집당한 미조,찬영,주희는 그 이야기 도중 결국 찬영의 시한부 사실을 고백하게 된다. 그 이후 찬영의 부모님은 차도 트럭에서 세단으로 바꾸고 찬영의 집에 들어와서 그녀를 간호하는데... 미조는 선우덕분에 기쁘고 즐거운 마음과 찬영때문에 슬픈 마음을 동시에 느끼며 기쁠수도 슬플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에 혼란스럽다. 미조는 선우의 아버지와 하게 된 식사자리에서 자신도 고아이며 입양아라는 사실을 밝히고 선우의 여동생에게 힘을 북돋워준다. 주희엄마로부터 친엄마 이야기를 듣게 된 미조는 그녀가 전과7범으로 현재도 수감중이라는 사실에 막막해하지만 결국 친엄마를 면회가는데, 그녀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대하자 망연자실한다. (그 이후 친엄마가 자신의 엄마에게 몇번이나 전화를 해서 돈을 뜯어냈다는 사실과 자신의 병원에 채무자까지 보내자 더욱 속상해함) 주희는 백화점에서 진상손님을 만나자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손님이랑 싸우고 백화점을 그만둔다. 엄마에게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자백할 자신이 없었던 주희는 출근하는 척 며칠이나 집을 나서지만 곧 엄마 및 주변인들에게 그 사실을 들키고, 자장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된다. 자장면 사장은 호텔 중식당에서 일하기를 종용하던 여친과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지만 결국 헤어지고 그 이후에도 한동안 주희와 애인도 친구도 아닌 애매한 사이로 지낸다. 진석의 와이프는 찬영이 불치병이라는 사실을 알자 도저히 진석의 이혼결심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이혼을 수락하고 아이와 함께 영국으로 떠난다. (아이때문에 결혼했는데 그 아이가 진석의 아이가 아니었다는게 이 드라마의 포인트!)
찬영은 작은 배역이지만 영화오디션에 참가하고 그 배역을 따낸다. 오디션장에서 자신의 시한부 사실을 고백하고 촬영스케쥴 앞 부분에 자신이 나올 씬들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의 주변정리를 하던 찬영은 추모관도 직접 계약하러 가고, 영정사진도 찍고, 자신의 부고시 연락할 명단조차 직접 작성한다. 그 명단을 넘겨받은 미조는 찬영 몰래 브런치에 그 사람들을 전부 모이게 할 계획을 세우고 그들은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례식을 미리 체험한다. 영정사진때 웃고 찍고 싶었는데 주민등록 사진인 줄 알고 웃지말라는 사진사의 말에 아쉬웠다는 그녀의 말을들은 셋은 같이 식물관에 사진을 찍으러 간다. 자신의 병은 병이고 부모님의 가게를 리모델링 해드리고 싶다는 말에 현준(자장면집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모두 양평의 가게로 모이고, 서운했던 현준마저 가게문을 닫고 합류함으로써 그들은 6명의 완전체를 이룬다. 점점 몸이 안좋아진 찬영은 병원과 집을 번갈아 있게되고 찬영이 언젠가 자신의 곁을 떠날수도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자 미조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결국 어느날 밤, 진석에게 전화가 오자 미조는 검은 옷을 꺼내며 방바닥에 엎드려 통곡한다. 찬영의 장례가 끝났지만 그녀를 보내주기 힘들었던 미조는 모두가 보는 찬영의 영화마저 보기를 거부하며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 결혼날짜를 잡고 보육원에서 아이도 입양하기로 결정했지만 찬영의 부재를 쉽사리 인정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찬영의 부탁대로 주희가 미조에게 찬영이 남긴 마지막 물건(usb)을 보내자 그영상을 본 미조는 통곡하고 만다. 각자 찬영의 부탁대로 그녀의 죽음이후 열심히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12회 마지막까지 그려졌는데...
11회도 물론 슬펐지만 정말 12회는 눈물흘리지 않고는 볼 수 없는 회차긴 하다. "내가 없는 마흔의 삶은 어떠냐?"는 말이 참 마음을 울렸는데 30대는 죽음을 생각하기는 사실 많이 이르다. 더 살고싶은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쳐온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이 복잡다단한 감정을 어설픈 연기자들이 했다면 이 드라마는 완전 폭망했을 것이다. 왜 전미도와 손예진이 이 드라마를 했을까 생각해보니 이 정도로 감정의 깊이를 발산할 드라마가 요즘은 많지않다. 플롯은 단순하되 연기자의 내공을 요하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드라마였는데 초반에 지나치게 자극적인 요소를 많이 넣은게 돌아보니 옥의 티였던 듯.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보실 분들은 즐감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