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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Apr 03. 2022

코로나 확진

남편이 목이 아프다고 했다. 남편은 감기에 걸리든 몸살이 나든 주로 증상이 목에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 2년간 그런 고비는 몇번이나 있었고, 나는 평소처럼 그에게 목에 수건을 두르고 자라고 했다. 그랬다 좋아진 경험이 몇번이나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었는데 옆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남편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듯 했다. 금요일 밤, 남편은 집에 들어오는 대신 내게 사진 1장을 보냈다. 자가진단 키트였는데 그냥 보기에도 두 줄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남편은 자신이 확진되었으니 우리에게 빨리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라고 했다. 자신은 격리를 할 수 있게 거처를 만들겠다며. 결국 밤늦게 집에 들어온 남편은 (그 사이에 24시간하는 병원에 들러 자가진단확진서까지 받아옴) 컴퓨터까지 셋팅해 자신의 서재방을 자가격리시설로 만들었다.

그런데 남편의 바램과는 다르게 아이가 그 날 밤부터 열이나는 바람에 나는 남편의 희망과는 다르게 방을 들락거리며 아이를 돌봐야했다. 아이의 열이 39도까지 오르자 나는 겁이 났는데 다행히 해열제를 복용하자 아이의 열은 떨어졌고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한 나는 힘들어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가기전 자가진단키트 검사결과, 아이는 희미하게 두 줄이 나왔고 나는 아이의 양성을 확신했다) 역시 아이는 양성, 나는 음성. 그 길로 아이는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는 자가격리를 대비해 일주일치 장을 보았다. 내가 양성이 되는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에 나는 가급적 격리를 대비해 많은것을 준비해 놓았어야 했다. 세 식구 중 두명이 확진이 되자 외려 격리해야 하는 사람은 내가 되었는데 남편과 아이가 아픈 와중에 나 혼자 격리를 하는것은 쉽지가 않았다. 특히 남편과 나는 백신을 2차까지 맞았지만 아이는 어리기 때문에 백신 미접종자여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일요일까지도 나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고 토요일에 다 보지못한 장을 보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과연 확진안되고 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확진자가 1000만이 훌쩍 넘어가면서 순번만 기다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었으니...)

월요일 아침 나는 몸상태가 약간 이상하다는 걸 감지하고 자가진단키트를 했다. 알아보기 흐릿했지만 분명 두 줄이었고 나는 병원에 가야함을 느꼈다. 코로나 검사를 해주는 병원에서는 검사자가 병원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복도에서 대기하라고 함. (검사하고 접수할때만 잠시 들어올 수 있으며, 모든 병원이 검사를 하는것도 아니라서 검색하고 가야함. 가족이 확진될 경우 보건소 PCR검사는 무료이나 주변에 가까운 보건소가 없을경우, 그냥 병원에 가서 검사받는게 빠름. 평일의 경우 3000원 정도의 검사비가 들지만 주말에는 2배인 6000원정도의 검사비가 청구됨. 이건 지역마다 다를 수 있고, 확진으로 판명나면 의사가 전화로 약처방 및 진료를 해줌) 물론 약국에서도 복도에 서 있고 약국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약은 대략 일주일치를 처방해주며 약값은 무료인데 일주일 이후 약이 더 필요할 경우에는 병원에서 지정한 앱으로 약을 추가신청해야한다. 따라서 초반에 자신의 증상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 나는 열, 두통, 기침, 오한등의 증상이 있었고 의사 역시 그것을 감안하여 치료제를 주었다. (우리 가족셋은 다 약이 달랐음)

월요일부터는 가족이 모두 자가격리상태가 된 것인데, 나는 화요일, 수요일 날이 갈수록 증상이 악화되었다. 생전 나지않던 열이 나는것은 물론이고 너무 피곤하고 아무것도 하는게 없어도 왜 이리 졸리고 피곤한지 거의 밥먹고 자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약은 12시간마다 먹는것으로 아침, 저녁에 2번 복용하는 거였다. 우리 가족은 거의 하루종일 자는 날도 많았는데 그럴 정도로 약은 독했고 증상도 가볍지 않았다. 백신미접종자였던 아들은 특히 목이 많이 아팠다는데 칼로 목을 베이는 것 같다고 할 정도의 통증이라 잘 먹지 못했다. 나는 다행히 목보다는 근육통같은 증상이 많았고 기침, 가래도 꽤 있었지만 3일이 지나고 4일째가 되자 최악의 상태가 지났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나보다 먼저 아팠던 아들도 4일째까지는 열이 났지만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었고 이제 나을 일만 남았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남편은 격리해제 하루전이 되자 95%는 나은것 같다고 할 정도로 증상이 호전되었고, 아들 역시 5일째부터는 목도 안 아프고 훨씬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기침이 마지막 증상이다. 특히 5일째부터는 기침이 굉장히 많이 남) 아무래도 데이터가 많이 쌓이다보니 적절한 치료제의 처방이 있었던 때문이기도 하고, 특별한 지병이 없이 건강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지나간 것 같기도 하다.

2년간 감기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조심했던 탓인지 코로나로 증상이 시작되었을땐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격리상태의 답답함보다는 흔히 앓았던 기침, 가래인데도 너무 오랫만에 경험한(?)탓인지 그 상황자체도 괴롭고 호흡이 가빠질땐 혹시 이러다 호흡곤란 증세가 오는건 아닌지 공포스러웠다. 특히 절대 아이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면서도 막상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괜한 고집으로 아이에게 고통을 준 것은 아닌지 죄책감이 들었고 3차를 맞지않은 것에 대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백신을 찬성했던 남편에게 한소리들은건 물론임) 코로나뿐만 아니라 모든 병이 잘 자고 잘 먹으면 쉽게 날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우리가족은 모두 먹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고 (아이는 목이 아파서 평소보다 적게 먹은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못 먹지는 않았음) 평소와는 달리 커피도 마시지 않으며 잘 자기위해 애썼다. 5일째 이후에는 기침이 심하게 나서 과연 이 증상이 없어질까 의심도 했지만 의외로 하루가 지나갈수록 기침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고 해제일이 되자 기침 역시 많이 없어졌다. 


코로나 확진자가 되는순간 나라에서 많은 문자가 온다. 감시받는다는 느낌과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 요즘은 워낙 확진자가 많다보니 다시 학교나 직장으로 돌아갈때 필요한 서류는 없다. 단지 코로나확진시 제출해야하는 서류가 몇 개 있을뿐이다. 나말고 가족확진시에는 자가격리,PCR검사가 필수가 아니고 권고사항이라고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그렇게 얘기함) 학교에서는 둘다 필수사항인 것으로 지도되고 있고, 직장에서역시 조금씩 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완치가 되었다고 해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고 싶다거나 이젠 괜찮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족이 경험한 만큼 다른 가족들은 절대 코로나에 걸리게 하고싶지 않다는 마음은 더 강해졌다. 특히 나이가 드신 부모님들께서 코로나확진이 되시면 위험하실 것 같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 우리 가족은 후각이 상실되는 것은 없었고 (델타까진 확실히 후각이 상실되었다고 함) 증상이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감기와 견줄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 다 걸리니까 나도 걸려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할 수만 있다면 끝까지 안 걸리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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