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휴 Dec 12. 2023

나는 솔로

나는 솔직히 16기 이전까지는 <나는 솔로>를 잘 보지 않았다. 근데 16기에는 하도 많은 사람들이 <나는 솔로> 이야기를 하느라 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어서 넷플릭스로 몰아서 그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남들의 연애사에 꽤 관심이 있는 나와 달리 전~혀 관심이 없는 남편은 내가 연애프로그램을 조금만 시청하려고 해도 옆에서 막 뭐라고 한다. 그래서 사실 남편이 있을 때는 거의 보지 못하는 편인데... 트렌드에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나는 솔로>를 시청하게 만들었다. 아직까지 '나는 솔로'를 한 번도 안 본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프로그램 소개를 하자면 남자 6명, 여자 6명(총 12명)을 한 곳에 5박 6일 동안 생활하게 하고 그들의 연애 관찰기와 심리변화를 다큐로 찍어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출연자들은 본명 대신 남자는 영수, 영식, 영철, 영호, 광수, 상철이라는 이름을. 여자들은 영숙, 정숙, 옥순, 현숙, 순자, 영자라는 (요즘에는 좀 낯선, 스러운) 이름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 안에서 남자가 상대를 선택할 때도 있고 여자가 선택할 때도 있어서 각자 데이트를 하게 되는데 보통은 데이트 비용이 자비지만(처음에는 제작비로 지원해 주었으나 데이트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출연자 때문에 룰이 바뀌었다고 한다) 프로그램 내에서 슈퍼데이트권을 획득하면 원하는 상대와 데이트를 할 수 있고, 제작진이 데이트 비용도 지원해 준다. 그들의 데이트를 보고 3명의 패널들(데프콘, 송해나, 이이경)이 내용도 정리해 주고 참견도 하는데 가끔 데프콘이 촌철살인 멘트를 날려 그걸 보는 재미가 있다.


최근 시끄러웠던 16기를 뒤로하고 잔잔한 호수 같던 17기가 1 커플의 탄생으로 막을 내렸는데 요즘 그 커플들의 이야기로 또 시끄럽다. 뭐가 문제일까? 나는 17기를 한 번도 보지 않아서 사실 내용은 잘 모른다. 그저 몇 가지 짤로만 봤을 뿐이다. 17기에 탄생한 커플은 현숙이라는 회계사가 자신을 좋다고 한 2명의 남자(상철과 영호)중 두 사람을 저울질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충실해 1명을 골랐는데 그 이후 불거진 일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조건이 좋아 보이는 영호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람들이 현숙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는 매우 높았으며 상철과 현숙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그들은 방송 이후 나온 라이브에서 둘이 아직 현커(현실커플)라고 밝혔고 각자 인스타그램에서 럽스타그램을 시작하는 등 향후 결혼에 대한 행보도 두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문제의 사진(상철이 자유분방하게 놀고 있는 듯한 사진)이 지인에 해 노출되면서 일반인인 그들은 마치 자신의 치부가 낱낱이 밝혀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 그 사진들이 상철의 지인이 올렸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왜 하필 지금인 걸까? 그들이 <나는 솔로> 방송을 찍은 것은 지난여름이고, 방송이 나간 것은 올 가을로 현재는 약 6개월 정도의 텀이 있는 상태이다. 나는 그 지인이 상철과 현숙이 만약 현커가 아니었다면 과연 그 사진들을 인스타에 올려서 많은 사람들이 보게 했을지 자체가 의문이 든다. 물론 그 지인은 후에 자신이 경솔했으며 이 정도의 파장을 원한 건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 이야기는 거꾸로 말하면 어느 정도의 파장은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음을 또 말해준다. 그는 결론적으로 상철이 부러웠고 상철이 이 정도의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었고 또한 현숙과 결혼하게 놔두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에는 유명한 속담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이 속담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비슷한 속담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인간 모두는 인정하든 안 하든 이런 비슷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지인은 상철에게 현숙은 너무 과분한 여자라고 느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현숙과 상철은 어떻게 될까? 결론만 말하자면 둘은 잘 되기 힘들다. 우리나라같이 지독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나라에서 상철과 현숙은 이미 깨진 것이나 진배없고 아마 현숙은 이 트라우마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 것이다. 상철도 여자를 만나는 게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향후 지인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회의가 들지 모른다. 따라서 상철의 지인은 둘에게 너무 악한 일을 행한 것이다. 상철에게 지독한 열등감과 악의가 있었던 게 아닌 그저 상철이 부러웠던 것이라면 현숙에게만 따로 연락을 취하는 게 맞았고, 그 정도도 아니었다면 그냥 둘이 어떤 결정을 내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최선이었다. 결국 이 일은 그 지인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3명 다 어떤 식으로든 이 일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사실 현숙은 피해자인데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한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람들은 이 일이 현숙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지혜로운 여자라면 사귀는 동안 얼마든지 이상함을 느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결론을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글을 쓰는 김에 16기에 대한 것도 사견을 좀 내보겠다.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는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던 영숙과 영철, 그리고 영숙과 썸을 탔지만 결국 그녀를 고소한 상철! 그들은 향후 어떻게 되는 걸까? 영숙은 정말 특이한 사람으로 굉장히 배배 꼬였다. 보통은 1-2번 정도만 꼬이는데 이 사람은 여러 가지가 많이 마음에 담겨있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 영숙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은 그녀 특유의 집요함과 공격성 때문일 텐데 일반인일 경우 가급적이면 상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방송에서 보였듯 영숙을 상대하는 최선의 방식은 바로 사법처리(고소)로 그녀와 맞서던 옥순과 상철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어느 곳에나 끼어서 트러블 메이커를 자초하는 영철은 이간질에 특화된 사람이다. 방송에서 정상인처럼 보이던 정숙이 영철과 엮여서 걱정인 사람들이 많았지만 결국 현명했던 그녀는 사태를 파악하자 금세 그 무리에서 나온 것처럼 보통 사람들의 경우라면 그저 기다려주는 것이 최선의 방식일 수 있다. 시애틀의 유유자적 상철은 그 특유의 음담패설로 이미지가 나락 가긴 했지만 아마 미국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상철의 강한 성욕이 공적인 자리나 다른 사람에게 분출된다면 그건 범죄지만 연인관계나 부부관계에서 표출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나라가 점점 실패나 실수에 관대하지 않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자신의 모든 삶을 남에게 오픈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누군가는 깨달았으면 좋겠다. 심지어 요즘 SNS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삶을 오픈하는 것인데 그 중대성을 알고 오픈하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그냥 치기에 끌려, 남들 다 하니까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했다가는 언젠가 생각지도 못한 때에 치명상을 입고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요즘은 댓글들도 인신공격성 댓글이나 면박주기가 성하기도 하더라. (차라리 반대의견이면 그냥 조용히 지나가면 될 것을) '나'에 관심을 가지면서 열심히 살면 될텐데 나보다는 '남'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에너지를 남을 질투하고 깎아내리는데 쓰다보니 나라 전체가 불건전한 방향으로 가속화하는 느낌이다. (정치권부터 그러니 할 말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