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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휴 Mar 29. 2021

슬기로운 전업생활

우리나라에서 전업주부만큼 폄하받는 직업군도 드물 거다. 또한 분명 직업군이긴 한데 종사자들의 마음가짐도 참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일단 여기에서 전업주부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 한해 이야기할 예정인데 왜냐하면 노키즈부부의 경우 전업주부를 하는 경우가 흔치않기 때문이다. (아이를 가지기 위해 잠시 쉬고 있거나 혹은 몸이 아프거나 주변 가족의 병간호를 위해 일시적으로 전업주부가 되기도 하죠)


전업주부가 할 일로는 크게

1. 집안일을 한다. 

집안일은 크게 청소와 빨래, 요리,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로 나눌 수 있는데 모든 일을 다 잘하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전업주부들도 어떤 일은 잘하고 또 하기 싫거나 잘 못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정리나 청소를 잘 못하고, 정리정돈을 잘하고 집을 깔끔하게 쓰는 사람은 요리를 싫어하거나 못하더라. 빨래는 크게 영향을 받는걸 잘 보지 못했다. 많은 전업주부들이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것을 남편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직접 하면 좋겠다. 특히 음식물쓰레기도. (다만 임신기간이나 생리기간  예민한 시기에는 남편이 도움을 주면 좋음)

2. 육아를 한다. 

육아는 솔직히 전업주부의 일에서 최소 50% 이상을 차지하는 엄청난 일이다. 육아는 길고, 잘못하면 바로잡기가 엄청 어려운 일이라서 집안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도의 섬세함을 요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최소 2년간은 전업주부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없다. (힘들다가 아니고 "없다" 이건 단언할 수 있다) 아이가 하나라면 2년 이후에는 점차 인간다운 삶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아이가 둘이거나 셋이라면 사람에 따라서는 10년간 좀비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육아가 끝남과 동시에 보육을 거쳐 교육의 문으로 들어서기에 육아생활에 끝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아이가 자기 주도 학습이 되려면 최소한 사춘기는 지나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빠른 아이들이 공부를 시작하며 사춘기가 오기 전 초등학교까지는 엄마가 손을 놔서는 안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드는 기간이 최소 13년인데 이걸 또 둘째나 셋째까지 하면 20년이 되는 것이다.

3. 가정경제를 책임진다. 

남편의 월급을 맡아 가정경제를 책임진다는 것은 재테크와 소비를 동시에 해야 된다는 것인데, 많은 전업주부가 재테크에는 관심이 없고 소비만 한다. 만일 재테크를 잘 못하면 소비라도 알뜰하게 해야 한다. 소비도 잘 못해서 남편이 야근이나 투잡을 뛰게 만든다면 현명한 전업주부의 삶이라고 볼 수 없다. 부동산 투자를 잘하던가, 아니면 주식투자를 잘하던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저축이라도 잘해야 한다. 요즘은 보험도 전문화되어 예전처럼 지인의 말만 듣고 보험을 들어주던 시대는 끝났으므로 공부라도 해서 온 가족의 보험가입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4. 적절한 사교육을 한다.

공교육은 학교에서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사교육이 필요하다. 사교육은 크게 예체능과 교과학습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예체능 교육은 잘만 시킨다면 어릴 때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엄마가 모든 예체능을 다 직접 가르칠 수 없으므로 적절한 사교육은 반드시 해야 한다. 다만 학습 쪽 사교육은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에는 너무 과다한 학원교육으로, 정말 아이들이 학원을 가고 싶어 할 때 혹은 커서 도움을 요청할 때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꼭 필요한 사교육을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과학습을 사교육으로 시킬 경우에도 반드시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봐야한다. (워킹맘들도 학원숙제를 챙기는데 전업주부가 그걸 소홀히해서는 안됩니다)

5. 취미생활

이건 꼭 전업주부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특히 엄마들)에게는 반드시 취미생활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는 이것저것 막 (싫다는데도)사교육을 시키면서 엄마들은 취미생활 하나 없이 몇십 년을 게 되면 꼭 나이 들어 누군가를 원망할 일이 생긴다. (남편이든 자식이든) 요즘은 취미가 직업이 되는 세상이다.

6. 고마워하는 마음

이건 꼭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남편이 가져오는 월급 및 노고에 대해 고마움을 가지면 좋다. (표현까지 하면 금상첨화) 물론 고마워하지 않아도 제대로 된 남편이라면 자신의 월급으로 가족들이 편안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 하지만 고마워하면 일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힘이 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고마움을 차곡차곡 적립해두면(돈만 저축이 되는 것은 아님) 나중에 부부싸움 할 때 의외로 큰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사랑과 공감, 존경을 받는 남자는 대개 밖에 나가서 쓸데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줘도 안되는 개차반같은 남편이라면 그런 선택을 한 본인을 탓하시고, 남편을 버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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