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번역가가 되기 전 2, 어쩌다 취업 준비

두 달 짜리 속성 영상 제작 편집반

by 정시체

스튜디오를 때려치우긴 했지만, 계속해서 촬영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문득 영상이 배우고 싶어졌다. 나는 예체능 전공자로, 사진은 대학에서 배워 어느 정도 익숙했다. 그런데 영상은 배우지 못해 늘 아쉬웠다.


영상 제작 편집 기술자를 양성하는 약 두 달짜리 단기 수업에 대한 홍보글을 발견했다. 국비지원교육이라 수업료가 전액 무료라고 했다. 그런 제도가 있는 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전액 무료일 수 있는지 의아했다. 혹시 사기가 아닌가 의심하면서도 일단 학원을 방문했다. 어떤 것을 배우는지, 정말 무료가 맞는지 확인하고 수강생으로 등록했다.


국비지원교육 과정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취업 의사가 확고한 미취업자들만 들을 수 있었다. 학원에서는 면담을 통해 이 부분을 거듭 강조했다. 교육 과정을 마치고 나면 학원에서 연계 기관에 취업을 시키는데, 그 실적이 학원 운영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취업이 어려울 것 같은 학생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수업을 꼭 듣고 싶었다. 그 수업을 통해 반드시 취업을 하고야 말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나는 서류상으로는 미취업 청년이 맞았지만 사실 별로 취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영상 기술을 배우고 싶었을 뿐이다. 교육의 끝이 굳이 취업이 아니어도 되었지만, 취업을 시켜준다고 하니 정말 취업이 되는지 궁금했다. 어쩌다 우연히 취업이 되면 까짓것 한번 회사를 다녀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취업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만 수강생으로 받아 준다니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취업에 대한 내 다짐은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다.


두 달 단기 과정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속성으로 많은 것을 소화해야 해서 일정이 빡빡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에는 영상 제작, 오후에는 영상 편집을 배웠다. 출석 체크도 엄격히 이루어졌고, 매 수업마다 과제도 꼬박꼬박 주어졌다. 마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일터에 매여 있는 건 싫어했으면서 학원에 매여 있는 건 싫지 않았다. 하루도 빠지도 않고 잠시도 지각하지 않으며 열심히 학원을 다녔다. 그랬더니 정말 두 달 만에 얼추 영상을 찍고 편집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취업이 됐다. 그것도 학원 동기 중에서 가장 먼저 취업했다. 교육 과정을 일주일 남짓 남겨두고 아침의 목적지가 바뀌었다. 동기들을 뒤로하고 나 홀로 학원이 아닌 회사로 향하게 되었다.


내가 빨리 취업에 성공한 것은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 방송국 출신 강사가 여러 방송 분야의 일자리를 소개하면서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진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방송국이라고 해서 다 같지 않으며, 그중에는 교육 콘텐츠만 만드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곳에 취업하고 싶다고 대충 둘러댔다. 세무회계 학원에서 동영상 강의를 촬영한 경험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참을성이 별로 없는 내가 사회에서 유일하게 오래 한 일이기도 했다. 엉겁결에 한 대답이었는데, 그게 그대로 목표가 되었다.


교육을 받는 두 달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그 분야에서 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교육 방송국은 일반 방송국과 달리 취재도 적고, 사내 문화가 비교적 차분하다고 들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나는 영화사 연출부에서 스태프로 일한 적도 있고, 대학 연극과에서 무대를 만든 적도 있다. 그래서 촬영이란 것이 바깥으로 나돌며 수없이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 역시 유달리 활달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정말 정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방송국에서 일할 거라면 가급적 매일매일이 조용하고 무난한 것 같은 교육 방송 분야가 낫겠다고 판단했다.


교육이 끝나갈 즈음 마침 한 사이버 대학 방송국에서 AD 모집 공고를 띄웠다. 그곳은 내가 다니던 학원의 제휴 취업 기관이었다. 이미 목표를 정하고 벼르고 있었던 나는 당장 그곳에 면접을 보러 갔다. 그리고 얼떨결에 직장인이 되었다.

이전 02화(2) 번역가가 되기 전 1, 본의 아니게 계속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