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비바람이 어디서 몰려왔는지, 비바람 결에 몸을 맡긴 관광객들 모두 붉은 마을로 들어간다
습한 비바람은 춤을 추고 수 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몽돌해변의 자갈 굴리는 소리를 기록하고 궁굴리며 만들어낸 무늬까지 읽고 난 후
몽돌의 한쪽 어골무늬 어디쯤 나의 지문이, 몽돌의 반쪽 빗살무늬 거기쯤 너의 손금이 묻어있는 은밀한 곳까지 붉은 물을 들인다
붉음도 깊으면 검은 빛이 될 수 있구나
검은 물빛에 눈물이 스며들어 그을음 가득한 일몰전망대 오르는 데크 계단 원추리 시들지 않은 꽃 선명하여 노을 들지 않은 오늘 섬의 자리 석양빛처럼 환하게 비추는 듯
붉은 섬
나의 심장 어디쯤 머물다, 너의 심장 근처쯤 다가갔을 때 흑로 한 마리 남문바위를 향해 날아가고 거북바위, 만물상바위, 부부탑, 석화굴, 독립문바위, 슬픈여, 공작새바위, 주전자바위 세월이 만들어낸 기암괴석과 절벽은 그 어떤 문장으로 다 설명할 수 없어 붉은 마을로 사라져간 관광객들의 발자국만이 섬 안 밖을 흘러 다닌다
장엄한 꽃을 피워 올리던 집의 기억을 더듬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섬들이 바다를 빌려와서 노닐 듯, 이곳저곳 서걱거리는 폐허의 몸속으로 핏줄처럼 들어간 바삭거리게 마른 가을날 아무도 없는 깃대봉 돌탑을 서성거리다 원추리 꽃잎 내려놓고 가는 비바람소리에 내 심장소리만 쾅쾅 거린다
몽돌해변
제비바위
시루떡바위
주전자바위
부부탑
거북바위
홍도 2리 마을
독립문바위
천주교 공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