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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Apr 17. 2022

대답 없는 질문이 문을 열겠답니다

-「청학동에서」*




동그란 테이블 색깔 맞춰 놓으니 의자가 사라졌어요     


몸과 마음이 헛헛한 

눈먼 방랑자들 딸그락딸그락


의자가 없어 미끄러운 바닥에 갇혀버린 

그녀는 그들과 함께 딸그락딸그락     


해가 솟는 쪽으로 고관절과 견갑골 

직선과 곡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지루할까요, 세상의 모든 몸처럼     


한나절 공들여 그린 양떼구름 

몰려왔다 사라진 후

관절 뒤틀리는 소리 뚝, 뚝,    

 

다른 세계가 삶의 울타리 흔들고 있어요

문 앞 화분처럼 서 있는 날도 가끔은 지나가요   

   

그림자 같은, 뾰족하거나 모나지 않은 꽃나무들

각각의 생각 덩이 안고

바람도 불지 않는데 살랑살랑, 꽃송이 지긋이 바라보고 있어요  

    

저 무성한 생각 덩이들 속에 그녀가 빠져들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날들은 

어떤 궁리를 할까요 

결국에는 궁리로 져버리고 말겠지만요     


어둠에 젖어가는 테이블 앞에 놓인

한 세상 의자와 테이블 사이에  

어떤 색깔로 장식하면 좋을까요     


대답 없는 질문이 반복되는 그녀의 일상이 

내일도 문을 열겠답니다    

 

*「청학동에서」: 평촌 먹자골목에 있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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