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재 May 31. 2022

그대, 사과꽃

-1. 무주 2박 3일

여리고 순한 것들로 가득한 계절입니다. 화창하게 열렸던 꽃들이 진 자리 비집고 들어서는 여린 잎들 그 틈새를 우리의 웃음꽃으로 피우며 소백산 한 줄기 잡고 있는 무주에 갑니다.  

    

바쁘게 건너는 한 친구의 삶이 예뻐 보이다가, 안쓰럽기도 하고 토닥거려 주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서투른 표현력이 목구멍에서만 맴돌다 가는 날들. 그런 친구가 우리의 도시락에 사랑을 가득 담아왔습니다.  

     

쉼, 휴게소 야외 벤치에 앉아 도시락 잔치를 벌였습니다. 학창 시절의 소풍 온 날처럼 행복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스멀거리는 말과 말 사이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아릿하고 아득한 학창 시절의 우리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괜찮다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묻어온 나의 지난 시간들이 정으로 가득한 친구들의 말들로 휘날리는 4월입니다.   

  

태권도원 태권 스테이에 가방을 풀고 전망대 오르는 모노레일 탑니다. 연두, 어린 나뭇잎들이 자꾸 손짓합니다. 날을 수 있으면 날아와 연두에 안겨보라고 합니다. 문득 박준 시인의 산문집 『계절 산문』의 한 문장이 다가왔습니다. “천천히 살고 싶었습니다. 다정을 맡기고 싶었습니다. 나를 숨겨주는 사람을 믿고 살고 싶었습니다.” 어쩜 내 마음을 읽기나 한 것처럼 시인은 표현하였지만, 나에게는 나를 숨겨주는 사람이 없어 이 문장이 더욱 다가왔을까요. 아니 연두에게 천천히와 다정에게 물들고 싶었습니다.      


나제통문

석모산 인근 기암절벽을 뚫어 만든 높이 3m, 길이 10m의 인공동굴 지납니다. 신라와 백제의 국경 관문으로 동쪽은 신라 땅, 서쪽은 백제 땅으로 신라와 백제의 전락적 중요한 관문으로 행정 구역은 무주군 소천리이지만 나제통문을 경계로 언어와 풍속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제통문을 경계로 서로 다른 언어와 풍속을 갖고 있지만 1920년 일제 강점기 때 무주 광산개발을 위해 일제가 뚫은 것이라 합니다.   

   

무주의 밤이 뭉근한 어둠으로 내립니다.      


보고 싶어, 만나고 싶어, 마음이 마음에게만 전할 뿐 만날 수 없었던 역병의 시간들 조금씩 풀리면서 서로에게 안부 인사 대신 친구들과 얼굴 마주할 수 있는 오늘이 있어  참 좋습니다.  우리 사과꽃으로 피어나는 지금이 가장 예쁜 날 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대답 없는 질문이 문을 열겠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