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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Jun 08. 2022

머루와인 색을 빌리다

-2. 무주 2박 3일

푸름이 먼저와 반기는 새벽 산책길 담장을 넘는 꽃 복숭아(수양 홍도화) 렌즈에 담으니 핏빛 속이 훤하다. 4월 꿈을 꾸고 몸속을 더듬으면 나른하게 늘어지는 빛의 내부. 봄과 여름 사이를 꿰매는 붉은빛이 발끝 혈류 머리까지 닿은, 전통정원과 오행 폭포에 멈춰 선다. 풀 향기에 버무려진 신선한 공기에 취해서.    

  


태권도 박물관. 머위 잎 푸른 잎사귀 꺾어지는 아침을 넘어 태권도원 박물관 3층 1 전시실 ‘태권도의 역사, 발전, 세계화’ 2 전시실은 ‘몸, 마음 그리고 삶의 변화’ 3 전시실 ‘세계인과 함께 꿈꾸는 태권도’ 타박타박 우리들의 발소리를 울리며 태권도의 이해를 읽는다.      


 「태권도 모국의 자부심으로 세워진 '태권도원'은 전 세계인이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느끼고 한국의 얼에 감동받을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세계문화유산입니다.」(태권도원 안내 참고). 태권도와 함께하는 한국인.  세계 태권도인들의 순례와 수련의 새로운 성지로서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알리 수 있도록 박물관은 잘 꾸며져 있다.


T1 경기장. 상설 태권도 공연 “내 앞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 태권도를 통해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가 담긴 태권도의 화려한 기술의 시범공연 뒤로 무주 반딧불 오일장. 장터국밥 한 그릇과 우리의 추억을 두릅으로 엮어내며 마음의 잔고가 바닥이었던 날들에게 장터의 훈훈한 여유를 까만 비닐봉지에 꾹꾹 눌러 담는다.  

      


해발 1천5백20m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공중의 현, 그 현에 매달려 가는 곤돌라 선율은 몇 분의 몇 박자의 음으로 연주되고 있을까. 곤돌라 천장과 바닥의 깊이는 같은데 허공의 우리는 아슴한 풍경으로 남는다. 안개 자욱한 설천봉은 빗방울 음표를 터트린다. 덕유산 정상가는 향적봉 비바람이 길을 막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마음으로 보며 봉우리를 등진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산맥에서 불어오는 비바람이 향기롭기까지 하다. 설천봉 레스토랑 따뜻한 커피 한잔 몸을 녹이며 다음을 기약하는 아쉬움과 우리는 서로에게 오래 기억될 한 장의 사진이 된다.      


붉은색 바위 지대가 마치 산이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적상이라는 한국 100대 명산의 적상산. 그 중턱에 무주양수발전소를 만들면서 뚫은 터널에 2007년에 새롭게 태어난 무주 머루와인동굴. 입장료 2,000원에 와인 시음. 홀짝홀짝 마셔보는 *붉은 진주(무주 와인 상표) 와인 색을 빌려 잠시 수혈 중이다, 혈관 타고 온 몸으로 흐르는 계절처럼 우리 삶 또한 이렇게 도착하는 거기까지 함께 걷는 것. 그러기 위해 피로함을 위장한 족욕의 시간. 와인 빛에  물들어가는 서로의 발등을 토닥토닥.         

                  

      

   적상산     

      

다홍치마 입었군요 당신

당신 오길 기다린 초록의 시간 위로

안국사 고승의 화엄경 소리에 따뜻해진

당신 곁에서 내 마음의 법문을 넘겨 봅니다

그 법문 얼마나 읽어야 

화엄의 세계로 물들 수 있을까요

어디에도 물들지 못해 길 잃고

그저 눈이 멀도록 바라보기만 하다

구천계곡으로 흐릅니다

가을 깊어져 옷을 벗기 전

찬 서리에도 썩지 않을 눈먼 사랑 하나

당신의 치마폭에 감아

바람에 서 있는 나를 물들게 해 봐요

                             -시집『식빵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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