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와인 색을 빌리다

-2. 무주 2박 3일

by 김민재

푸름이 먼저와 반기는 새벽 산책길 담장을 넘는 꽃 복숭아(수양 홍도화) 렌즈에 담으니 핏빛 속이 훤하다. 4월 꿈을 꾸고 몸속을 더듬으면 나른하게 늘어지는 빛의 내부. 봄과 여름 사이를 꿰매는 붉은빛이 발끝 혈류 머리까지 닿은, 전통정원과 오행 폭포에 멈춰 선다. 풀 향기에 버무려진 신선한 공기에 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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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박물관. 머위 잎 푸른 잎사귀 꺾어지는 아침을 넘어 태권도원 박물관 3층 1 전시실 ‘태권도의 역사, 발전, 세계화’ 2 전시실은 ‘몸, 마음 그리고 삶의 변화’ 3 전시실 ‘세계인과 함께 꿈꾸는 태권도’ 타박타박 우리들의 발소리를 울리며 태권도의 이해를 읽는다.


「태권도 모국의 자부심으로 세워진 '태권도원'은 전 세계인이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느끼고 한국의 얼에 감동받을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세계문화유산입니다.」(태권도원 안내 참고). 태권도와 함께하는 한국인. 세계 태권도인들의 순례와 수련의 새로운 성지로서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알리 수 있도록 박물관은 잘 꾸며져 있다.


T1 경기장. 상설 태권도 공연 “내 앞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 태권도를 통해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가 담긴 태권도의 화려한 기술의 시범공연 뒤로 무주 반딧불 오일장. 장터국밥 한 그릇과 우리의 추억을 두릅으로 엮어내며 마음의 잔고가 바닥이었던 날들에게 장터의 훈훈한 여유를 까만 비닐봉지에 꾹꾹 눌러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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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천5백20m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공중의 현, 그 현에 매달려 가는 곤돌라 선율은 몇 분의 몇 박자의 음으로 연주되고 있을까. 곤돌라 천장과 바닥의 깊이는 같은데 허공의 우리는 아슴한 풍경으로 남는다. 안개 자욱한 설천봉은 빗방울 음표를 터트린다. 덕유산 정상가는 향적봉 비바람이 길을 막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마음으로 보며 봉우리를 등진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는데 산맥에서 불어오는 비바람이 향기롭기까지 하다. 설천봉 레스토랑 따뜻한 커피 한잔 몸을 녹이며 다음을 기약하는 아쉬움과 우리는 서로에게 오래 기억될 한 장의 사진이 된다.


붉은색 바위 지대가 마치 산이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적상이라는 한국 100대 명산의 적상산. 그 중턱에 무주양수발전소를 만들면서 뚫은 터널에 2007년에 새롭게 태어난 무주 머루와인동굴. 입장료 2,000원에 와인 시음. 홀짝홀짝 마셔보는 *붉은 진주(무주 와인 상표) 와인 색을 빌려 잠시 수혈 중이다, 혈관 타고 온 몸으로 흐르는 계절처럼 우리 삶 또한 이렇게 도착하는 거기까지 함께 걷는 것. 그러기 위해 피로함을 위장한 족욕의 시간. 와인 빛에 물들어가는 서로의 발등을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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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상산


다홍치마 입었군요 당신

당신 오길 기다린 초록의 시간 위로

안국사 고승의 화엄경 소리에 따뜻해진

당신 곁에서 내 마음의 법문을 넘겨 봅니다

그 법문 얼마나 읽어야

화엄의 세계로 물들 수 있을까요

어디에도 물들지 못해 길 잃고

그저 눈이 멀도록 바라보기만 하다

구천계곡으로 흐릅니다

가을 깊어져 옷을 벗기 전

찬 서리에도 썩지 않을 눈먼 사랑 하나

당신의 치마폭에 감아

바람에 서 있는 나를 물들게 해 봐요

-시집『식빵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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