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2박 3일
첫날
아무리 살펴도 보이지 않는 오늘, 살면서 그런 날들이 가끔은 찾아오고 또한 고요히 지나간다. 나의 봄날은 그렇게 아무리 살펴도 보이지 않는 오늘로 가득했다. 좀처럼 녹지 않을 것 같은 까만 봄날 지나니 초콜릿은 천천히 녹고 있었고, 그렇게 녹아 흐르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그곳엔 고향의 향기가 있고, 학창 시절이 속닥거리며 두레박으로 아무리 퍼 올려도 마르지 않은 우물 속 오랜 된 이야기가 고여 있기 때문이다.
바오로 성지 순례회에서 떠나는 울릉도, 독도. 우리 다섯은 뭉쳤다. 강릉 초당순두부로 점심 후루룩,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닮은 바다는 장판처럼 매끄럽게 잔물결조차 없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복용한 멀미약에 취한 우리의 말들이 마치 구름 속을 헤매는 듯 선실 안에 몽글몽글 떠다니고 있다.
울릉도는 신생대 화산 작용으로 형성된 종상 화산으로 조면암·안산암·현무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증왕 13년에 신라에 귀속, 헌종 9년 여진족의 침입을 받았고, 의종 11년 주민들을 이주시킬 계획을 가졌었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고종 19년에 울릉도 개척령이 공포되어 이민이 장려되었다. 강원도에서 경상남도로 편입 다시 경상북도로 이속 시키고, 1979년 남면이 울릉읍으로 승격, 2000년 4월 7일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를 신설하였다. 「백과사전 참고」
저동항의 공기는 바다색을 닮아 상큼하여 버린 숨이 마스크를 뚫고 입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잠시 마스크를 벗어도 좋을 밤의 산책. 아직 출항하지 않은 오징어 배는 물의 모양을 그리고 있다.
조업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돌로 굳어버렸다는 전설의 효녀 바위인 촛대바위 홀로 우뚝 불빛 어둠을 지키고 밤은 깊어진다.
두 번째 날-오전
멍이 든 바다에 깔리는 붉은빛 일출 만나고 싶어 나섰지만 해는 이미 저만치 솟았다. 아침 더위와 함께 소금 바람 걸어오는 시간. 오징어 배 등불 꺼진 어선들 열 지어 항구에서 철썩거리고, 대나무 줄에 목 죄인 오징어들 몸 말리기에 바쁘다.
거북이가 통(마을)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여 통구미 마을 이름과 함께 거북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거북이의 숫자가 다르게 바위 위로 오르는 형상을 닮았다고 부른 이름이라 한다. 맑고 투명한 바다 위를 기어가는 듯 거북바위 앞에서 나름의 포즈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친구들 예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머리칼의 기억을 풀어헤치며 너울에 밀려왔다 풍랑에 쓸려간 파랑이 만들어 낸 거북바위와 함께 자란 서쪽 절벽 위의 향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호박엿 공장 투어 관광 상품 방문은 언제나 적응이 안 된다. 상점 안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사이 바다 풍경을 담는다. 잠시, 설명할 수 없는 바다 빛깔에 물들어 버린 하늘과 나는 색의 잔치 구분할 수 없어 수평선만 바라본다.
후박나무는 항염, 항균 작용이 있어 위장병에 좋다고 하는데, 후박나무 자생지로 유명한 울릉도에서는 후박의 진액으로 엿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후박나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호박으로 엿을 만들어 울릉도 특산품이 된 호박엿이다.
관광버스는 기사님의 설명과 함께 해안 도로 따라 쭈욱. 코끼리 바위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머물고 싶어도 기사님 마음대로. 그냥 차창 밖으로 눈인사만 나눌 뿐. 해안 길 따라 천천히 걷는다면 나만의 내밀한 배경을 만들 수 있겠지 생각만으로 끝.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면서 형성된 나리분지.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여 주민들이 모두 육지로 나간다는 식당에 앉아 씨 껍데기 술에 삼나무 무침, 감자전 안주삼아 한 잔 분위기에 취해 관음도를 잇는 연도교 한가운데서 갈매기처럼 날개 짓하는 친구들의 웃음 한 장. 무더위가 관음도 전망 대길을 막는다. 전망대 오르는 계단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지 그 시간은 더 많은 풍경을 오려내기 위한 쉼표이자 오후 2시 독도를 가기 위한 숨 고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