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문재 엽서 · 4
기억을 더듬어 만져지지 않은 얼굴을 꺼내고
나에게 말을 걸지
등 시린 길을 건너온 나의 기록은 버렸어
모든 배경이 통증이었던 시절은 지나갔어
오래전 지워진 이야기야
애야,
통증은 사라져도 내면에 스며든 상처는 남는 거다
대웅전 오르는 돌계단 틈새로
물이 필요하다고 물을 달라고 마지막 나를 통과하던
죽은 엄마가 내게로 왔다
살고 있는 계절을 놓쳐버리지 말라고 한다
걷고 있는 이 길이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거라고 한다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어
빛과 공기가 들어올 틈을 만들어보라고 한다
수만 개의 바위꽃 핀 달마산 배경으로
백중기도중인 향문 주지스님의 법문이 산사를 울리고
뭉게구름에 법문 실어 나르는 법당 앞을 서성이다
내가 필요한 곳은 여기, 초록 지천인 지금
점심 공양 밥알 씹어 금요일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