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길 찾아 호미 곶까지 왔습니다. 그가 없는 광장 옆 유채꽃밭 조용합니다. 이른 시간의 노랑의 꽃망울 군데군데 준비 중이고 나는 육지 상생의 왼손 위를 달립니다. 고백할 게 많아 고백할 수 없는 청동 손에는 미세먼지와 구름 가득 담겨 있습니다. 바다 상생의 오른손 청동의 녹처럼 눈먼 갈매기 분비물로 치장하고 오전의 날씨를 읽고 있습니다.
바다로 향하는 데크 갓길 노점상인 손짓합니다. 미역귀가 내 귀를 닮아 속닥거리고 기장미역 바튼 기침처럼 바삭거리며 발걸음 멈추게 합니다. 바다는 덧없이 파랗고 투명하여 닦아내지 않아도 되는 유리알 같아 물 위를 첨벙첨벙 아니 사뿐사뿐 걸어보고 싶어 집니다.
느린 우체통에 비치된 엽서 한 장 꺼내 그리운 이름에게 보냅니다. 나의 오늘과 너의 내일 사이에 짙푸른 바다가 있었다는, 도착할 수 없는 주소를 갖고 엽서는 어디서 헤매다 말까요.
시내버스 900번 종점 구룡포 일본인 가옥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에 왔습니다. 드라마는 안 보았지만 골목골목 포스터가 정겹게 하네요.
1883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일통상장정' 이후 일본인이 조선으로 와서 살았던 곳으로 포항시가 '일본인가옥거리'로 조성한 곳입니다. 구룡포 공원은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청동과 돌로 만들어진 용의 조형물이 구룡포항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여행'을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로 '관광'을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이라 정의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눈뜸은 접어두고라도 오래된 가옥에 앉아 차 한잔할 여유조차 내주지 않고 마음만 바쁘게 달리는 오늘의 나는 여행일까 관광일까 또 대답 없는 질문을 하고 맙니다.
하두자 시인이 추천한 구룡포 주상절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가 일구어 낸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며 미래이다’ 2003년 7월에 개관한 포스코 역사박물관에 왔습니다.
시련의 땅에서 꿈을 키운 포항제철. ‘철은 산업의 쌀이다. 철을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 1966년 12월 6일 다국적 대한 국제 제철차관단이 발족 KISA는 ‘기술과 자금 지원에 기본 협정’을 체결하였지만 KISA는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합니다. 선열들이 치른 희생의 대가로 제철소를 지어 부강한 나라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 값지게 돈을 쓰는 길이라며 ‘대일청구자금’을 쓰자고 한다. 그러나 그 돈은 농림수산부에 쓰기로 합의된 금액으로 일본 정부는 부정적이었지만,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사장은 일본 정부를 설득 1969년 12월 3일 포항제철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한·일간 기본조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세상의 빛으로 거듭난 포스코를 뒤로 하고 나는 골목이 기우는 대로 흘러갑니다. 그러다 다시 만나는 바다는 환해지고 또 다른 나로 추억을 퍼먹으며 출렁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