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토문재의 소소한 이야기 - 9월 10일
오후 4시 아스팔트의 열기가 온몸을 휘감긴다. 뙤약볕 화살처럼 내리 꽂힌다. 바다로 가는 길 걸을 때마다 풍겨오는 걸음냄새와 김장 배추 모종으로 바쁜 황토밭을 바라보다 산정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서로 옳다고 옥신각신 할매들 모습이 떠오른다.
“비 와야 배추모종을 하것는디”
“뭔 소리여, 비가 안 와도 지금 모종 할 때제”
“비 온 뒤 조금 늦게 심어도 괜찮혀”
“언제 비 오길 기다려 늦으면 배추 폭이 덜 차지”
“그럼 조금 늦게 수확하면 되지라우”
“아니랑께, 지금 모종 하여야 꽉 찬 배추 상품성이 있는디”
금방이라도 다툼으로 이어질 듯 아슬아슬 한 치의 양보가 없다. 김장배추. 우리의 먹 거리 소중하다. 소중한 만큼 서로 옳다고 주장하는 대화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온 시간만큼 변하지 않을 자기만의 아집을 본다. 해풍에 자라는 해남배추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와 함께 유명하여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우리의 겨울을 든든하게 한다. 그 배추의 내력을 배추의 속성을 서로 잘 아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서로 다를 뿐 옳고 그름이 없다.
‘그라제, 비가 안 와도 때가 되었으니 모종을 심어야 하고, 조금 늦더라도 비 온 뒤에 모종은 심어야 양께 두 분 다 맞는디 어짜서 우긴다요.’
어제 마음속에 저장해 둔 말, 입술로부터 발생될 수 없었던 말, 혼자 건너가는 시간에 구시렁거리며 송호 해수욕장까지 왔다. 혼자 말을 자주 하는 나의 나이 먹음이 보인다. 넓은 모래사장 왼 종일 앉아 바다 멍하고 싶었던 곳. 생각을 접고 고요를 미는 바람과 떨리는 물결소리 듣고 싶었던 곳. 바깥의 소란을 닫고 나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었던 곳. 바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에는 폭염에 호박꽃들이 일제히 울리는 합창 경보를 받아쓰고, 파도의 파랑 따라 표류하는 바람을 받아쓰고, 발바닥에 모래가 물컹거리는 사각거림을 받아쓰고, 전라남도 기념물 송림 숲 그늘을 받아쓰기 위해 걸었다.
파도가 결을 이루며 밀려왔다 가는 바닷물 속을 걷는다. 발등 위로 바다가 출렁인다. 발바닥으로 모래알갱이 뒤적거린다. 글이 써지지 않아 어둠이 몰려올 때까지 그렇게 나를 들여다본다. 그곳, 바닷가 해변에서 혼자 노는 짜릿함으로 가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