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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Oct 03. 2024

갈두 항(땅끝)에서의 하루

8. 토문재의 소소한 이야기 - 9월 13일

  송정실 신미송 작가와 갈두 항 간다. 이 폭염에 길을 나선 게 무리였을까. 쏘아대는 태양 열기에 얼굴이 빨갛게 익어간다. 비 오듯이 등줄기에는 땀이 주룩주룩 흐른다. 내가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잘 구경하고 다닐 텐데 굳이 안내하겠다고 땡볕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나의 오지랖은 사서 고생이다.   

  

  쉴 곳이 없다. 해양 자연사 박물관 입장료 5,000원의 에어컨 바람을 산다. 입장과 동시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 곳. 원양어선을 타고 세계를 누비면서 40여 년간 임양수 씨가 수집한 3만 여점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국 최고의 박물관. 이미 탐방한 곳이라 입구 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신 작가는 박물관 관람 중이다.        

 

  ‘땅 끝 처음 길 스카이워크’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훼손되어 가는 자연. 그러나 관광객 유치와 지자체의 발전을 위해 개발을 강행하여야 하는 이중적 모순에 나 또한 동참하고 있다. 작년에 없었던 ‘땅 끝 처음 길 스카이워크’는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길이 41m, 높이 18m의 직선형으로 강화유리를 사용해 땅끝 바다 위를 걸어보고 있다는 느낌이나 무섭다. 태양빛 바닷물에 부서지는 수만의 잔해들. 바다에 부서지는 잔해들 주워 심장에 문지르면 나도 반짝이는 마음바다를 간직할 수 있을까.      


 작열하는 햇볕에 가쁜 숨 들이키며 데크 계단 오르락내리락 땅 끝 탑 왔다. 땅 끝의 옛 이름은 칡 머리이다. 지형이 바다를 향해 칡뿌리처럼 튀어나와 있어 칡 머리(갈두)라 불렀다고 한다. 땅 끝 탑에서 왼쪽 데크 계단 사박사박 내려가면 ‘땅끝 칡머리당 할머니와 거북이’ 조형물이 바다를 향해 두 손 모으고 염원하는 모습이 있다.    

  

 “칡머리당 할머니를 여기에 모시니 남파랑과 서해랑을 걷는 이, 과거를 묻고 새 출발하는 이, 절망을 딛고 희망을 품는 이, 모두의 여정에 위안과 용기로 함께 할 것‘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낮술에 취한 정오의 태양은 더욱 붉어지고 가끔씩 지나가는 바람은 더운 열기만 부채질할 뿐이다. 열정이 과한 햇볕은 바다를 데우고 지열을 올리고 뜨거운 바람은 식을 줄 모르는 사랑 같다. 이 사랑도 유효기간이 있어 서서히 식어가겠지만 폭염. 너, 사랑 너무 길다. 결국 우리 인간이 만든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 할 말은 없다.

    


  칡머리당 할머니 조형물을 바라보며 땅 끝탑 그늘진 모퉁이 앉아 바라보는 바다는 반짝반짝. 나도 저 바다처럼 반짝거렸으면 좋겠는데 폭염에 에너지가 방전되어가고 있다.   

    

 땅끝 전망대 오르는 모노레이 입구에 앉아 바라보는 바다. 줄게 많은 바다는 전복 양식장을 키우고, 그리움이 많은 바다는 노화도 오가는 여객선 품고 있다. 간직할게 많은 바다를 접어 내 안에 넣으면 얼굴 없는 감정이 모래알갱이로 밀려와 물컹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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