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필요할 때 펼쳐보고 싶은 책, 여행 에세이
시와 사진이 있는 여행에세이 『말하지 않는 것들이 말하는 곳으로』가 출간되었다.
오랜 칩거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길은 쉽지가 않았다.
출판사와 수정. 보완. 교정 작업 중 갑작스러운 친정아버지의 입원으로 고창과 용인을 오가던 중 급하게 긴 여행을 떠나셨다. 여행 관속은 고요했다. 너무 고요하여 나는 소리 없이 서럽게 울었다.
그제는 “곧 퇴원할 거라고 원장선생님이 그랬다.” 희망찬 목소리로 말씀하시던 분
어제는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목에서 넘어가지를 않는다.” 조금씩 쇠퇴해 가시던 분
오늘은 “허리 통증과 주삿바늘 꽂아진 오른쪽 어깨 주변이 아프다.” 고통을 호소하시던 분
내일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두 팔로 허공만 휘 젖고 계시던 분
모래는 의식이 없어지면서 우리를 여기에 두고 먼저 먼 길 떠난 엄마 곁으로 가신다.
다시,
어제는 심장이 바늘로 쑤시듯 아프다. 꼭 고향집에 계실 것 만 같은데 하는 생각에
다시,
오늘은 자꾸 눈물이 난다. 아버지가 딸을 딸이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마음에
다시,
내일은 가슴이 아리겠다. “건강해야 한다” 말씀하시던 생전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아서
지금쯤 아버지는 13년 전에 먼저 간 엄마를 만나 즐겁겠지. 나만 슬픈 건가?
30년 전에 먼저 간 사위와는 이승에서 못해본 술잔을 주고받고 있겠지. 나만 아쉬운가?
세 번째 시집출간 이후 7년 만에 나오는 첫 여행에세이.
출판사에서는 인쇄 들어가기 전 꼼꼼히 확인해 달라고, 인쇄판이 제작되면 수정하기 어렵다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확인하고 교정해야 할 의욕도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다. 주변에서 천천히 출판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미룬다고 교정지가 눈에 들어올까 마음에 부담만 될 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출판 승낙이었다.
『말하지 않는 것들이 말하는 곳으로』는 그렇게 탄생했다.
아버지는 긴 여행 떠나시고 나의 여행에세이는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슬픔이 멍들어 기쁨이 될 수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일.
즐겁게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은
언제인 듯, 다녀온 동네
아직 다녀오지 못한 고장
꼭 가보고 싶었던, 가보고 싶은 나라
『말하지 않는 것들이 말하는 곳으로』와 함께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고 꿈꾸었으면 좋겠다.
목적지를 정해 떠나는 여행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목적 없이 떠돌다 길 잃어 보기도 하면서
방황과 방랑 그 중간쯤에서 서성거리겠지만,
혼자서 훌쩍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
혼자서도 떠날 수 있다는
용기로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이 지구에 유배되었다.
유배된 우리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무슨 자국을 남기고 싶어 할까?
여행을 통해 자신만의 유배지에서 휴식을 찾으면서 자신만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나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