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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Mar 11. 2019

3. 비극이 종교를 만나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인도, 산치 대탑

 내 인생에서 가끔씩 바람의 방향을 잘못 탄 바람개비 같아서, 내가 걷는 길이 진정으로 맞는 길인가 의심이 들 때 떠나온 곳 인도. 스스로를 구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민족이 사는 곳,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지 구분이 어려운 곳. 흙먼지 바람, 햇볕을 너무 많이 먹어 허기가 지지 않는 나라 인도의 산치 대탑과 타지마할로 지순한 사랑과 비극적인 사랑을 확인하러 간다. 


  인도 성지순례 일정에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 산치라 한다. 인도 중부 마디아 프라데시 주의 불교 유적지 대탑은 주변보다 90여 미터 이상 솟아 있는 사암 구릉에 형성되어 있는데, 붓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고민하고 가는 곳이라 한다. 그러나 전 인도를 통일제국으로 세우고 철저한 전제군주제를 실시한 아소카 왕이 조성한 최대의 산치 대탑을 참배하기 위해 우리는 새벽 인로르를 출발 산치로 간다. 


 아소카왕이 자신을 사랑했던 데비(Deve) 여인을 위해 건립한 산치 대탑을 향해 어둠을 뚫고 가다 보면 멀리 지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과도 악수할 수 있으며, 광활한 땅 푸른 보리밭의 출렁임 속 노란 유채 꽃도 손 흔들어 주는 그 뒤로 가끔씩 힌두교 사원이 반기기도 하고, 오렌지 나무에 감춰둔 오렌지 향기와 길가 허름한 수레 위에 흙먼지 뒤집어쓴 과일 속 상인들의 훈훈한 인심도 만난다. 

 

 

 북위 23°27'의 위도선. 태양이 천정을 통과하는 위선이면서 북반구에서 열대와 온대를 구분하는 경계선이기도 한 북회귀선. 이 선은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여 인도의 콜카타, 중국의 광저우의 북쪽을 통과하고, 타이완 중앙부, 이오 섬을 거쳐 멕시코를 지나 쿠바의 북쪽을 통과하는 선이라고 하는데, 설송은 북회귀선 표지판의 평행선 두 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고속도로로 두 동강인 난 북회귀선에서의 그림자놀이도 할 수 있다. 


  산치 대탑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는 보리수나무 흰색 천 조각이 치렁치렁 걸려있고 그 주변을 감싸고도는 노랑, 빨강의 깃발들이 보리수나무 주변을 너울너울 나비 날아들 듯 맴돌고 있다. 

 푸른 잔디로 깔끔하게 정돈된 길 따라 아쇼카왕이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 한 중앙부 서쪽에 있는 대탑 앞에선 성지순례 팀 우리는 스님 두 분과 함께 경전을 독송하고 탑돌이를 한다. 벽돌을 쌓은 원형 탑은 군데군데 훼손되어 시멘트로 덧칠하여져 있으나 울타리 인 난순을 돌로 제작 빙 둘러 설치하여 탑돌이 하기에 좋게 조성되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탑돌이를 하면 세세생생 팔난이 없어지고복과 수명이 길어지며거동과 용모가 단정 해지며, 재물과 보배가 항상 가득하고다음 생에는 천상에 나게 되고항상  4념처와 4정근과 4여의 와 4신족 4 진제가 있게 되며, 5, 10력, 7각지 분과 8정도와 6신통을 얻게 된다.(〈대정 신수대장경〉16권 801쪽 중단)고 설하고 있다.


 이처럼 탑돌이의 공덕은 현세의 모든 복과 내세의 이상은 물론, 다음 생에까지 복덕을 지닌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치의 불탑에는 아예 탑돌이 길을 만들어 후세의 모든 불탑 조성에 기준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스님말씀  불교 신자가 아닌 나는 도통 알아들 수도 이해도 안 되는 어려운 단어들이다. 그러나 다음 생에까지 복덕을 지닌다고 하니 탑을 만져도 보고 두 손 합장 고개도 숙여보면서 우주와 태양계의 회전 운동에 동조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탑돌이를 한다. 

 플라톤의 철인정치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이상적인 정치 형태를 실현한 아소카왕은 마우리아 왕조의 3대 왕으로 처음부터 부처의 가르침을 따른 것은 아니었다. 그의 부친 빈두사라 왕인 101명의 왕자 중 한 명이다. 마치 ‘101마리의 달마티안’을 떠올리게 하는 빈두사라 왕. 강한 자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식을 좋아하지 않는 법. 따라서 빈두사라 왕은 아소카를 좋아하지 않았고, 야심만만한 그를 반란 진압군의 총사령관에 임명해 수도인 파탈리 푸트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치로 파견하면서 내린 명령이 "어떤 무기나 수레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소카왕은 산치로 내려와 방황하던 시절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운명의 여인 데비 부인을 만난다. 성격이 그리 좋지 못하고 못생겨서 여성들이 싫어했다던 아소카를 사랑해 준여인. 그는 그곳에서 마힌다와 상가 미타를 낳았고, 다시 꼭 돌아와 파탈리 푸트로 데려가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났지만 아소카는 데비 부인이 있는 산치를 잊는다. 빈두사라 왕이 죽자 자신의 동복동생 1명만 남기고 99명의 형제들을 깨끗이 청소한 후 인도 통일에 몰두한다. 데비 여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돌아올 기약 없는 님을 기다리다 세월이 흘러갔고 님 향한 그리움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가슴에 품은 체 숨져 갔으나, 마헨드라와 상가 미트라 남매는 훌륭하게 성장하여 어머니의 정표를 들고 대국의 왕인 부친 아쇼카를 찾아간다. 

 

 평생 자신을 기다리며 살다 죽은 데비 부인을 위해 아쇼카는 그 기다림의 언덕에 그녀의 영혼을 달래줄 아름답고 웅장한 스투파를 짓고 그 속에 붓다의 유해를 봉안하여 그 사연을 적은 사자 석주를 하늘 높이 올려 세웠다. 또한 이미 승단에 귀의한 남매를 지금의 스리랑카로 다르마를 전파하기 위해 사신으로 파견한다. 그들이 바로 남방불교의 장을 연 마헨드라와 상가 미트라 남매이다. 이렇게 해서 평생의 한 남자만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데비 여인은 불교 조각 예술들 가운데 그 극치를 보여주면서 인도 불교의 발전사를 집약해 놓은 산치 대탑의 주인공으로 인도 불교 역사를 쓰고 있다.

 평생의 기다림 끝에 망부석이 된 데비 여인이 수만 송이 돌 꽃으로 산치 언덕에 다시 환생한 곳에서 난 지금 이렇게 그들의 사랑 꽃을 만지작거린다. 영원히 지지 않을 조각 꽃 어디에도 없을 산치의 아름다운 사랑 조각. 아직도 남아있는 불교 최초의 종합대학이었던 터와 스님들 방사가 있었던 터를 돌아 액자 속에 남길 기념사진도 한 장 찍어두고 대탑 입구에 있는 스리랑카 절을 뒤로하고 버스에 오른다.


 “산치 대탑은 비극적인 사랑을 넘어서 우뚝 솟아 있으며 사랑의 결말은 희극보다는 비극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라고 표현한 자현 스님 말씀을 가슴에 담으며, 비극적인 사랑을 낳은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을 가기 위해 보팔 하비부 간디 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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