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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Mar 13. 2019

4. 천년의 사랑

-- 인도, 아그라 성과 타지마할

타지마할

 뭄타즈 마할은 ‘선택받은 궁전'이라는 뜻이며, 이 이름이 타지마할로 바뀌었다고 한다. 나는 이 곳 순백의 대리석 궁전의 한 모퉁이 기둥에 기대어 한참을 서 있었다. 햇볕 받으며 사람들 수없이 오고 가는 사이로 기둥은 살며시 그늘을 내주고 차곡차곡 쌓았을 세월. 모든 소란과 고요를 안고 온 몸을 지탱하며 늙어 가고 있을 붉은 사함과 흰 대리석 기둥을 어루만져본다.  


 샤자한과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의 끝없는 사랑 지금도 야무나 강으로 흐르고 있을 150년간 무굴제국의 빛나는 시절의 역사이자 현재인 이곳.  


 저쪽 아그라성에서 이곳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쌓았을 샤자한. 무굴제국의 5대 왕으로 수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14명의 아들 중 셋째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아그라성에 유폐된다. 야무나 강 건너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쓸쓸히 죽음을 기다렸을 샤자한의 사랑과 그리움의 시간들 헤아리다, 잠시 일행을 놓치고 보리수 잎 쓸고 있는 인도 여인의 빗자루에 내 아린 상처도 함께 쓸어 보낸다.



천년의 사랑

     -아그라 포트

   


그는 우는 법을 오래전에 잊었습니다      

붉디붉은 길은 노을로 물들어 야무나 강으로 흘러갑니다 타지마할 그곳에 머물고 있는 아르주만드 바누 베감*에게 갈 수 없는 이곳은 얼마나 깊고 높은 성벽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얀 대리석에 한 마음 뜨겁게 환하던 추억의 이름으로 새겨놓고 처연히 어둠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우리 14명의 뜨거웠던 사랑은 죽을 때까지 꺼지지 않았던 그대의 분신 데칸고원 부르한푸르* 전쟁터에서 그대를 놓았으나 또한 놓지 못했습니다  

 

그대는 내 안에 숨 쉬는 아그라의 꽃 그대에게 내 몸의 이야기 전하고 싶어 마음의 다리 꽃다발 들고 어정어정 안개 강 건너가고 있습니다 바람이 네게 불어오면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고, 나는 그 바람결 따라 바람이 되어 그대에게 닿고 싶습니다 그대가 머물고 있는 그곳 그대가 모르는 내 생을 마칠 때까지 바라보는 여기는 무삼만 버즈*      

하얀 대리석 문양 위 흔적만 남고 사라진 보석이 머문 자리 나는 굽은 손으로 어루만져봅니다 오각형 문양에 갇힌 비둘기 한 마리 귀를 핥고 빛을 가르며 날아가는 아그라성은 샤자한이 어디선가 시간의 빗장을 열고 다가온 것일까 붉은빛 뚝뚝 떨어지는 푸른 잔디 정원에 앉아 스며드는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나는 그가 여기에 올 수 없고 그가 갈 수 없는 거기까지의 소설 속 러브스토리행간과 행간을 읽으며 문장 밖으로 나옵니다

 

우는 법을 오래전에 잊어버린 채 아직도 가슴에 봉분하나 품고 사는 나는 시간의 뺨에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이 주는 샤 자한과 뭄타즈 마할의 거리를 헤아려 봅니다 여기 쇠사슬로 엉켜 풀리지 않는 시간 속 당신들은 천오백 년의 안쪽 나는 오늘의 바깥입니다   

  

*샤자한의 부인

*부르한푸르에서 아이를 낳다 죽음                                              

*포로의 탑. 샤자한이 아들인 아우랑제브에 의해 유폐된 곳

*인도 시인 타고르의 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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