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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Mar 14. 2019

5. 마린 비치 해변을 서성이다

 --인도, 뭄바이·2

아라비아해海를 마주하고 방파제 위 연인들

군데군데 앉아 비둘기 연서 쓰고 있다

마린 드라이브 희뿌연 매연 속 나는

검은 차도르 안의 하얀 미소를 읽기도 하고

기도 시간 따라 티베트 스님들이 그림자를 남기며

스쳐가기도 하는 방파제에 앉아

정지된 시간 속 

아주 먼 과거가 미래로 유유히 흐르는  

인도의 거리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다

물결치는 파동의 흐름을 인지하며 살아가는

네타지 쉬바 시 로드 

그 길 따라 울려 퍼지는 자동차 소음이 방파제를 넘는

오전 열한 시의 마린 비치 해변

거리의 이야기들을 쓸고 있는 청소원의 빗자루에서 

나는 그들이 믿고 있는 신들을 쓸어 모아 

어느 수도승의 바랑에 담아내고 싶어 하는 눈빛을 

그림자로 담아 보기도 한다

내가 여기에 오기 아주 오래전부터 

그는 이 해변의 검은 얼굴로 수평선을 쓸었을 것이다 

말라바 힐에서 나리만 포인트까지 가는 거리

두 눈 아프도록 바라보지만 파도는 몸 뒤척이는 법이 없다  

나는 해변 끝자락에 그들만의 시간을 묶어두고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 듯 한 바람이 불어오면 

한 번은 더 뒤돌아봐야 할 것 같은 

한 시절의 조각난 하루를 챙기다  

카레 맛 같은 시를 그리워하다

언젠가 만났을 법한 연인들의 웃음소리를 건지며   

어깨를 나란히 속삭이는   

쵸우 파티 해변의 마천루로 빨려간다 

야자수 사이로 비둘기 한 무리 비행하는 사이

어린 소년이 들고 있는 염주 알알이 받아   

아직 익지 않은 염주는 가슴속 주머니에 담아두고 

오지 않은 불심을 기다는 열망의 날이 많아진다면 

내 삶이 고달프고 이유 없이 슬퍼질지라도

마린 비치 해변에 앉아 

끝없이 수평선을 붙잡고 있는 여인들처럼 

인도 안에 들어가 잠시 인도인이 되어 보는 것 

또한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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