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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Mar 28. 2019

3.마음 바쁘고 발은 느리게 베니스

--그 여자 이태리, 시간을 걷다

  사람들은 누구나가 마음속의 로망 하나쯤 가지고 산다고 한다. 삶이 고달플 때나 자신의 본질적인 내면을 끄집어내 반추해 보고 싶을 때, 그 로망에 환상을 덧입혀 웅크린 현실의 고단한 삶을 위안하려 든다고 한다. 상처 중 가족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맹독이 든 말의 상처 씻겨 내지지 않아 내가 나를 위안하고자 평범하지 않은 역사를 이어온 독특한 물 위의 도시에 왔다.     


  베네치아는 괴테의『이탈리아 여행』, 토마스 만의『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뮈세의『베네치아』, 존 러스킨의『베네치아의 돌』, 셰익스피어의『베니스 상인』감성을 자극하는 로망의 장소에 내 이름도 보탠다.  

    

 물이 길이고, 길이 물인 아드리아 해를 품고 118개의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베네치아. 2월의 카니발 마리아의 축제가 열리는 곳이라 그런지 노점상의 각양각색의 가면들이 먼저 반긴다. 크로아티아의 달마치아에 근거를 둔 해적들이 베네치아에 와 젊은 신부들 납치하고 지참금을 빼앗아 달아나자 총독은 구출해오고 그 사건을 위한 마리아 축제가 기원이 되었다는 카니발. 가면을 쓰고 변장한 옷을 입는 행위는 매력적이다. 귀족과 서민이 한데 어울리고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가면축제의 매력 그러나 수많은 카사노바를 출몰시킨 부작용도 있었다는 곳.      



 탄식의 다리

  카사노바는 부모가 연극배우이며 베네치아 산 사무엘라 성당 콤메디아 거리에서 태어났다. 큰 동생은 화가로서 프랑스 왕립 회화 아카데미에 작은 동생은 드레스덴에서 학술원장으로의 길을 걸었지만 카사노바는 자유와 평등 철학을 추구한 계몽주의자, 예술과 풍류를 즐긴 낭만주의자, 여인의 체취를 탐닉한 감각 주의자, 탐험가, 사업가, 복권 창안자, 저술가, 군인, 도서관 사서, 외교관, 스파이, 사제, 장교, 여행자, 도박꾼, 유혹자, 마술사 다양한 이름으로 인생을 살았다. 그는 명예훼손죄로 죽을 때까지 고향 땅 베네치아를 밟지 못하고 체코 둑스 성(발트슈타인 백작의 성) 도서관 사서로 있다가 사망한다. 모차르트의 난봉꾼 이야기 ‘돈 조반니’의 극본 작가 로렌초 다폰데를 만나 작곡에도 기여한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가둘 때 나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듯, 이제 나도 자유를 찾아 떠나며 당신들의 동의는 구하지 않겠소.” 피 옴 비 감옥을 탈출하면서 카사노바가 한 말이다. 카사노바는 재판관의 애인을 건드려 감옥에 갇힌다. 여자는 소유의 개념이 아닌 봉사 대상의 개념이었기에 재판관의 애인을 취한 자신의 행동은 떳떳하고 탈옥 역시 당연한 행동이었던 것. “나는 여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내가 진정 사랑한 것은 자유였다.” 역마살의 선구자? 

 


 두칼레 궁전과 운하 건너편 피 옴 비 감옥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두칼레 궁전에서 재판을 받고 나오던 죄수들이 이 다리를 건너며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이곳을 탈옥한 카사노바로 인해 유명해진 탄식의 다리. 지하 감옥은 홍수가 날 때 물에 잠겨 이 다리를 건너 감옥에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전해졌다. 그래서 이 다리를 지날 때 세상과 하직 인사를 하는 것. 일행을 뒤로한 채 나는 탄식의 다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수로와 수로를 잇는 다리와 물 위 집, 마음은 바쁘고 발은 느리게 볼 수 있는 풍경과 느낄 수 없는 마음이 서로 엇갈려 간다. 몸이 힘들다고 피곤하다고 자꾸 말을 건다. 머릿속은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자꾸 재촉한다. 베니스 상인들이 이집트에서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훔쳐와 그를 모시기 위해 지은, 중동과 비잔틴 형식의 독특한 산마르코 성당 앞 광장. 300년 전통의 플로리안 카페에서 우뚝 솟은 종탑 바라보며 에스프레소 한잔의 여유로 물들어 즐거움 마셔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을 듯. 철인 씨는 커피를 향순 씨와 나는 음료수로 하루를 적셔본다. 


 광장 테이블에 앉아 공기와 분위기를 즐기며 루소와 나폴레옹을 그리워해 보고, 유일하게 여성 출입이 허용된 이곳은 뭇 여성들과 자주 방문하였다는 카사노바의 흔적은 어디에?

                 

* 참고:『카사노바 - 사랑과 예술의 유혹자』시공사   


 물의 책  

   -베네치아


아드리아 해의 한 페이지를

힘껏 당겨보는 너의 눈은

흔들리는 돋보기다     


휘어진 안경테

커다란 돋보기로 둥그런 눈알 구르며 수로를 휘 젓는다     


기울지 않도록 곤돌라에 지탱한 몸 안으로 

미로는 시작된다     


지금은 따사로운 오월 

탄식의 다리 바라보는 너의 입에선

젤라또 붉은 물 쉬지 않고 흘러내려

산 마르코 광장 노천카페 펼쳐놓는다     


나는 물의 길을 따라 물위의 집에 앉아서

꽃잎처럼 펼쳐진 곤돌라 노 젓는 소음

끼릭끼릭줄 끊긴 현악기로 듣고 있다   

    

베네치아를 사랑한 시인들 지나간다

뮈세와 조르주 상드의 애절함이 물에 잠기고 있어

헤밍웨이와 아드리아나 이반치크사랑 소설로 들어왔어

화폭에 스며든 존 러스킨은 물의 풍경이 되었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알베르틴 죽음을 전해왔어        


곤돌라 사공의 노래 소리 

흰 거품으로 귓전을 울린다

나는 운하를 핥고 가는 바람에 마음을 닦는다    

 

몇 세기를 흘러온 곤돌라

물결위로 휘저어가는 노의 결 따라

내가 걸어보지 못한 물길 속으로 풍덩 

 

아드리아 해의 한 페이지가 갈라지고 

베네치아를 지나가는 예술가들 

물의 행간 가로 질러

햇빛 속으로 걸어가는 발소리 넘긴다   


       

헤밍웨이 연인이자 강 건너 숲속으로의 소설 속 모델   

마르셀 프루스트의 1인칭 소설베네치아에서 연인의 사망소식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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