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도
섬이 들어왔다 내 안에 통째로.
질척이는 마음을 지우고 거추장스러운 입을 거두고 갇혔던 생각을 밀어내며 가우도 포토 존 뒤 재활용쓰레기 주렁주렁 물고기 설치미술. 바다는 자꾸 흘러내리는 내 눈을 가져가고 갯냄새는 바람이 비릿한 코를 없애는 섬.
멀리 청자도자기 모형의 청자타워 짚트랙 출발지가 숲에 가려 가물거리는, 가끔씩 몰려왔다 몰려가는 소란을 통과한 속도 뒤에 오는 침묵. 그렇게 가우도가 내 안에 들어왔다.
전혀 출렁임이 없는 길이 438m의 저두 출렁다리 건너니 섬의 생김새가 소(牛)의 멍에에 해당된다 하여 ‘가우도(駕멍에가牛島)’라고 부른다는 안내판을 좌로 데크 길. 밀물에는 물 위에 떠있고 썰물 때에는 육지로 올라온다는 두꺼비 바위. 사랑을 이루어 준다는 신비한 바위 앞에서 마주한 여행객 사진을 부탁한다. 렌즈에 담기는 둘이어서 행복해 보이고 혼자가 아니라서 투정도 사랑이 되는.
저두 출렁다리
무감정이 내 눈을 찌르는 사이로 ‘詩 영랑 나루 쉼터’ 청동의 영랑은 바다를 등지고 앉아 잃어도 기다려야하고 기다려도 잃어버리는, 오지 않는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내가 기다림의 모란 되어 아픔으로 깨진 시간을 어루만진다.
섬은 나를 품었고 길이 716m 망호 출렁다리는 바다를 가졌고 하늘은 바다를 담아 구름을 만지는 오월의 끝자락.
태양을 이고 망호선착장에서 월곶까지 더듬더듬 걷는다. 어디선가 덥석 뒷목 잡을 것 같은 숨 막히게 하는 고요가 파도소리조차 귀를 소거해버린다. 발자국 닿지 않는 길 겁 없이 덤비는 무모함 뒤로 섬은 나를 안아준다.
다시 섬 반 바퀴 찾아 저두 출렁다리로 가는 가우라꽃구름과 어우러져 노닐다 만난, 다산 정약용 쉼터 ‘강진 유배지에서 아버지 다산이 아들을 만나고 바다에서는 물고기들이 서로 만나고 하늘을 나는 새들은 다산의 시속에서 만난다.’는 글귀와 다산을 헤아려 보라는 쉼터에서 내 마음도 바닷물에 젖은 수건처럼 짜디짜다.
출렁이지 않는 출렁다리. 바다가 출렁거려 출렁다리라 이름 붙였다고 하는. 2021년까지 폭 1.8m와 길이 150m의 실제로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설할 계획이라는 강진군. 편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데크도 설치된다 하니 기념사진 멋있겠다.
망호 출렁다리
빈 데크가 바다를 지키는 닫힌 섬 안, 갇힌 섬 밖 한 바퀴 빠져나와 상저 마을 정류장. 길고 지루한 기다림으로 아스팔트 타는 열기가 온몸을 덮친다.
-강진 다원
중국 작가 쑤쑤는 ‘올 것들은 오고 갈 것들은 가게 두어라.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최대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인생을 바르게 보는 법 놓아주는 법 내려놓는 법』에서 말한다.
강진 다원 가는 길. 버스가 정차하는 곳 묻지도 않고 무작정 무위사 입구에 내려 걷는다. 월출산 옥판봉과 경포대에 눈 맞추다 수레국화 보랏빛에 물들어 발걸음 멈추게 하기도 하지만, 내일 일을 걱정하고 어제 일을 후회하느라 오늘을 흘러 보내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2차선 도로 따라 터벅터벅 언덕길 넘고 또 넘어서면.
월출산 한 자락 깔고 앉아 초록 위로 살포시 솟은 연두가 햇볕에 반짝이고,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투명해지는 녹차 잎들 발걸음에게 속삭인다. 멈추고 느껴보라 한다. 마음으로 차향을 마셔보라 한다. 딱지 다닥다닥 핀 마음의 상처들 차밭 사이에 던지고 자연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해보라 한다.
지표면의 온도가 내려가면 자동으로 방상 팬이 위쪽의 따뜻한 공기를 차밭으로 불어 녹차의 새순이 찬 공기가 머물지 못하도록 설치된 구조물. 방상 팬은 차밭 군데군데 또 다른 풍경을 이루고 있다. 바람개비처럼.
큰 일교차와 강한 햇볕을 막아주는 산과 맑은 안개 그리고 차 밭 옆구리 댓잎 파리 소리와 어우러져 최상의 조건을 만든 강진 다원. 지나는 차량조차 보기 드문 도로변에 아담한 2개의 데크 전망대에서 녹차 잎들만의 언어로 수런거리는 소리 듣는다. 밝은 하늘이 우려낸 녹차 나무 열 지어 눈동자 찻잔을 만들고 넘칠 듯 말 듯 바람결에 출렁이는 향기 잠시 마스크 벗고 들이키는 상쾌함.
화려하거나 소란스럽지 않지만 자연이 주는 마음의 위로가 되는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