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편지·1

- 그 일주일

by 김민재

포르투갈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집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을 읽다가 ‘사물들의 숨은 의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문장에 꽂혀 트렁크 드르렁드르렁 가을을 끌고 추자도행 배를 탄다.

섬에 가서 섬에 머물면서 그 어떤 의미를 두지 말고 의미도 찾지 말고 오롯이 의미가 없는 것 에 몰두해보자, 그러나 과연 그렇게 지낼 수 있을까 의문을 남기면서.


내가 사물을 보고 사람들이 그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할 때마다,

나는 자각에 부딪혀 청량하게 소리 내는 시냇물처럼 웃는다.

왜냐하면 사물들의 유일한 숨은 의미는

그것들에 아무런 숨은 의미도 없다는 것이니까

「양 떼를 지키는 사람」 일부


해남 우수영항에서 추자항까지 한 시간 삼십 분 퀸스타호는 너울너울 파도와 함께 내가 출렁인다. 이틀간 배가 뜨지 않는다는 일기예보에 배안의 좌석은 공기로 가득 채우고 어쩌다 한 자리씩 차지한 승객들 듬성듬성 틈 비집고 어떤 이는 졸거나 사념에 잠기고, 누군가는 매점을 서성이고, 서넛의 굵직한 목소리 서걱거리고, 나는 멀미약에 취해 아롱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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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자도, 하추자도, 추포도, 횡간도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추자도. 고려 원종 12년(1271년)부터이며 옛날 뱃길로 제주와 육지를 오가다 바람이 심하면 바람을 피해 가기 위해 기다리는 섬이라 하여 ‘후풍도’라 불리었다가 조선 태조 5년 이 섬에 추자나무 숲이 무성한 탓에 ‘추자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다음 백과사전)


1896년 완도군으로 편입되었고 1910년에는 제주도에 편입된 후 1946년 북제주군에 소속되었다가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로 통합되었다는 추자도의 바다색에 하늘빛을 더하고 빼기를 해봐도 하나인 듯 하나가 아닌 듯 색과 빛의 잔치에 설렘 한가득 안고 예약한 숙소 대서리 ‘유창 민박’ 일주일의 여정을 푼다.


서쪽의 큰 마을이라는 대서리 비와 구름과 몽롱한 날씨에 헤매다 오랜만에 만난 청명한 빛에 끌려 등대산 공원 정자에 앉아 눈이 아프도록 바라보는 바다는 누구도 초대하지 않는 저녁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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