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가파도, 청보리는 어디에

--제주, 그리고 일주일

by 김민재

마라도 가기 위해 숙소에서 새벽 버스에 몸을 실었건만,

풍경이 생각을 먹고

감상이 감성을 지우며

머릿속 멍멍하다가 모슬포를 지나쳐 서귀포 터미널 종점까지 왔다.

다시 버스로 가기엔 예약된 시간을 맞출 수 없다

급히 택시로 간당간당 배 시간 맞춰 모슬포 항에 도착.

그러나 풍랑으로 결항이란다. 아쉬움도 그리움도 항상 뒤에 남는 것.


‘꿩 대신 닭’ 이렇게 표현하면 가파도가 서운하다고 하겠지

마라도행 결항으로 계획에 없던 가파도.

삶은 계획대로 가고자 하는 방향 따라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바다가 말하고 있다.


해안도로 타고 자전거 슝 슝 달린다.

젊음. 청춘. 이십대. 푸르고 예쁘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그 시절은 난 뭐 하고 있었지

집하고 교육청(현 전라북도 고창 교육지원청으로 명칭함) 출·퇴근 그 반복의 일상이 내 젊음을 훔쳐갔다.

아니 흘러갔다는 표현이 옳겠다.

난 운전면허증이 없다. 또한 자전거도 탈 줄 모른다. 그래서 늘 걷는다.

걷다 허기진 그 어디쯤 해녀들이 갓 잡은 해산물 듬뿍.

가파도에서 해물 짬뽕은 꼭 먹어야 한다는 걸 몰랐다.

그리하여 해물짬뽕은 울타리 치고, 자장면 후루룩 털고 일어선다.


관광객들 해안도로 따라간다.

해안도로 접고 나 홀로 섬을 가로질러 부근 덕에서 발전소 지나 보리밭 쪽으로 걷는다.

디지털 고창 문화대전. 향토문화 백과에 내 이름 달고 집필한「푸른 보리 구릉지대, 청보리밭에서 펼쳐지는 봄의 향연」을 생각하며 들어선 이곳은 7월.

청 보리밭 보리 알갱이는 보리떡, 보리차, 맥주 알코올로 날아가고 부스스한 흙들이 해풍에 날리고 있다

그 땅속에도 마음 깊이가 있을까 궁금해하다가

해바라기 코스모스 까만 점으로 찍혀서 가을꽃 축제를 기다리고 있을 꽃씨들 파헤쳐 보고 싶은 마음 뒤로 모슬포로 가는 여객선 탄다.


아직도, 가자니아



내 안의 섬으로 가는 길 아득해 걷다 길 멈춘 자리 노란 가자니아 꽃에 취해 나도 따라 앉은뱅이가 된다


바닷바람에 휩쓸려 부서지고 구멍 숭숭한 돌담에 기대어 비릿한 생을 깁고 있는 앉은뱅이꽃 가자니아처럼


낮아질게 더는 없는 나는 파도에 날아온 소금 알갱이만 건지고 있다


아 직 도


가자니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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