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우도

by 김민재

어딘가에 나를 가두려는 습성과 어디 에로든 방목해 두고 싶은 내가 시큰거린다. 꾹꾹 쑤시는 마음 그 안에 동전파스 붙일 수 없는, 쏴하게 물파스도 바를 수 없어 어떤 것에도 해결되지 않을 듯한 날에는 그냥, 그냥.


‘섬의 형상이 물소가 머리를 내밀고 누워 있다고 하여 소섬, 한자 화한 우도라고 불린다.’는 우도 훼리 탄다. 성산포항을 밀어내며 성산일출봉을 배 꽁지 부리에 달고 뱃고동 울린다. 하늘은 오래된 벽지처럼 구름의 껍질을 걷어낼 기미가 없고, 바다는 풀어놓은 먹물을 거둬들일 없다는 듯 출렁일 뿐 바람만이 승선한 여행자들의 설렘을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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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섬 우도’ 우르르 토해낸 발자국들이 자전거로 스쿠터로 전동차로 탈것에 집중하는 사이를 넘기며, ‘영국의 군함 사마랑호의 에드워드 함장은 항해 탐험기에 beaufort는 아름다운 섬.’ 우도의 영어 명 비우포트의 유래를 읽는다.


그때, 의미 있는 여행은 무엇일까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 김경주 경찰관. 우도는 걸어 다녀야 잘 보인다고, 뚜벅이 여행을 환영한다고 걸어야만 볼 수 있는 곳을 설명해준다.


보트를 타고 주간명월을 경안동굴을 우도의 골목과 골목을 그리고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최고의 맛, 그곳이 우도의 맛 집이라고 한다. 피식 웃음 한 줌 남기고 돌아보니 탈것에 실려 그 많던 사람들 사라진 천진항 선착장에 나 홀로 덜렁 있다.



천진항에서 우도 비양도까지

바다와 맞닿은 기암절벽이 소가 여물을 먹는 모습과 닮았다 하여 톨칸이 해안절벽 지대 터벅터벅. 환경과 풍경을 조각내고 있는 제법 골조공사가 이루어진 리조트 공사장 지난다. 지석묘 건너 정자 앞 어룡굴과 임제가 다녀갔다는 남명소승, 한반도 ‘여’ 안내판이 톨칸이를 지키고 있다. 먹빛에 물때가 아니라 한반도 모형 현무암은 보지 못하고, 8만~9만 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톨칸이는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는 길 되돌아 나온다.

DSC_3354.JPG 우도 지석묘
DSC_3362.JPG 톨칸이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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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_3520.JPG 해녀 항일운동 기념비

1932년 세화 오일장날 벌어진 전국 최대의 여성 집단 항일투쟁이며 최대의 어민 봉기인 제주 잠녀 항쟁을 기념하는 '우도 해녀 항일운동 기념비' 지나 쇠머리오름 입구. 자전거 싱싱. 자동차 빵빵거리며 뚜벅이를 위협한다.


가끔씩 나타났다 구름에 숨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지두청사 우도봉 정상가는 길. 청록 빛 초원에 영화 ‘화엄경 촬영 장소’ 표지석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비석과 나란히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 초소 유허지’였다는 표지석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면사무소 한 귀퉁이 풀밭을 지키고 있다. 숨기고 싶은 슬픈 역사이기도 하지만 또한 보여줌으로써 기억하고 알려야 할 역사이기도 한 표지석이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함이 잿빛 하늘과 물색없는 눅눅한 바다처럼 씁쓰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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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마을 산책길.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들. 팔미도, 오륙도, 목포구, 호미곶, 마라도, 가덕도, 대진, 노래하는, 창포말, 월드컵 등대. 외국의 등대는 미국 킹스톤, 일본 타테이시사키, 독일 브레머 헤븐, 러시아 마야크 크라스늬 빠르타잔, 영국 롱스톤, 중국 마호타파고다 프랑스 코르두암, 덴마크 안홀트 등대와 세계 7대 불가사의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가 축소된 모형으로 있다.


수많은 여객선의 빛이 되고 있는 쇠머리오름 정상의 우도등대에 누구도 줄 수 없는 내 그림자를 놓아두고 검벌레 해안가는 올레 길.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 식혀줄 의향이 없는지 바람은 미동이 없고, 나뭇잎과 수풀 또한 점잖고 싶은지 묵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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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벌레 해안 모래알 발가락 사이로 빠지며 걷다 해안 구석에 있는 보트 선착장. 조금의 두려움과 망설임을 헤치고 동굴 투어 보트에 청춘들과 출렁인다. 잔잔한 바다보다 요동치는 파도가 있어 싱겁지 않다. 무엇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만들어지는 즐거움에 생기발랄한 웃음소리까지 함께하니 두려움이 지워진다.


고래가 살았다는 속설이 전해졌던 동안경굴 지나, 후해석벽 사이로 에메랄드빛 바다색 끼고 돌아가면 동굴 안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천장의 동그란 무늬와 합치면서 달 모양의 달그림자가 생긴다는 주간명월. 10시~11시의 시간 때도 날씨도 따라주지 않았지만 보트는 검벌레 앞바다를 회전하며 물보라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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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는 숙종 23년에 국유 목장 설치로 국마를 관리 사육하기 위해 사람들이 왕래하였고, 김석린 진사 일행이 입도하면서 정착한 것은 1844년부터라는 팸플릿 설명이다. 땅콩, 쪽파, 마늘 등 3대 작물이 새로운 대표 소득 작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어업과 농업이라고 하나 주 소득은 관광사업에 있는 듯하다.


누군가는 우도의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지 말라고 한다. 보여지는 것과 보여주지 않는 것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우도의 그 속살까지 알 수 없지만 일조량과 기후조건이 키운 우도땅콩이 탄생시킨 땅콩아이스크림 맛은 로마에서 먹었던 젤라토 그 이상의 맛이다. 주관적일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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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에 부르튼 입술들이 따개비처럼 살아있는 해안선을 지나면 제주 속의 섬 우도, 우도 속의 섬 비양도, 소라껍데기 돌돌 말아 세운 비양도 들어서면 승마 타기 유혹 뿌리치고 산책길로. 캠핑 족 텐트와 봉수대가 어울리지 않는 듯 조화를 이루며, 밀물 때라 등대로 가는 길은 바닷물 출렁거리는데 찰방찰방 건너가는 모습들 정자에 앉아 바라만 보다 하고수동 해변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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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_3502.JPG 땅콩 밭
20210630_154112.jpg 우도 초, 중학교


하고수동에서 천진항까지

얇은 표정으로

들키기 좋고 들여다보기 좋은 곳으로 걷는다


마침표가 없는 구간은 칸나 만발하였고

물음표가 있는 구간은 돌담이 칸나에 섞이지 못한 채

길을 깔고 있다


담장을 열 때마다 번지는 파릇파릇 열 지어 있는

땅콩 잎들의 일가족

손을 펴면 망가질까

눈으로만 만지작거리다

내 표정이 시작된 곳에서 표정을 접는다


혼잣말은 깨물다 부서지고 놓친 단어들은

입안에서 발효되는 법


오늘은 혼잣말이 시작되고

내일은 땅콩 열매가 점령될 수 있는

땅의 범위는 내가 삼킨 단어들


우리가 칸나의 심장이었다고

우리가 땅콩 잎의 얼굴이었다고

믿지 않았던 나의 실수라고


친절하게 다가온 붉은 칸나

한 장 한 장 벗겨지며

길 위에 흩날리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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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는 ‘제4기에 활동한 한라산의 측화산 중 하나이며, 동남쪽에 있는 분석구인 쇠머리 오름을 제외하면 섬 전체가 평지로 되어 있다. 해안은 사빈 해안으로 된 북동쪽의 독진포를 제외하면 암석해안이며 남쪽 해안에는 해식애와 해식동굴이 발달하고 있다.’*는 우도의 반쪽만 읽고 반쪽 페이지는 다음을 기약하며 성산항 배를 탄다. 한라봉 주스 사이 바다는 윤슬로 가득 채우고, 나는 행복 가득 충전하고.

*백과사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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