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힘

by 푸른 숲


시장은 묘하다

마음 어지럽히는 일들이 생채기를 남기고 지나갔거나

지나가는 중에 시장에 가면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해가 저물어가는 늦여름의 하늘은 아름답다

조금씩 싸늘해지는 공기 속에 순간 겨울을 본다

생채기 난 마음은 다가올 계절처럼 차갑다


해 질 녘 시장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상점의 불빛들을 따라가다 보면

움직이는 사람들의 행렬이 거대한 생명체가 되고

우리는 그 일부가 된다


아래로 아래로 행렬을 따라

상점의 불빛을 따라

시장의 동맥을 따라 맥박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차가워진 마음에 어느새 시동이 걸린다

멈추지 않으면 꺼지지 않을 것이다


시장은 묘하다

장엄한 풍경도 거창한 여행지도 아닌데도

마음을 데우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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