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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Feb 20. 2023

오랜만이야 음악 감상실

파주 뮤직스페이스 카메라타에서



파주 헤이리 카메라타 전경




 간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오늘, 오랜만에 파주, 자유로를 달렸다. 가끔씩 시간이 날 때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하기로 했으니까.


 여유로운 오후가 주어진 오늘은 카메라타에 가기로 했다. 카메라타는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좋은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교외로 가서 종종 카메라타에 들러 음악을 듣고 오곤 했는데 아이들이 크면서는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작년에 카메라타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알고 예매를 해두었는데 사정이 생겨 취소하게 되면서부터 한 번은 다시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게 된 것이다.




카메라타의 커다란 스피커와 공연장 같은 배치

 


 평일의 한적한 도로를 달려 카메라타에 들어가는 순간 베토벤의 가곡 아델라이데가 흐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베토벤 가곡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인 아델라이데 선율을 듣자마자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환영하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들었다. 환대받는 즐거운 마음으로 한 바퀴 둘러보니 공간 구성이 좀 바뀐듯했다. 예전에는 마주 보는 테이블이 여럿 있었는데 이제는 스피커와 무대가 있는 앞쪽으로 공연장처럼 의자를 배열한 것이 달라져 있었다. 공간을 채우는 음악이 주인공인 느낌이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커다란 스피커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마음과 귀를 열기로 했다. 아델라이데 다음으로 슈베르트의 밤과 꿈, 백조의 노래가 바리톤 디트리 피셔 디스카우의 음색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앨범 소개 글이 담긴 화이트보드



가곡 이후로 피아노 소곡 몇 곡과 재즈 트리오 곡이 들려왔다. 중간에  LP 앨범로 교체하는 소리가 나더니 곧 사라 본의  Send in the clowns가 들려왔다. 재즈 보컬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니 황홀한 느낌마저 든다. 음악이 바뀔 때마다 음악 감상실 앞부분의 화이트 보드에 황인용씨가 곡명과 연주자 등을 공지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감상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공지를 보며 앨범이 바뀔 때마다 어떤 곡인지 찾아보는 즐거움도 컸다.


 한 시간 남짓 음악을 들었을까. 어느새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아이들을 챙기려면 어서 돌아가야겠지. 가끔씩 여유가 될 때 오늘처럼 하고 싶었던 것들을 미루지 말고 하나씩 해봐야겠다. 이런 순간들을 모아두면 행복한 기억이 되니까. 갑자기 며칠 전 갔었던 만화 카페 벽면에 레터링 되어 있던 글귀가 생각났다.

가장 행복한 일들만 생각해. 그건 날개를 다는 것과 같은 거거든.

 행복한 일들을 생각하려면 행복한 순간을 많이 모아두어야겠지. 카메라타에서 들었던 음악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담고서 다시 자유로를 달린다. 돌아가는 길의 내 마음은 음악의 단비를 맞고 벌써 봄이 찾아온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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