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해장국을 먹으며
선짓국을 먹는다
검붉은 피를 끓여내
더 검붉어진 선지를 숟가락으로 푹 떠먹는다
오래전,
어머니가 어지럽다 하시면
아버지는 시장에서 검붉은 선지를 한 봉지 사 오시곤 했다
어린 눈엔
괴괴해만 보이던 선지
가끔
헛헛하고 흔들리는 날이면
이제 나도 뜨거운 선지해장국을 먹으러 간다
그렇게 차갑게 식은 내장을 데운다
그렇게 마음을 채우고 갈피를 잡아본다
오랜만에 선지해장국을 먹었습니다.
숲 속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근처 유명한 선지해장국집 있다고 해서 들른 참이었습니다.
휴일 아침이라 그런지 해장국 집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소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다들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마다 뜨거운 김이 오르는 선지해장국을 앞에 두고서 먹고 있는 모습이 문득 사원에 모여 기도하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새 차가워졌던 자신의 안녕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타인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만 같았던 휴일 아침이었습니다.
어떤 음식은 마음도 데워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