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하늘대교 타고 영종도 나들이
연일 영하의 날씨 속에 집 앞 슈퍼마켓에 나가는 일에도 소박한 용기가 필요해졌다. 차가운 바람을 만나도 물러서지 않고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종종 거리며 다녀와야 하니까. 이런 날씨에는 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서 귤을 까먹으며 미뤄뒀던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며칠 동안 나가지도 않고 뒹굴 거리다 보면 밖의 공기가 궁금해진다. 그런 중에 인천 서해구에 청라와 영종을 잇는 청라하늘대교가 새로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섰다.
섬을 이어주는 다리 소식은 늘 반갑다. 지상에서의 연결은 모두에게 필요하니까. 혼자가 아니야, 함께 이어져 있어. 그런 안도감을 느끼며 새로운 다리를 건너 영종도로 간다. 다들 영종도에 가면 소금빵을 하나씩 사 오던데. 소금빵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영종도 을왕리 해변에 있다고 해서 목적지를 먼저 그곳으로 찍어보았다.
차가운 얼음 조각이 공기 중에서 챙그랑 소리를 내며 떠 다니는 차가운 날씨였지만 아이스커피를 시켜놓고 소금빵을 사 왔다.(추워도 아아를 마시는 분 계신가요? ㅎㅎ) 소금빵은 하루에 여섯 번 구워져 나온다는데 마침 빵이 나오는 시간이어서 갓 구워진 소금빵을 먹을 수 있었다. 막걸리잔에 수북이 담긴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의 감성과 버터향 가득한 소금빵이 꽤나 잘 어울렸다. 역시 나오길 잘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마시고 나오니 해변이 지척이었다. 솔숲을 따라가니 파란 하늘을 담은 파란 서해 바다가 펼쳐졌다. 사진을 찍으려고 셔터를 누르는데도 손이 너무 시려서 몇 장 찍지 못하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해변을 걸었다.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마다 행복해하는 사람을 여럿 스쳐 보내고 겨울 바다를 눈에 담아보았다. 역시 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다. 좀 걸었으니 다시 배를 채워볼까.
을왕리에서 조금 더 가면 왕산해수욕장이 나오는데 해변 뒤쪽으로 더 들어가면 요드 정박지인 왕산 마리나가 나온다. 이곳은 늘 물이 적당히 차 있어서 이색적인 바다 풍경을 보기에 좋다. 해 질 녘에 가면 멋진 노을까지 볼 수 있어서 따뜻한 날 아이들과도 제법 찾았던 곳인데 이곳에 라면 도서관이 생겼다고 해서 영종도 온 김에 찾아보았다.
왕산 마리나 편의점에 이렇게 큰 라면 도서관이 생겼다. 모든 종류의 라면들이 책처럼 가지런히 꽂혀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많은 라면이라니! 평일이었지만 라면 도서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우리도 라면을 하나씩 골라 보았다.
든든하게 라면 한 그릇씩 먹고서는 왕산 마리나 해안을 따라 길게 난 길을 걸었다. 방파제에 바닷물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얼음조각이 오후 햇살에 살짝 녹다가 찬 바람에 다시 꽁꽁 얼어붙는 것들을 구경하면서 산책을 했다.
섬은 참 신기하다.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닌데 세상 아주 먼 곳에 와있는 듯 적막하다가도 작은 다리들이 이어주는 길을 따라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니까. 짧지만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추워도 춥지만은 않은 넉넉함이 겨울 공기를 훈훈하게 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