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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Feb 09. 2020

말라가는 것들 사이에서

드라이 플라워를 보러 가끔 찾는 곳이 있었습니다

낮의 빛이 짧고 어둠이 긴 나라에서는

꽃을 오래 보기 위해 꽃을 말렸단다


줄기와 잎과 꽃대와 꽃들

모양이 흐트러지지도 않고

빛깔도 잃지 않도록 잘 마른 꽃.


마른 꽃을 보러 먼 데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가게 한편에 말라가는

종이꽃, 수국, 보리, 아카시아들과

이미 마른 꽃이 된

수선화, 채송화, 라벤더, 보리들 사이에

종종 내가 앉아 있기도 했다


그늘에 거꾸로 매달린 꽃들 사이에 있다 보면

언제나 목이 마른다


빛보다 어둠이 길어지는 때를 위해

내 시간도 함께 건조되는 걸까


오래 두고 바라보고 싶은 순간이 오면

마른 꽃들 사이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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