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작쟁이 Aug 20. 2021

글이 글을 부를 때

작은 바람소리와도같은 그것을

글이 글을 부를 때는 성실히 대답해야 한다.


내 안에 남아있던 글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하루를 살아가다

다른 이가 울리는 문장에 

잠들었던 내 문장이 웅 웅 소리를 낼 때

그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나를 향해 건넨 말이 아님에도

그것이 마치 내 것인 양 느껴질 때

그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대답하듯 이렇게

겨우 한 문장을 뱉어낼 수 있다.


내가 나를 바라보지 않을 때에도

내 안의 글은 실눈을 떴다 감았다

내가 불러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또 선잠을 자고 실눈을 뜨기를 반복한다.

아주 작은 바람소리에도 슬쩍 눈을 떠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바란다.


그때를 놓치지 말자.

작고 말랑한 아이를 살포시 들어 꺼내어두고

볕도 쪼이고

바람도 쐬어주고

이미 지나간 여름 끝자락을 보여주자.


서늘한 사람이 불어오니 가을이 왔구나

말을 걸어주자.

그러면 또 가을빛을 띤 아이가 내게 오겠지.


그렇게

가을빛을 띤 내 문장을 발견해 보자.



작가의 이전글 효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