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람소리와도같은 그것을
글이 글을 부를 때는 성실히 대답해야 한다.
내 안에 남아있던 글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하루를 살아가다
다른 이가 울리는 문장에
잠들었던 내 문장이 웅 웅 소리를 낼 때
그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나를 향해 건넨 말이 아님에도
그것이 마치 내 것인 양 느껴질 때
그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대답하듯 이렇게
겨우 한 문장을 뱉어낼 수 있다.
내가 나를 바라보지 않을 때에도
내 안의 글은 실눈을 떴다 감았다
내가 불러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또 선잠을 자고 실눈을 뜨기를 반복한다.
아주 작은 바람소리에도 슬쩍 눈을 떠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바란다.
그때를 놓치지 말자.
작고 말랑한 아이를 살포시 들어 꺼내어두고
볕도 쪼이고
바람도 쐬어주고
이미 지나간 여름 끝자락을 보여주자.
서늘한 사람이 불어오니 가을이 왔구나
말을 걸어주자.
그러면 또 가을빛을 띤 아이가 내게 오겠지.
그렇게
가을빛을 띤 내 문장을 발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