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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 볼게요, 살면서 리모델링

오늘을 훔쳐가는 행복도둑을 잡아라

드디어 결심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자"


원래는 그럴 계획이 아니었다. 집을 팔고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는 아주 합리적이고 나이스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지독한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결국 집 팔기에 실패했다. 

매매가를 낮춰보고, 전세와 월세까지 내놔봤지만 집은 팔리지 않았다. 

여러 군데의 부동산에 내놓아도 신통치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가격을 어마어마하게 낮추면 팔리기는 할 텐데, 그렇게 팔기에는 아까운 것이 집주인들의 마음이니까. 


그래서 결국 집을 고치기로 했다. 

왜냐하면 지어진 지 20년 넘은 구축 아파트였고, 우리가 이 집에 산 것만 해도 10년이 다 되어가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벽지도 오래되었고 화장실 수전에도 물이 새고, 주방 조명도 하나 꺼져 있고 여기저기 자잘한 고칠 곳들이 늘어나서 차라리 이 참에 올수리를 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도 쉽지는 않았다. 코로나 이후로 인테리어 비용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해서 견적을 받고서는 고민이 많아졌다. 예산에 맞추자니 포기할 것들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자니 큰 결심을 해야 했다. 결국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인생이 늘 그렇듯이. 


이제 드디어 인테리어 업체 계약을 하고 이사 업체도 선정했다. 날짜를 정하고 냉장고를 비우기 위해 열심히 냉장고 파먹기를 하는 중이다. 살면서 리모델링, 그 엄청난 일에 도전하고 있다는 걸 냉동식품을 비우면서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오래된 대단지 아파트이다 보니 항상 여기저기 공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우리 집이 저 주인공이 되겠지. 아래윗집에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민폐를 끼치는데 예민한 성격 탓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우리 윗집은 작년에 인테리어를 했고 아랫집은 재작년에 인테리어를 했다. 그 당시 아침마다 공사소음을 피해 도망치듯 집을 나왔었다. 공동주택 살이의 숙명 같은 거 아닐까. 때론 좀 피해도 주고, 다른 사람의 피해도 좀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사는 게 인생 같다고 나름 합리화하면서 공사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잘 되겠지? 불안감도 있지만 내 돈 쓰고 스트레스받지는 말자고 생각 중이다. 

이 큰돈을 쓰면서 즐겁고 신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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